금요일 출근한 후 한 두 시간이 지나서부터
배가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다리만 아파봤지, 이렇게
복통이 괴로운 일일줄은 몰랐다...
다리통증과는 또 다르게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함께 갑작스레 오는 통증은 통증도
통증이지만 마음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랫배가 당기고 쥐어짜는듯한 통증이
밀려올 때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아 있기도 힘들 만큼 통증이 극심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119를 불러
병원에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오늘 하필, 우리 팀의 직원이 두 명이나
오후에 자리를 비우게 되어 나마저 자리를
비우기가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내가 먼저지 일이 먼 저랴
하는 마음이 몰려왔지만, 또 이런 상황을
알면서 아파서 가야겠다고 말을 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타이레놀 두 알을
입안에 털어놓고 최대한 정신을 부여잡고
곰처럼 남은 일을 마무리 한후 퇴근을 하기로
하였다.
마침내 그렇게 퇴근을 하고 집에 와 그
와중에 정신줄을 부여잡고 토리 산책을
시킨 뒤 누워 있으니 회사에서 먹은 진통제
때문인지 통증이 좀 갈아 앉는 거 같았다.
그런데 밤이 되자 다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고,
나는 또 서둘러 진통제를 먹고 남은 잠을 좀 더
잤다. 그러고 나서 일어나 보니 또 알 수 없는
통증이 참기 어려울 만큼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플 땐 명확히 어디가 아픈지,
당장 굳이 병원을 가지 않아도
그동안 병원을 너무 많이 다녀서 왜 아픈지
사유를 알 수 있었으나 복통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또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아프라다'라고 딱히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배속에서 날 선 통증이 파도를 치듯 휘청거리니
통증과 두려움이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
순간 혼자 사는데 더 이상 참다가 진짜
정신이라도 잃고 쓰러지면 큰일이다란 생각이
들었고, 서둘러 다시 진통제를 먹고 통증이 가라
앉기를 기다렸다가 응급실을 가기로
했다.
전날 눈이 하얗게 내린 길이 얼어 빙판이
되어 나는 한 걸을 떼기도 어려울 정도여서
천천히 운전을 해서 근처에 있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준종합병원 정도의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하자 주차 관리인분이 내 차로
와서 어디 왔는지를 물었고, 응급실에 왔다고
답변을 하자 환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환자는 바로 저라고 대답하자 의아한 표정을
하면서 차키를 두고 내리라고 했다.
내 상황을 모르는 그분 입장에선 환자가
혼자서 운전을 하고 와서 응급실을 간다고 하니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파도 혼자서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차를 내려 빙판길을
조심조심 걸어 응급실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렇게 크진 않은 병원이지만 주말임에도 응급실
앞 대기석에는 꽤 많은 환자/보호자들이 있었고
나도 접수를 하고 근처 의자에 앉아 순서가
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도 응급실
앞에서 혼자 앉아 기다리자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배가 갑자기 아픈 적은 없었던지라 혹여나
큰 병은 아닐까, 당장 입원이라도 하라고 하면,
수술이라도 하자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당장 회사일도 문제고,
토리까지 걱정이 되었다.
회사는 당장 먹고사는 게 문제이니 걱정이고,
토리는 맡길 때가 없어서 문제이다. 이렇게
내가 아프면 일상이 정지가 되는 느낌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루한 기다림 끝에
내 차례가 되어 응글실로 들어서자
모니터 앞에 의사가 한 명 앉아 있었고,
아주 많이 애떼 보였다.
나는 그 의사옆에 앉아 내 증상과 기존에
갖고 있는 다양한 나의 기저질환을 최대한
자세하게 말한 뒤에 침대에 누으라고해서
누우니 그 의사가 배 이곳저곳을 꾹꾹 눌렀고,
당행인지 모르겠지만 배를 눌러서 아픈 곳은
없었다.
그후 침대에 누워 있으니 간호사가
바로 달려와 환자복으로 환복 하라고
옷을 베드에 올려놓고 갔고, 나는 천천히
환복을 하고 누워 이제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를 내 멋대로 상상하면서 두 눈을
질끗 감고 있다 보니 또다시 같은 간호사가
잰걸음으로 달려와 혈액채취를 하고, 수액을
꼽아 주고, 소변 검사를 위해 작은 종이컵
하나를 옆에 두고 가면서 응급실 안으로
들어올 때 목발을 짚고 들어오던 나와 모습을
봐서 인지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말을 하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뻐근한 팔과 한 방울씩
떨어지는 수액을 보면서 누워 있었다.
병원을 오기 전에 진통제를 때려 먹고 와서
그런지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고, 나는 누워서
오고 가는 환자와 보호자들, 연신 잰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간호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명의 간호사들이 넓지 않은 응급실을 뛰어
다닐 만큼 환자수에 비해 뭔가 할 일이 많아
보였다.
그러는 와중에 한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구급차 카트에 실려 젊은 남자와 구급대원들과
함께 응글실로 들어왔고 아저씨는 어디가
많이 아프신지 연신 신음 소리를 냈다.
이내 아저씨 상담이 이뤄졌고, 이유는
집에 세탁기가 얼어 집 앞에 언 수도꼭지를
녹이기 위해 부탄가스를 사러 가다가 집이 언덕이었는지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넘어
지셔서 길 가던 같이 온 젊은 남자가 신고를
한 거고, 무슨 연휴 때문인지 젊은 남자가
병원까지 따라 온 거같았다.
어쨌든 그 남자는 간단히 그 상황을
간호사에게 얘기를 한 뒤 응급실을
떠났고, 간호사는 다시 신음을 하던 아저씨
한테 가서 문진 검사를 하는 동안 연신
보호자가 있냐는 말을 되풀이하였다.
구급대원들과 젊은이가 떠나고, 혼자가 되어
원래도 아저씨는 혼자 였겠지만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서 신음만 하는 아저씨는
'혼자 산다' 보호자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였다, 또 한참 있다 다른 간호사가
와서 지인도 없냐, 보호자가 있어야 된다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꼼짝도 못 하는 아저씨 옆으로 보호자가 없는
것도 병원 입장에선 난감할 거 같은데,
보호자도 지인도 없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이라도 많다면
문제 될 게 없겠지만, 아저씨는 수급자라고
하시면서 병원에 복지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를 물었다...
아;; 나는 또 그말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응급실에 누워 있는 게 배가 아파서가 아니라
저 아저씨의 신음과 함께 안타까운 상황을
듣는데 더 괴로워 졌다...
그런 상황에 엑스레이를 찍고 온 아저씨는
골반뼈가 부러져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나를 봤던 젊은 의사가 말을 했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못 걷는다고 했다.
아... 그냥 다리도 아니고 골반 골절에
수술까지... 당분간 아저씨는 침상에서
꼼짝도 못 할 거 같은데...그렇다면 진짜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데, 아저씨의 신음소리가
더 깊고, 괴롭게 들렸다.
그 아저씨는 입원을 해서 수술을 할지
말지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그러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는데,
전화를 하는 게 집주인한테 월세 보냈다는
전화를 한 통 했고, 아마도 당분간은 월세를
못 내게 될까 걱정이 돼서 인지 이번에
냈고 다음 달 언제 내면 된다라는 말을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난
다음엔 목사님이라고 하면서 전화를
했는데, 목사님도 주말에 그 아저씨한테
온 전화가 달갑지 않은 건지 그 아저씨가
여보세요를 몇 번 해야 대답을 하고 여보세요만
하다 아저씨는 금방 전화를 종결했다...
그러고 난 뒤에 통장님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 받는다고 간호사에게 말을 했다.
아저씨는 그런 무의미한 전화만 며 통을
돌린 후 깊은 한 숨을 한 번 내뱉은 다음에
간호사를 불러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꼼짝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고 간호사는 또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을 했고 말투도
여느 환자를 대할때와 달랐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CT촬영을 다녀오고,
화장실도 몇 번 다녀와서 침대에 누워
그 아저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져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다행히도 CT에선 크게 문제는 없는 거 같은데
정확한 판독이 필요 하다고 했지만 주말은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귀가 준비를 하는 중에 아저씨도 입원과 수술
준비를 하면서 CT촬영을 다녀왔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돈이 많다면 통 크게
그 아저씨가 수술을 받고 퇴원할 때까지
24시간 간병인을 옆에 둘 수 있는 돈이라도
드리고 오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나한테
그런 돈이 없다는 게 많이 안타까웠고,
더 현실적으로 계신동안 뭐라도 사 드시라고
내가 줄 수 있는 한 10만 원이라도
드리고 오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우선 현금도
없었고, 용기도 없어 나는 내 병원비만
결제를 하고 집으로 왔다.
돈이 많으면 나한테도 좋겠지만, 우연히
저런 사람을 만났을 때 진짜 필요한
곳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면서 왜 나는 돈이 많지
않을까란 생각이 그 아저씨를
뒤로하고 응급실을 나오면서 오지랖
넓은 이런 후회가 들었다.
응급실 가기전에도 산책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또 힘들게 걸어올
때랑 다르게 이미 어두워진 빙판길을 다시
더 조심스럽게 걸어가서 차키를 받아 집으로
돌아와서 토리 산책을 시킨 뒤에(그냥 간신히
소변만 뉘이고) 허기진 배를 계란 두 알로 배를
채우고 한 숨을 자고 난 일요일에 또다시 배가
아파서 다시 응급실을 가야 했다.
지금은 정확하게 진단하기엔 CT판독이
이뤄져야 하고, CT판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냥 나나 잘 살자... 남 걱정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