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파악

오늘도 나는 회사를 때려친다.

by lena J

“그럼 여기까지 하죠.”라고 오늘도 말하고 당당히 짐을 싸고 나왔다.


'아..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갑자기 30년을 해온 다이어트가 생각났다.

굶어도 보고, 운동도 하루 2~3시간도 해보고, 한약도 먹어보고 별의별 방법을 써도 늘 한결같은 내 몸무게처럼 난 오늘도 회사에서 살아남아 어떻게 해야 오래 다닐 수 있는지 답을 알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와야 했다.


직장인 관련 유튜브를 보며 답을 구해보려고 노력도 했고, 드라마를 보며 '아... 저렇게 직장인이란 빡세고 고달픈 것이었나?'라는 생각도 해보고 또 이번엔 무엇이 부족했는지 돌아도 보았던 것 같은데...

자꾸 제자리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준에는 사회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같고, 악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같고, 말도 안 되는 근무 조건도 있었던 것도 같고 마지막엔 어이없는 직장 내 괴롭힘도 있었던 듯한데...


문제는 결국 인생의 체스판처럼 이번도 Check mate처럼 나의 말이 잡혀 버린 것이었다.

점점 숨을 죄여 오듯 먹고 먹히는 체스판 같은 사회생활 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말을 옮겨도 보고, 상대의 의도를 잘 파악해 덫에 빠지지 않으려 피해도 보고, 공격이 들어올 것이 보여 먼저 상대의 의중을 잡아 보기도 했지만...

내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이번에도 나의 수가 맞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그걸 인정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의 남은 많은 감정들은 지침, 자괴감, 무력감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디서 봤던 이모티콘처럼 '의욕이 죽었어요... '라는 내 모습을 또 견뎌야 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몇 번의 면접을 보고 나서..

이제는 면접에 가서 사람을 만나도 놀래고 돌아오는 이 상황을 보며 헛웃음이 났다.


얼마 전

부모님 집에 회색 줄이 있는 새끼 고양이가 들어왔다. 자신도 바깥 길 고양이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을 아는지 부모님께 그렇게 개냥이처럼 애교를 부리며 쫓아다닌다.

그렇게 부모님의 집에 살려고 애옹이가 노력한 지 1년... 고양이도 살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아버지께서 "들어오지 마!"라고 하면 문 앞에서 앉아 기다리는.. 즉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웃으며 이야기했었다.

"애옹이는 아무래도 쥐도 못 잡아먹을 것 같아... 쥐가 애옹이를 물겠지.... ㅋㅋ."

"자기도 아는 거겠지 그래서 우리 집에 왔나 봐...."


회사를 퇴사하고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애옹이의 사진을 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 귀여운 애옹이는 사실 나보다 더 머리가 좋은걸 수 있겠구나...'

- 자신을 파악하고 전략을 짜서 집의 실세가 누구인지 알고... 1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으며 사랑까지 받는다... -


'애옹이의 전략은 먹혔는데, 난 무엇이 문제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는 많은 덫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덫에 한번 빠지면 그 근처에도 안 간다고 하는데..

나는 몇 번의 덫에 빠져야... 그 대처능력을 알고, 지구라는 이 차가운 곳에서 발을 내딛고 살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