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의 비담
어떤 사람들은 사극을 좋아하지만
사실 난 사극을 잘 보지 않는다.
끈기가 없어서 그런지
드라마가 20회를 넘어가면 약간 부담스럽다.
그래서 대장금을 마지막으로 사극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재미있는 사극이 있다며 친구가 같이 보자고 해서 선덕여왕을 함께 봤다.
재미도 있고 흥미도 진진하고
친구와 어쩌고저쩌고... 인물을 분석도 해가며....
아마 이 드라마를 보는 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와.. 미친 연기력 김남길 배우..’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거야... 하고 감탄했었다.
하지만 비담은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시간이 좀 지난 드라마라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단지 연기자 분들의 연기가 너무 인상 깊어 시간이 흘러도 종종 몇몇 장면과 내용이 드문드문 생각이 났었다.
드라마에서 비담은 선하고 좋은 인물이기도 했고, 상황에 휘둘려 길을 잃기도 했도, 그리고 결국 여기저기 간신의 이간질에 놀아나 악을 선택해 버렸다.
우리 때는 수학을 공부하면 수학의 정석을 봐야 했듯, 내가 봤을 때 선덕여왕의 드라마는 하나의 인간관계의 정석과 비슷한 것 같았다.
나는 비담이 너무 이해가 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지막에......
와... 저렇게 슬프게 죽는다고?? 하며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을 좋아하기에 '무슨 드라마가 이렇게 끝나는 거야!'..라고 씁쓸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장편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음 장면이었다.
비담에게는 옆에서 한 간신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미실과 한편이었고, 선덕여왕을 좋아하는 비담에게 속닥속닥 이간질을 하고 나쁜 말을 하고 그래서 적군이 아군으로 보이고 아군을 적군으로 보이게 하는 전략을 폈다.
그리고 결국 그에 속아 넘어간 비담이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다.
후회하는 그에게 간신이 찾아왔다.
그를 보며 비담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너 때문이야. 네가 그런 말을 안 했어도...
왜 그렇게 이야기한 거야...’라고...
그런데 그 간신이 비담을 보고 막 웃으며 충격적인 말을 했다.
간신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내 말에 속아 넘어간 것도 너고
그렇게 속아 행동한 것도 너야....’
와......
난 정말 작가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친구와 그 장면을 보면서
친구는 ‘저 간신이 진정한 악이네...’라고 이야기한 게 기억이 난다.
맞다. 사회에는 저런 일들이 많다.
나름 진정성을 다해 일을 하고, 그래도 잘해보려고 노력도 한다. 그만큼 애를 쓰기에 일자리에서 치이면 마음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 나름 선의를 갖고 일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내보내야 한다.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런 사람들은 항상 나에게 웃으며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위해주는 척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하고, 상사를 욕하기도 하고.....
참 신기한 사실은
욕은 그 사람들이 하고
더러워서 못 다니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었는데, 회사를 나오는 건 나였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비담... 이였던 것 같다.
내가 비담이 인상 깊었던 건 아마 나와 너무 비슷해서였나 보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작업에,,, 그들의 말에.... 그들의 이간질에... 속아 넘어간 내가 어리석었던 것을.....
혼탁해진 세상은 더 이상 좋은 문구로 버티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추천한다.
선덕여왕을 보자... 진심 배울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