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회사를 때려친다.
예전에는 누구를 만나면 혈액형을 물어봤었다. 그래서인지 아직 나는 혈액형이 더 친숙하다.
하지만 근래에는 면접을 가도 MBTI를 물어본다.
나는 사실 나의 MBTI가 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극명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 중간 어딘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때때마다 약간씩 다르게 나오는 것 같다. (가끔 E와 I가 바뀌어 나오면 당황스럽다.)
일을 시작한 지 오랜 시간
나의 성향에 맞고 나의 결에 맞는 일을 찾아 방황한 지 20년이 더 되었기에...
가끔 주변에서 ‘어디로 일하러 가?’라고 물어보면 ‘나는 버스 타고 전철 타고 버스 타고 한참 가야 해’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주변 친구들이.. "왜? 근처는 다 그만둬서 이제 가까운 데가 없구나?" 하며 막 웃는다.
그런데.. 또 그게 사실이라 나도 허탈하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이제 갈 곳이 없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20년의 직장 내의 방황의 시간을 지나며, 근무환경은 나에게 맞는 맞춤복을 입는 것이 아닌 기성복에 다리길이도 자르고 품도 늘려 팔을 올릴 때마다 불편한 옷을 입는 것처럼 직장은 어색할 때가 많았다.
그렇게 '나는 어디를 가면 일에 보람을 느끼고 어떤 일을 해야 힘들어도 버티는 힘이 나올지' 고민을 하면서...
과거 회사들을 쭉 생각해 보니 나름 나에게 근로계의 MBTI 같은 데이터 베이스라는 것이 쌓여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근로계 MBTI의 4가지 항목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첫째 항목
직원이 착하면 대표가 이상하다.
(이상하거나 괴팍하거나 불같거나 또는 업다운이 대단한 대표를 웃으며 맞추는 직원들의 짬바가 보통이 아니다. 여기는 나이가 상관이 없다. 나이가 많은 직원도 해탈해 있고 어린 직원도 해탈해 있다. 자~ 뭔가 인생의 수행을 하고자 하면 추천한다. )
대표가 착하면 직원이 이상하다.
(직원들 사이의 온갖 투기와 암투를 묵묵히 견디며 중심을 잃지 않는 대표는 들어도 듣는 게 아니고 봐도 보는 게 아닌 성인군자와 같다.
자~ 대표가 성인군자라면 들어가는 직원은 제갈공명쯤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
둘째 항목
직원들의 팀워크가 좋은 곳은 이유가 있다... 그런 곳은 보통 일을 몸에 사리가 나올 정도로 해야 한다.
(일이 힘들면 서로 싸울 수가 없다. 나를 도와주는 동료가 천사와 같고 나보다 힘들게 일하는 상사가 짠하다. 이들은 전우애로 똘똘 뭉쳐 고객을 딜하고 일의 고단함을 견뎌낸다.)
일이 할 만하면 직원들이 텃세가 어마어마하다.
(맞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고 싶으면 저 직원도 이 회사를 다니고 싶다. 하지만 한 회사에 그런 직원이 한둘일까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은 신념이 되어 자신의 자리를 조금이라도 위협한다는 느낌이 들면 그때는 머리끄덩이 잡는 것이다.)
셋째 항목
일이 너무 분업화되면 이직이 어렵고 연봉 협상이 어렵다.
(요즘에는 어디를 가서 면접을 하면, "이건 아세요? 저건 해봤어요?" 한다. 그러면 "제가 3가지는 하는데 2가지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마치 나를 신입취급을 한다. "어머 오셔서 배우셔야 하겠네요." 이러며 자연스레 연봉을 깎는다. 아놔~~~ 내가 경력이 몇 년이데... 이렇게 가차 없이 마치 도로에 나무를 다듬는다고 하며 가지만 남기고 나뭇잎을 몽땅 깎아버리는 것 마냥 나의 연봉을 깎는단 말인가.. )
일이 멀티면 이직은 쉽지만 한 직장에서 버티기가 힘들다.
(팔방미인이라 했던가... 이것저것 다 할 줄 아는 사람은 회사에서 좋아한다. 하지만 각오하라! 멀티가 단순 이것저것을 한다는 의미가 아닌 회사의 온갖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하다 쓰러질 각오를 하고 멀티를 이야기해야 한다. )
마지막 넷째 항목이다.
책임이 적으면 시어머니 열명 모시듯 일해야 한다.
(내가 책임질 게 없고 내가 부담이 없으면, 나의 상사, 저기 상사, 저 저저기 부서 상사, 저 저저기 직원, 그리고 심지어 쩌~~~~ 기 총무팀까지 나의 일에 간섭을 한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 '
자~ 이런 회사에서 견딜 수 있으면 한 가지 장점은 있다. 시집을 가던 장가를 가던 시댁, 시누이, 시댁의 윗 어르신의 친척, 처가, 와이프의 형제자매, 그 가족의 배우자에게 까지 사랑받을 수 있다. )
자유가 많으면 너 한번 죽어봐라 하는 책임이 숨을 죄여온다.
(인간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프랑스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자유를 쟁취했던가. 우리나라 선조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목숨 바쳐 독립을 하였던가. 회사에서 그만한 각오도 없이 자유를 누리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자~ 자유가 손을 벌리고 여러분을 반기면 조심해야 한다. 회사 내에 대가 없는 자유는 없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돈을 버는 일에 쉬운 일은 없다.
당신은 일분야의 어떤 MBTI를 견딜 수 있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의 장점과 소소한 단점들을 MBTI로 표현한다.
하지만 근로계의 MBTI는 그렇게 만만치 않다.
견딜 수 있는 자에게...
회사는 장! 기! 근! 속! 을 약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