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회사를 때려친다.
요즘 나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동물 관련 숏츠나 간단한 짤을 보곤 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씩 '이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고양이가 할머니 집에 갔더니 뚱강아지, 뚱냥이가 되어 돌아왔어요.'라고... 하는 사진을 종종 보게 된다..
나 역시도 부모님 집에 가면 저 뚱강아지, 뚱냥이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기에 누구보다 십분 이해가 되어 혼자 키득키득 웃곤 한다.
지금도 부모님을 뵈러 가면 어머니께서 "아이고, 이것 좀 먹어." 라며 하루 5끼를 내오신다.
난 20년 넘게 아침밥을 먹은 적이 없지만, 부모님 집에 가면 다음과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우선 아침 7시 정도에 나오는 사과 한쪽과 함께 정체불명 곡물 가루와 꿀 그리고 알 수 없는 여러 가지를 믹스한 음료를 마셔야 한다.
그리고 8시 국과 부침과 고봉밥과 반찬이 5가지는 넘게 아침상이 차려진다.
그럼 나는 안 떠지는 눈을 비비며 "엄마 나 원래 아침밥 안 먹어...."라고 투덜거리지만 모순적이게도 한 공기를 다 먹는다.
그러고 나면 11시 정도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등 제철 밭에서 나는 무언가가 쪄지거나 삶아져서 나오고, 정 안되면 부모님이 키운 나무에서 과일이라도 따서 내 앞에 놓아주신다.
"점심 먹으려면 좀 기다려야 되니까 이거라도 먹어..."
그럼 나는 "엄마! 아침이 소화도 안 되었어." 하며 주섬주섬 두세 개를 먹는다.
그러다 보면 12시 30분 점심이 수라상처럼 나온다.
가볍게 국수라고 하시지만, 반찬이 국수를 먹기 위한 반찬이라기에는 너무 다양하다.
그리고 꼭 밥을 말아먹으라고 하신다.
그때 되면 긴급하게 탄산음료가 당긴다.
'아... 더부룩하다.'
그렇게 오후 4시가 되면, 아점에 먹은 간식과는 다른 좀 더 포만감이 느껴지는 나머지 빵, 떡등이 한차례 더 나온다.
이제는 머리가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모든 에너지가 소화를 하러 간 것처럼... 마냥 생각 없고... 마냥 배불러 속은 더부룩 해도 배를 팡팡 두들기는 즐거운 단계에 도달한다.
맛있는 녀석들의 누군가 이야기한 것처럼 ‘먹을 수 있다. 생각하면 정말 먹을 수 있다.'는 말처럼..
보통 점심, 저녁 하루 두 끼만 먹었는데.. 이미 그 두 배를 먹었다.
마지막 6시가 되면 여지없이 고기가 나온다.
소고기를 굽거나, 양념갈비가 나오거나, 육회가 나오고 또 고기를 굽거나,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가 나온다. 이 자리엔.... 백숙 1인 1 닭이 아니고선 닭고기는 감히 올라오지 못한다.
그리고 마치 영혼의 단짝인양 고기와 함께 밥을 한 공기를 먹고 나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온다.
겨우겨우 설거지를 하고... 해도 해도 너무 하지 않았냐고 시위를 하듯 나온 배를 두드리며 앉아 있다.
8시 30분 일일 드라마를 보고 9시 모두 잠자리에 든다.
'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과이다.'
배가 불러서 아무 생각을 할 수 없고, 식사를 차리고 치우기 바빠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다.
예전에, 지인이 너무 힘들어 부모님 댁에 갔는데 살이 더 쪄서 왔다는 이야기처럼... 나도 그렇게 위로를 받는 것 같다.
회사일에 지치고 여기저기 치여 어떻게 해야 회복을 할지 모를 때...
결국 버티다 못해 퇴사를 하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누웠을 때
나는 이야기하고 싶다..
“먹어라... 그러면 회복할 것이다.”
마음과 몸이 지쳤을 땐, 좋은 음식을 먹고 회복을 해야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잘 먹으며 쉬고 싶지만 다음 달 생활비가 걱정이 되어 지친 몸을 끌고 여기저기 일을 하려 해 봤지만 그럴수록 더 극심한 방전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지친 몸도, 멎은 머리도, 고갈된 마음도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식비도 많이 드는 이 시대... 어떻게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냐?"라고 하겠지만...
"먹어라~!!"
"돼지고기를 먹어 안되면, 소고기를 먹어라... 소고기를 먹어 안되면 양고기를 먹어라..."
낮은 임금에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음식도 같다...
값싼 음식으로 회복하려는 것은 젊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자신에게 많이 투자하는 만큼 든든히 회복할 것이라 나는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