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고 쳐질 때 애써 괜찮은 척하지 않기로 했다. 힘들면 힘든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기로 했다. 하루쯤이야, 한 주쯤이야, 한 달쯤이야. 멀리 보면 짧고도 짧은 기간일 뿐이다. 쓸데없는 인터넷 가십들만 넘나들며 소모되었을 시간들이 후회되겠지만 또 모르지. 그 사이 재충전이 되었을지도.
모든 게 엉망 같고 도무지 힘이 나지 않을 때 억지로 힘을 내지 않기로 했다. 부정적인 생각들만 한껏 떠오를 때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애쓴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더라. 그냥 '내 심정이 지금 침울하구나.. 엉망진창이구나..' 정도만 읽어내도 훌륭한 알아차림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내가 그만큼 힘들구나' 하고 그 기분을 애써 전환하지 않기로 하자.
지나간 선택이 후회되고 주변의 시선이 의식될 때 이렇게 외치기로 했다. '어쩔 수 없지 뭐' 이미 지나가버린 선택을 붙들고 늘어져봤자 후회와 자책만 늘어날 뿐. 내가 종종 하는 '과거에 대한 후회'는 부질없는 일임을 알지만 그 순간이 되면 또 후회에 휩싸인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그게 최선이었겠지' 훌훌 털고 일어나 버리는 것 밖엔 방법이 없지.
눈치 보느라 내 몸을 혹사시키지 않기로 했다. 내 몸이 건재해야 그 무엇도 의미가 있는 것인데. 가끔 그 사실을 다시 잊고 산다. 사회적 책무, 책임감, 희생, 다 좋지만 내 몸과 마음이 흔들리면 내 세상은 흔들리게 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가 된다. 그러니 마음이 흔들리기 전에, 몸이 흔들리기 전에 다시 정신 똑바로 차리자. 모든 선택의 우선순위에 '나'를 빼놓고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식욕이 없으면 밥을 먹지 말자. 억지로 꾸역꾸역 힘내서 먹지 않기로 하자. 소화기관에도 휴식을 주자. 에너지가 바닥일 때는 그냥 내 몸이 원하는 대로 맡기자. 드러누워만 있고 싶다면 누워 있고, 그러다 배고프면 그때 한 숟가락 뜨자. 애써 모든 걸 관습대로 하려고 들지 말자. 번외를 허용하자.
흐르는 대로 흘러가보기로 했다. 예전처럼 내 몸과 마음을 후순위에 두지 말고 1순위로 두기로 했다. '버티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아픈 대로, 우울한 대로, 내 감정이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자. 그러다 보면, 이 에너지도 흐르도록 내버려 두면 다시 파스텔 빛깔이 돌아오겠지. 자연스럽게 활기차지겠지. 그러니 지금 억지로 무언가 하려 들지 말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