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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Oct 18. 2024

30대 두 여자, 지금 우리가 가장 부러운 사람들

오랜 친구와 여행을 갔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까르르 웃어대는 10대였던 우리는 어느새 가정을 일구고 엄마가 되고, 20년 우정을 나눈 사이가 되어 있었다. 엄마와 아이들만 함께 한 특별한 여행에서 우리의 특명은 아이들을 9시에 재우는 것이었다. 친구 아이들은 평소에도 9시 전에 자기 때문에 노련한 친구가 잠자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았던 아이들은 금세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야호~!! 성공이다!!! 우리 이제 다시 다타임 온 거야?? 유후~~ 들썩들썩~~ 룰루랄라~~~




우리만의 오붓한 저녁 수다타임에 우리는 10대 때처럼 어깨춤을 추고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 들뜬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 더욱 신나는 기분이었다. 사는 곳이 서로 멀어 잘 보기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결혼한 이후 친구와 단둘이 깊어가는 밤, 수다 떠는 시간을 가진다는 건 진귀한 경험임이 분명했다. 결혼 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재밌는 건, 우리의 주된 대화내용은 자녀 양육이었다. 어떻게 슬기롭고 현명하게, 사교육을 최소화하면서 이 시대에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지 활발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우린 자기 관리, 자기 계발, 인생관 등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랜 친구가 있어서 좋은 점은, 내 고민을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다층적으로 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서로 함께 한 세월이 있다 보니 전문상담사 못지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서로의 삶의 궤도를 데이터베이스로 현재 겪고 있는 고민에 대해 성격, 성향, 배경, 경험들의 히스토리까지 자연스레 연결 지으며 충분히 공감해 주고 나아갈 방향을 함께 얘기 나눌 수 있었다. 유익하고도 유쾌한 시간에 졸려가는 잠을 밀어내며 우린 대화에 져들었다.




그러다 우리의 주제가 여기에 이르렀을 때, 우리의 눈빛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초롱초롱 빛났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인생, 유한한 삶, 어떻게 행복하게 잘 살 것인가?




여기에 정해진 답은 없다. 아마 1만 명이 있다면, 1만 명 모두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자의 기준에 따라 다르고, 중요도, 관심사,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등에 따라 다르며 답을 찾기 위해선 자아성찰과 내면탐구, 명상, 알아차림 등이 수반되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친구가 이런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질문으로 바꿔 물었다.



넌 지금 어떤 사람이 제일 부러워?




이 질문 한방은 당장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삶의 모습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 줬다. 자기 계발과 성장, 도전의 아이콘으로 살아온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음... 일단 자기 계발 진짜 잘하는 선배가 떠오르는데, 워킹맘 독박육아하면서 자기 계발 진짜 잘하고 대학원 석사도 따고 책도 많이 읽고 일도 잘하고 자기 관리도 잘하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쓰고.. 무튼 끝판왕 선배 있어. 자기 계발 잘하는 사람들? 음... 근데 부럽지는 않아. 왜냐면 나도 그런 타입의 사람이고 노력하면 언젠가라도 그렇게 될 수 있으니까.. 이건 부러운 건 아니고 '존경'인 것 같아. 내가 지향하는 걸 잘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존경!"




"음.... 내가 부러운 사람은...... 매주 여행 다니고 놀러 다니는 사람이야!ㅋ 내 친구 중에 그렇게 살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부러워~~~"




그렇다. 나는 매주 마음껏 여행 다니고 놀러 다니는 친구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음은 늘 성장에 목말라 있지만, 이와 동시에 지금 당장 자유롭게 마음껏 여가를 즐기는 친구가 부러웠던 것이다. 이로써 내가 쉼과 여행에 한동안 갈증이 있었으며, 미래를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여행과 쉼, 힐링과 충전의 시간들 원하고 있음을 알차렸다.




"난 더 많이 좀 놀아야겠어!ㅋ 그러는 너는 어떤 사람이 부러워??"




"나는 어려운 상황이나 또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이 가장 부러워. 이번에 겪어보니 알겠어. 가진 게 많아져도 늘 더 많이 갖고 싶어 지고.. 사람 욕심이란 게 끝이 없잖아. 집을 넓혀 이사 가도, 더 신축, 그리고 더 역세권으로 가는 사람이 부러워지더라고.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어떤 어려움이나 환경 속에 있더라도 행복이 가득한 사람을 보면, 진짜 대단하고 멋져 보여!!!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아. 방글라데시 이런데 보면 행복지수 되게 높잖아. 너 방글라데시 가서 수련 좀 하고 와야 되는 거 아냐???ㅎㅎ"



"예전에 크리스마스에 독거노인 방문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비슷한 환경의 두 분이 있었는데 한 분은 계속 불평불만이었어. 돈 없다. 애들은 오지도 않는다.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 하면서. 그런데 다른 할머니 한 분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기도 가는 길도 행복하고 혼자 있어도 늘 즐겁고 산책하는 길도 좋다 하셨거든.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긍정적이고 행복한 그 마인드가 대단해 보였어~"



"맞아. 물질에 비례해서 행복감이 오르는 건 아닌 것 같아. 더 많이 가져도 더 불행한 경우도 많잖아.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느 때나 행복할 수 있는 게 진짜 승자의 모습 같아! 실 마인드만 잘 관리하면 지금 당장 매일 넘쳐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거지! 안 그래?ㅎㅎ"



"맞아 맞아~~~"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사소한 시각의 차이인 것 같다. 내가 언제 어느 상황에 있더라도 부러운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적당한 긍정적인 자극으로 활용하면 좋지만 비교나 부러움에 마음이 집중되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놓칠 수도 있게 있다. 왜냐하면 그 부러워하던 사람처럼 된다고 해도 그 상태가 되면 또 부러운 새로운 사람은 언제라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공허함과 욕망은 계속 갈증상태에 머물 수도 있다.


행복은 찾아가는 게 아니라, 알아차리는 거라고 했다. 즉 타인과 미래를 향하던 시선을 조금만 바꿔보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행복들이 내 주변에 가득함을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을 더하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 감사하고 만족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길의 첫 단추가 아닐까.





우리 모두 행복하기를.
= 마법 같은 하루 속의 행복들을 알아차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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