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우연일까, 운명일까?
이 글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특정인을 짐작할 수 없도록 일부 설정은 각색되었습니다.
스물세 살 가을.
언어도, 사람도, 날씨도 차가웠던 낯선 도시에서
그의 목소리가 나를 찾아왔다.
밤낮없이 일해 모은 돈으로 떠났던 45일간의 유럽 여행.
설렘과 즐거움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고되고 외로웠다.
하루하루가 버겁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20여 년 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혼자 결정하고 감당하는 일. 모든 순간이 성장통이었다.
어느 날, mp3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중, 단 하나의 목소리가 나를 사로잡았다.
“괜찮아. “
낯선 목소리가 이어폰 너머로 다정하게 속삭였다.
쌀쌀한 가을 아침 로마 골목 어귀 카페에서 마셨던 따뜻한 카푸치노 한 모금처럼, 그 목소리의 온기가 얼어붙어 있던 마음을 천천히 녹여주었다.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그 목소리는 위태로운 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었다.
남은 여행의 모든 순간, 그의 목소리가 항상 함께 있었다. 길 위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숙소에서 일기를 쓸 때도. 그와 함께 걷는 동안, 스쳐가는 모든 풍경이 반짝였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일상 속에서도 그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문득 그 사람이 궁금해졌다.
무대 위에서 그는 어떤 표정으로 노래를 부를까.
직접 듣는 그의 음악은 얼마나 다를까.
그렇게 나는 그의 무대를 찾았다.
강렬한 풀밴드 사운드, 공연장을 뒤흔드는 에너지.
쏟아지는 조명 아래,
내 눈에는 오로지 그 사람만 보였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그가 외쳤다.
그날의 충격은 생각보다 더 강렬했다.
심장은 그날의 드럼 비트처럼 거세게 뛰었고, 머릿속이 온통 그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났고,
나는 기꺼이 그 빛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낯설었던 그 빛은 점차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 내 삶을 환하게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