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역사 서문

나는 할리카르나소스의 디오니시오스다

by leo


다른 역사서의 서문에 흔히 나타나는 것처럼 설명식 문장을 늘어놓는 것은 나의 의도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의 서문에 나에 관한 설명을 붙이지 않을 수는 없다. 자화자찬하려는 뜻은 아니다. 독자들이 이런 행위를 싫어한다는 걸 잘 안다. 이 일을 시작한 이유를 알려주고, 자료가 나온 원천을 설명하려는 게 나의 의도다.


지성의 기념비를 후세에 남기려는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은 무엇보다 고귀하고 우아한 주제를 골라야 한다. 독자에게 그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적당한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사리분별과 지혜의 원천인 진실이 담겨 있는 역사를 다루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특정 인물의 정보나 이름을 밝히거나 미사여구를 자주 사용하는 걸 독자들에게 자랑하는 역사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불명예스럽거나 사악하거나 가치 없는 행동에 작업의 근거를 두게 된다. 이렇게 되면 후손으로부터 성과를 존경스럽게 평가받지 못하거나 우아한 문체를 칭찬받지 못하게 된다. 작품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 ‘이 역사학자는 사소한 것도 대단한 것처럼 묘사한다’는 부정적 인상을 주게 된다. 사람의 말은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주제를 고르고도 우연히 귀에 들어와 알게 된 정보를 편집할 때 경솔하거나 게으른 역사학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유명한 도시나 절대 권력을 가진 인물의 역사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게으르게 기록해서는 안 된다. 역사학자는 반드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두 가지 모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역사적 인물의 발언을 빠뜨리거나 내 작품의 서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곳에 기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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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우아하고 고귀한 주제를 골랐다는 사실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 보편적인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특히 그렇다.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역사의 내용을 보면서 도시와 국가의 패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는 역사를 여러 번 조사하고 잘 비교하면서 어느 도시, 국가가 가장 광범위한 지배권을 가졌는지, 또는 평화 시대나 전쟁 때 어느 도시, 국가가 가장 놀라운 업적을 이뤘는지 판단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는 로마의 패권이 지배의 범위나 업적의 우수성은 물론 패권이 지속된 기간에서 이전 시대의 모든 나라를 훨씬 능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아시리아는 그야말로 오래 돼 전설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라이지만 아시아의 작은 영역만 다스렸다. 아시리아 제국을 무너뜨리고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한 메데스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네 세대 만에 무너졌다. 메데스를 누른 페르시아는 아시아의 대부분을 차지한 지배자로 등극했다. 그러나 유럽의 여러 나라를 공격했을 때 많은 국가를 복종시키지 못했다. 패권을 유지한 기간도 200여 년에 불과했다.


페르시아의 패권을 무너뜨린 마케도니아의 지배 영역은 페르시아를 넘어섰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알렉산더 대왕이 죽자마자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다 디아도키 시대에 여러 장군에 의해 분할돼 버렸다. 이후 2~3세대에 걸쳐 지속되기는 했지만 내부 분열 때문에 매우 약해졌고, 결국 로마에게 멸망했다.


게다가 마케도니아는 모든 나라, 모든 바다를 정복하지 못했다. 이집트와 접경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리비아를 제압하지 못했고, 유럽을 손아귀에 넣지도 못했다. 북쪽으로는 겨우 트리키아까지만 진출했고, 서쪽으로는 아드리아 해까지 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역사에 기록된 유명한 옛 패권 국가 대부분은 위대한 열정과 힘을 얻은 뒤에 무너져 버렸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그리스의 여러 도시국가를 위에서 언급한 여러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리스는 제국의 위대성이나 명성의 존속 기간 등 어느 것에서도 앞의 여러 나라와 비교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아테네는 겨우 68년 동안 해안지역만 다스렸다. 그들은 더 이상 영토를 확장하지 못했고, 패권이 최고조였을 때에도 겨우 에욱시네 해(흑해)와 팜필리아 해 사이 지역까지만 진출했을 뿐이다.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지배자였고 나중에는 그리스를 정복한 스파르타는 마케도니아까지 지배권을 넓힌 게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불과 30년 만에 테베에 저지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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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마는 접근할 수 없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아니면 어떤 나라도 지배한다. 모든 바다의 주인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에서부터 대서양을 거쳐 항해할 수 없는 바다만 제외하고는 로마의 지배권에 속한다. 로마는 역사상 처음이자 유일하게 늘 해가 지지 않는 영역을 가진 나라다. 어떤 공동체, 왕국보다 더 오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아주 초창기 건국 직후부터 로마는 인구가 훨씬 많고 호전적인 인근 나라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모든 적을 굴복시키면서 끊임없이 전진했다.


지금은 로마 건국으로부터 745년이 흘러 클라우디우스 네로가 두 번째로, 칼푸르니우스 피소가 동료로 집정관을 맡고 있다. 로마는 이탈리아 전역을 지배하게 된 이후 모든 인류를 통치할 열망을 꿈꾸게 됐다. 역대 최고의 해상 군사력을 자랑하던 카르타고를 바다에서 몰아내고 육지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였던 마케도니아를 정복한 이후 로마는 야만인이든 문명국가이든 더 이상 경쟁 상대를 찾을 수 없게 됐다.


로마가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패권을 갖게 된 이후 벌써 일곱 세대가 흘렀다. 이제 로마의 보편적 지배에 맞서거나 항의하는 나라는 더 이상 없다. 나는 아주 하찮은 주제를 골랐거나 아주 저열하고 중요하지 않는 역사를 다루려고 하는 게 아니다. 가장 눈부신 도시와 어느 누구도 지적할 수 없는 엄청난 업적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한다. 이런 나의 주장에 더 이상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지 알 수 없다.


독자에게 잘못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빈 공간에 올바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이 책에서 독자에게 로마의 창건자가 누구인지, 언제 다양한 부족이 모였는지, 어떤 운명 때문에 그들이 모국을 떠났는지 설명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그리스 출신이며, 가장 작거나 전혀 고려할만한 가치가 없는 나라에서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다.


제1권에서는 로마인이 도시를 세운 직후 보여준 행동과 관습, 제도를 설명할 것이다. 이 관습과 제도 덕분에 그들의 후손은 오늘날의 위대한 나라를 발전시켰다. 가능하다면 역사에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것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작정이다. 진실을 알게 된 사람의 마음에 이 도시에 대한 적절한 개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다. 현재의 종속 상태에 분노를 느끼거나,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도시에 지나치게 큰 패권을 지나치게 오래 공짜로 수여했다고 불평을 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종속이라는 것은 시간이 파괴할 수 없는 보편적인 자연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우수한 자가 열등한 자를 정복하는 것은 신의 섭리다.


로마는 초창기 건국 직후부터 무수한 미덕의 사례를 만들어냈다. 경건함, 정의감, 자기관리, 용기 같은 아름다운 미덕을 어떤 도시도 만들어낸 적이 없었다. 조국에 엄청난 패권을 부여한 로마인이지만 빼어난 역사학자 부족 탓에 그리스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리스어로 쓴 정확한 역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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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로마의 초기 역사를 다룬 첫 역사가는 에피고니(알렉산더 대왕의 계승자인 디아도키 장군)를 다룬 책을 쓴 카르디아의 히에로니무스였다. 그의 뒤를 이어 시칠리아의 티마이우스가 『역사개론』에서 로마 역사의 시작을 언급했다. 다른 작품에서는 에피로스의 피로스와 전쟁을 벌인 이야기를 취급했다.


이들 외에 안티고누스, 폴리비우스, 실레누스 등 많은 역사학자가 똑같은 주제에 몰두했다. 물론 다른 방법을 통해서였다. 이들은 직접 정확하게 조사하기보다는 우연히 귀에 들어온 이야기를 편집하는 방법으로 내용을 기록했다. 모든 면에서 이들과 비슷하게 그리스어로 로마의 초기 업적을 서술한 역사가도 있었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 된 사람은 퀸투스 파비우스와 루키우스 킨키우스다. 둘은 포에니 전쟁 시기에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직접 목격했던 사건의 경우 잘 알고 있는 만큼 정확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로마 건국 초기 사건은 요약하는 방식으로 건드리는 데 그쳤다. 나는 옛 역사가가 다루지 않았던 고귀한 역사의 시기를 그냥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이 시기를 정확하게 묘사한다면 다음과 같은 매우 훌륭하고 정당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주어진 운명을 잘 수행한 용감한 사람은 불멸의 영광을 얻고 후손에게서 칭송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는 사람의 행동이 육체와 함께 사라지지 않게 막아준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의 후손은 ‘고귀한 가문 출신이라면 당연히 스스로에게 아주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조상의 가치 없는 행동은 뒤따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쉽고 안락한 삶 대신 가장 고귀하고 야심만만한 삶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아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역사의 목표인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서 이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고귀한 행동에서 즐거움을 찾는 위인에게 선의를 표시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로마에 최선의 선물을 남김으로써 로마에 사는 동안 누렸던 온갖 축복을 되돌려줄 것이다.


주제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기 때문에 작업을 준비하면서 이용한 자료와 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싶다. 히에로니무스, 티마이우스, 폴리비우스나 다른 여러 역사학자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의심하면서 어떻게 해서 이렇게 상세한 지식을 알게 됐는지 밝히라고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심을 갖지 않게 하려면 먼저 어떤 이야기와 기록을 원천 자료로 활용했는지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나는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가 내전을 막 끝냈을 때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BC 30년 중반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22년 동안 로마에서 살면서 로마어를 배웠고, 그들의 저서를 공부했다. 나는 줄곧 역사 주제를 마음에 담고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때로는 아주 대단한 학식을 가진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보를 얻었다. 포르키우스 카토, 파비우스 막시무스, 발레리우스 안티아수, 루키니우스 마케르는 물론 아일리우스 씨족, 겔리우스 씨족, 칼푸르니우스 씨족의 사람들과 그 밖의 여러 유명한 저자들이 쓴 역사서도 모았다. 그리스의 연대기 같은 이 자료들을 기초로 삼아 역사 서술을 시작했다. 제한을 둔 시기는 어디까지인지, 어떤 주제를 설명하는지, 어떤 형태로 작업을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게 조금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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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장 오래된 전설로부터 시작한다. 이전의 역사학자들은 열심히 공부해도 분명히 밝히기 어려운 주제라면서 빼먹은 내용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제1차 포에니 전쟁 초기까지 끌고 간다. BC 265년이다. 그동안 로마가 치른 모든 전쟁과 내부에서 발생한 모든 혼란을 다 다룬다. 그 원인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어떤 방법과 논쟁을 통해 종료됐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로마가 도입했던 모든 정부 형태도 설명한다. 왕정 시기는 물론 왕정이 뒤집힌 이후의 이야기다. 그리고 각 정부의 성격은 어떠했는지도 알려줄 것이다. 최고의 관습과 가장 인상적인 법을 설명하고, 고대 로마인의 모든 삶을 보여줄 것이다.


글을 쓰는 형식은 전쟁만을 주제로 삼은 역사가, 다양한 정부 형태만 다룬 역사가의 서술은 물론 연대기식 설명과도 다를 것이다. 그보다는 모든 종류의 탐사적, 사변적, 묘사적 방식의 혼합이 될 것이다. 이는 정치적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철학적 사색에 빠지는 사람, 그리고 역사를 읽으면서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일들이 내 역사의 주제가 될 것이며 내 역사의 방식이 될 것이다.


작가인 나는 할리카르나소스의 디오니시소스다. 알렉산더의 아들이다. 여기서부터 내 글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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