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시간 잡아먹는 하마, ppt
파워포인트를 보고서 형식으로 사용하는데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2014년에는 현대카드 정태영 회장이 ppt 보고서를 금지했다고 하는 뉴스(현대카드 ppt를 버리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최근에는 파워포인트보다 화려한 프레지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보고서의 기능보다는 프레젠테이션의 기능에 집중한 것이다. 이와 달리, 파워포인트는 보고서 양식이면서도 프레젠테이션 기능도 겸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된 이유는 보고서의 내용보다 형식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파워포인트를 잘 사용하는 경우에도 정말 그럴까? 사실 역설적이게도 위의 이야기와는 반대로, 파워포인트로 만드는 보고서는 워드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내용에 투자하게 해준다. 약간의 논리적인 흠결을 워드에서는 눈치채지 못하도록 할 수 있지만 파워포인트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대기업이나 대학 등 대부분의 조직에서 파워포인트를 잘못 쓰고 있다는 문제를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본문을 그저 큼직한 글자로만 채운다던지, 이모티콘 비슷한 이미지나 움직이는 이미지를 넣어 화려하게 쓰는 파워포인트가 분명 대다수이긴 하다.
이러한 문화에서 파워포인트가 워드와 달리 그저 예쁘게 장식하는 보고서로만 생각해왔다면 앞으로의 이야기가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파워포인트가 필요한 보고서 유형과 그 작성방법을 이해하면 달라질 것이다.
여기서 잠깐! 사실 파워포인트를 자주 활용하는 비즈니스에서는 보고서를 마무리해줄 직원이 따로 필요할 수도 있다. 정말 보고서를 예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레젠테이션용이라면 모를까 파워포인트 보고서든 워드든 보고서가 예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둘의 차이는 워드는 예쁘게 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지만 파워포인트는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워드 보고서를 예쁘게 만드는 일이 이슈가 된 적은 없다.
언제 파워포인트를 쓸 것인가
1. 보고서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 워드 vs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워드(또는 한글)를 활용하는 방식과 파워포인트를 이용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방식을 이용할 것인가?
물론 정해진 방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둘의 활용방법은 무척 분명하다. 이슈가 없거나 적어서 고민할 필요가 적은 보고서는 워드로,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을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보고서는 파워포인트를 활용한다.
여기서 잠깐! 하루 건 수개월이건 고민한 결과로 달라지는 건 보고서의 분량이 아니다. 수개월 고민한 파워포인트도 이슈가 한 가지라면 한 장으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2. 언제 어떤 보고서를 활용할 것인가?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고민한다는 건, 보고서의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보고서 내에 논쟁거리가 많다는 의미이다. 답이 A라는 게 거의 정해진 이슈는 워드로 간단히 자료를 취합하고 논리를 구성해서 보고서를 만든다. 화제가 되는 한 장 짜리 보고서도 이 유형의 하나다. 하지만 답이 A인지 B인지 명확하지 않고 사람들마다 다르게 볼 가능성이 큰 쟁점을 담아야 하는 경우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만든다.
여기서 또 잠깐! 예를 들면 똑같이 신규시장 진출에 대한 보고서라고 해도 다를 수 있다. 대전의 스타트업에게 서울 진출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서 큰 논쟁이 없다면 워드로 만들면 되지만 부산에 대해서는 이견이 심각하다면 거기에 대한 주장은 파워포인트로 만들면 된다.
그래서 파워포인트로 만든 보고서는 금방 워드로도 만들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파워포인트 작성의 핵심 팁 두 가지
왜 파워포인트 보고서는 논쟁이 있는 이슈에 더 적합할까? 그것은 파워포인트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1) 전체 보고서의 스토리를 꾸미는 데 유리하고, (2) 각 이슈마다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상대와 소통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파워포인트의 흰 바탕만 쳐다보거나 과거에 만들어둔 슬라이드만 고쳐서 다시 보고서를 만들고 있었다면, 다음의 간단한 팁 들을 자신에게 맞게 활용해보길 권한다.
1. 어떤 스토리를 쓸 것인가
정보전달 목적이 아닌 의사결정이 담겨있는 보고서라면, 스토리 짜기는 필요하다. 글이 길어지고 복잡해질수록 스토리는 더 중요해진다.
"긴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 (아웃스탠딩, 이수경 기자)
신규 시장 진출에 대한 보고서라면, 우선 시장의 크기나 성장성과 같은 시장 매력도에 대한 이야기나, 신규 시장의 입장에서 회사 역량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 이야기를 먼저 하기도 하고, 역량 분석을 먼저 이야기하기도 한다. 스토리는 결론부터 보여주고 데이터로 뒷받침하는 방식이 있고, 데이터를 먼저 보여주고 결론을 마지막에 보여줄 수도 있다. 결론부터 보여주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논쟁거리가 많은 보고서의 경우에는 꼭 그렇지도 않다.
여기서 잠깐! 콘텐츠 중에서는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까? 태동 단계의 시장이어서 시장 자체가 매력적인지가 이슈가 될 것 같으면 시장 이야기를 먼저 하고, 강력한 경쟁자의 존재로 회사의 역량 자체가 이슈가 될 것 같으면 역량 분석을 먼저 하면 된다.
스토리를 잘 부각되도록 하려면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 만한 게 없다. 게다가 파워포인트에는 이미 스토리 작성을 편하게 돕는 메뉴가 있다. [보기]의 [개요 보기]를 클릭하면, 왼쪽에 다음과 같이 메시지를 편리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서 잠깐! 안타깝게도 기존에 만들어진 슬라이드나 기업에서 템플릿으로 사용하는 슬라이드에는 이미 파워포인트의 이런 기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개요]를 사용할 수 없게 한 경우가 있다. 자신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거나 또는 스토리를 좀 더 치밀하게 짜기 위해서는 [엑셀]을 활용하기도 한다. [엑셀]을 활용하면 스토리를 수정하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도 쉬운 장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3~4개월짜리 보고서를 완성하기 위해 (1) 처음에는 슬라이드 작성을 하지 않고 (2) 스토리에만 2주 이상을 투자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바나 간단한 리서치나 인터뷰로 스토리를 짜 본 다음에, 계속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자료 분석을 진행하면서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들어간다. 물론 이 스토리는 슬라이드 작성이 시작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변하게 된다.
완성된 스토리는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나타난다. 메시지는 단어 중심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문장 형식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사실 위의 이미지는 "한 장 짜리 보고서"와 관련해서 검색하면 볼 수 있다(한 장 보고서 어떻게 쓸 것인가_플래텀). 사람들이 선호하는 "한 장 짜리 보고서"는 결국 파워포인트 입장에서 보면, 슬라이드의 메시지와 어깨들만 모은 것이다. 한 장 짜리 보고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논쟁이 발생한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 만약 위의 내용에서 "2. 유통망 강자 Gandalf와 제휴"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발생한 경우,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결국 파워포인트가 필요하게 된다.
여기서 잠깐! "어깨"가 뭔지는 조금 뒤에 2. 에서 설명된다.
<또 하나의 팁. 한 장 짜리 보고서 금방 만들기>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다 만들었다면, 한 장 짜리 보고서를 만든다고 다시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장 짜리 보고서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세 단계면 된다.
1. [보기]에서 [개요 보기]를 눌러서 왼쪽의 개요를 보자. ctrl + A로 전체 복사를 해서 워드에 붙인다.
2. 제목이 필요하면 붙인다. 왼쪽이나 오른쪽 어깨들을 활용한다.
3. 데이터 설명이 필요한 경우 메시지로 추가한다.
여러 장 짜리 워드 보고서를 만들고 싶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전체 복사했던 내용들을 그대로 쓰거나 좀 더 풀어서 쓰면 된다. 대게는 '파워포인트 한 장 = 워드 한 문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급할 때는 파워포인트 본문의 이미지들을 그대로 붙여 쓰기도 한다.
일반적인 보고서로는 다음과 같은 형식을 추천한다.
1. 한 장 짜리 보고서(또는 워드 형식 보고서)
2.(중요 이슈 부분) 슬라이드 몇 장
2. 각 장에서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제 아래 슬라이드를 잠깐 보자. 우선 이름을 붙여야 한다. "러시아 유아복 시장의 매력"을 [왼쪽 어깨], "도시별 시장규모 분석"을 [오른쪽 어깨], "러시아 유아복 시장은 ~ 80%를 차지함"은 [메시지], "소스 : 러시아 통계청"은 [주석], 그리고 "그래프"가 있는 부분을 [본문]이라고 불러보자.
각각이 무슨 의미인지 혹시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각각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왼쪽 어깨] : 먼저 만들어진 스토리의 "목차"를 알려준다. 결국 현재 이 슬라이드가 현재의 스토리 하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2. [오른쪽 어깨] : 이 장의 "주제"를 보여준다. "러시아 유아복 시장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약 "시장 규모"와 "성장성"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면, 각 각을 슬라이드로 그리면 된다. 그중에서 이 장은 "시장 규모"에 대한 주제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3. [메시지] : 이 장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며, [본문]에서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본문]이 아니라 이 [메시지]가 핵심이다. [메시지] 없거나 무의미하게 쓰여있고, [본문]만 있는 슬라이드는 단순한 데이터의 전달에 불과하다.
또한 [메시지]는 [본문]의 데이터를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본문]이 [메시지]를 지원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메시지]는 오히려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 즉 스토리와 우선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4. [본문] :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메시지]를 데이터로 검증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슬라이드를 작성할 수 없다. 이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리서치도 하고, 돈을 주고 보고서도 사고, 출장도 가고, 동료들과 치열한 토론도 하고, 이해관계자나 전문가도 만나야 한다.
5. [주석] : 이 자료의 신뢰성을 전달할 수도 있고, 데이터 확인이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번에는 보고서의 취지가 (1) 보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 (2)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보고 받는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첫째, 보고 받는 사람이 만약 [메시지]에 이견이 없다면? [본문]은 보지 않고 넘어갈 것이다. [본문]은 원래 메시지에 이견이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본문]은 [메시지]에 대한 근거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본문]은 하나의 데이터로 나타나기도 하고, 두 개의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또는 좌우로 나눠서 인과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유사한 다른 데이터와 비교해서 보여줄 수도 있다. 반대하는 사람까지도 설득하기 위한 부분이므로 매우 논리적이고, 정확한 수치를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보고받는 사람은 데이터와 논리를 모두 따져보게 된다.
셋째, [메시지]는 [오른쪽 어깨]와 결합하여 내용이 구체화된다. 만약 "도시별 시장규모"를 보여주겠다고 하는 장표가 그 지역에서 제조된 생산량을 보여주고 있다면, 그 메시지는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메시지]는 보통 2줄 정도가 적당하며, 3줄을 넘어서는 경우 한 번에 읽기 곤란해서 보고받는 사람이 당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 [소스] 등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성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슬라이드 작성이 한결 명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