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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일 도슨트 Apr 06. 2020

진흙 속에서 진주처럼 빛나고 있는 마을, 옹플뢰르

노르망디지역에 필수 방문 지역, 옹프레르 Honfleur

노르망디는 자연적으로 유럽에서 보기 힘든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갯벌입니다. 프랑스에는 지중해, 대서양의 바다가 있는 데, 보통 조수간만의 차가 많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휴양지로 대부분을 이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노르망디는 조금 다릅니다. 밀물, 썰물 차이가 최대 15m까지 나지요. 그것을 제일 잘 보여주는 곳이 몽생미셀입니다.


파리에서 센 강을 따라서 바다로 향하다 보면 자연스레 뻘을 만나게 되는데, 한국의 서해바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갯벌로 검은, 회색빛이 가득한 지형을 바라보면, 이곳에는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조개 안에 진주가 있다면 큰 행복이 되는 것처럼, 거대한 목적지의 경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입니다.


옹플레르
Honfleur, Calvados(칼바도스 주)


옹플레르Honfleur가 공식적으로 나타난 것은 노르망디 공작이었던 리처드 3세에 의해서 11세기부터입니다. 그 시기부터 저희가 방문했었던 노르망디의 수도였던 루앙 Rouen에서 강과 바다를 건너 잉글랜드 대륙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죠. 그리고 영국과의 백년전쟁 때에는 샤를 5세에 의해서 도시 성벽이 강화됩니다. 하지만 영국군에게 빼앗겼다가 다시 찾았고, 이곳에서 출발해 누구나 알고 있는 영국의 도시 샌드위치 Sandwich를 역으로 공격합니다. 이상하게도 지금은 자매도시이고요.


대항의 시대, 거대한 무역이 배로 운반되던 시기에는 무역과 모험의 시작지로 번영하게 됩니다. 1503년에는 브라질 해안을, 1608년에는 사무엘 드 샹플랭 Samuel de Champlain이 캐나다의 퀘백 Quebec, 즉 새로운 프랑스 Nouvelle France를 만들기 위해 떠났던 항구입니다. 그는 신의 선물 Don-de-dieu이라는 배를 타고 생 로랑스 Saint lawrence 만에 요새를 건설한 것이 퀘백주의 시작입니다. 지금은 전체 프랑스 영토보다도 크고, 캐나다에서 공식 언어로 불어를 쓰는 곳이지요.그 이후에 서인도, 아프리카와 아조레조 지역을 넘나들면서 프랑스의 5대 무역항으로 성장합니다.

퀘벡주 건설 기념, 샹플랭 동상
화가들의 안식처 옹플레르, 생 시메온  La Ferme Saint Siméon


하지만, 1공화국 나폴레옹 시절 영국을 대항해서 내린 대륙봉쇄령Blocus continental 덕에 내르막길을 걸었지만, 이후에 프랑스의 사실적인 낭만적인 분위기의 풍경을 찾아서 온 화가들의 본거지로 변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합니다. 인상파의 대표 선두 화가 클로드 모네와 "하늘의 왕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외젠 부댕Eugène Louis Boudin 과 용킨트, 시슬리, 바지유등 예술가들이 모여서 옹플레르학교 école, de honfleur를 만들어냅니다. 특별히 그들이 머물렀던 생 시메온 La Ferme Saint Siméon은 조그마한 농장이었는데, 지금은 훌륭한 5성급 호텔로 변해있습니다.


생 시메온 농장 La Ferme Saint Siméon
생 시메온으로 가는 길 클로드 모네


구 항구, 생 카트린느 부두

옹플레르 Honfleur에 도착하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곳은 바로 구 항구Vieux bassin입니다.프랑스의 절대왕권의 상징인 루이 14세의 재상인 콜베르 Colbert에 의해서 명령(1681년) 되어 만들어져서, 이후에 성벽까지 더해져서 안전하게 보호를 받는 곳이 됩니다. 항구 안, 생 카트린느 부두Quai Sainte-Catherine의 집들이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총 40개의 집들이 틈 없이 지어져서 물에 반사되어 비치는 집들은 지금은 식당들이 메우고 있습니다.


리트외낭스 Lieutenance지방 감독관의 거처와 배

항구에서 눈여겨보았던 시가지 안쪽으로 더 자세히 들어가면 옹플레르 독특한 건축적 유산들이 보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옹플레르를 표현할 때, 바로 "그림과 같은 골목길ruelles pittoresques"이라고 합니다. 콜롬바쥬 Colombage 식 나무로 만든 길을 걷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바로 꺼내서 사진을 찍게 됩니다. 저도 그런데, 아름다움을 찾아 떠났던 화가들은 붓을 가만히 놓지 못했겠지요, 지금도 날이 좋은 날이면, 골먹 어귀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괴짜 음악가, 에릭 사티 박물관


예술가라고 하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 외에도,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가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마을에 걸맞은 연주가이자 음악가에릭 사티 Eirc satie가 있습니다. 옹플레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파리로 직장을 이주하면서 파리에서 유년기를 이어나가지만, 6살이 되던 해에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할머니 곁에서 자라면서 유년기의 생활을 옹플레르에서 다시 이어나갑니다. 소극적인 아이에게 우울하고 조용한 시기를 버텨낼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은 오르가니스트에게 음악을 배우면서 접하게 된 "교회 안 음악 소리와 창 너머로 비춰주는 빛"이었다고 합니다.


에릭사티 1909년의 모습



에릭사티 생가Maison Satie는 그가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낸 곳으로, 구 항구에서 시가지로 연결되는 길로 연결된 집들과 상점들을 구경하다가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에릭 사티를 추모하며 만든 공간에는, 독창적이고 유머스러운 때로는 괴짜 같은 음악세계를 빛과 음악, 조형물 등을 통해서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안에서는 마치 우주전시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의 대표 연탄곡(4개의 손으로 연주, 즉 2명) "배 모양의 3조각 Trois morceaux en forme de poire" 을 연상시키는 "배"모양 이 반겨주는 이곳은, 옹플레르에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매주 화요일 휴관,

10:00 - 19:00(5월- 9월)

11:00 - 18:00(10월-4월)

(1-2월은 동계휴관)


생 카트린느 목조 성당 L‘église Sainte Catherine


카트린느성당 L‘église Sainte Catherine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성당입니다. 옹플레르가 점령 당한 후, 7여 년 만에 영국군을 몰아내었지만, 예배드릴 곳이 같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급하게 도시의 조선공들은 선대 바이킹들이 배를 만드는 방법과 동일하게 나무를 가지고 빠르게 성당을 세웁니다. 15세기에 처음 만들어진 성당은 시장을 모방해서 만들어졌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바로 옆에 똑같은 형태로 성당이 건설되어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부의 천장 볼트 volt 부분은 배를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바이킹의 후예들인 노르망디지역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성당과는 다르게 종탑이 분리되어 있는데, 이는 목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번개로 화재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서입니다. 외젠부댕과 용킨트가 그렸곳이기도 합니다.


<종탑>
<왼편 15세기, 오른편 16세기>
<목조로 이루어진 성당 내부, 기둥과 나무>



노르망디의 빛이 아름다운 도시, 옹플레르 Honfleur, 마을 곳곳이 그림 한 편과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이곳을 방문하지 않을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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