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내가 취직을 했다고 했을 때 저게 과연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라며 걱정을 하셨다. 작은 키에 작은 목소리를 가진 나는 만차인 버스에서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칠 만큼 내성적인 아이였다. 처음 보는 사람, 처음 가는 곳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던 나는 입학식과 새 학년이 되어 반이 배정되는 날이 가장 떨렸던 것 같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미션과도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보다 곧잘 적응해 나갔다.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졌지만,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한 나는 편안한 내 집이 생기면서 나만의 공간이 주는 안정감에 빠져들었다.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괜한 에너지 소비를 할 필요가 없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과는 점점 관계가 소홀해지고 아이 없는 전업주부는 혼자 놀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금쪽상담소 김혜성 편'을 보다가 저거 딱 내 얘기 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향형 체크리스트를 해봤을 때 나는 5가지 모두에 해당되었다. 1번인 돌아가는 길에는 혼자 오늘 일을 정리하면서 가는 것이 좋고 2번처럼 약속을 잡고 나서 막상 당일에 나가기 싫어 핑계를 대고 취소한 경우도 없지 않다. 3번은 1시간은 물론 하루종일도 잘 지낸다. 4번 코로나 시기가 오고 나서 나는 전과 후의 달라진 점을 모를 만큼 평온한 삶을 지냈다. 실제로도 코로나에 걸린 적이 한 번도 없다. 5번의 경우는 특히 공감하는데 나 같은 J형 사람은 만일을 위한 상황도 대비하기 위해 늘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허둥지둥한 것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내향형에서도 극내향형에 속하는 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낯가림이 심해 싹수없다는 오해를 받기 일쑤였다. 인사를 하는 것도 연락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성격이고 어색한 상황에 무슨 말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몰라 입을 닫는 일이 많아 이런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나 같은 내향인들은 불평불만보다는 묵묵히 맡은 바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한 후 나만의 공간에 돌아와 나만의 즐거운 일을 하는 것으로 나만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나간다.
나 같은 경우에는 기분이 울적한 날은 무조건 초밥을 주문한다. 초밥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꽤 비싼 메뉴를 선택해 먹으면서 기분을 해소한다. 또는 맛있는 커피 한잔과 독서를 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스스로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시련이 오는데 그럴 때마다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을 한다면 그 상대도 결국 지치게 된다. 기분이 엉망일 때는 스스로를 가라앉힐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나만의 지론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이다. 기분도 좋지 않은데 굳이 술을 먹어서 몸과 마음을 엉망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술은 기분이 좋을 때 마시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혼밥, 혼술 등이 유행하면서 나와 같은 극내향인들은 오히려 즐거운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짧디 짧은 점심시간을 나만을 위한 휴식시간으로 보낼 수 있고, 퇴근 후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되고 퇴근 후 자신만의 즐거운 일들로 가득 채울 수 있으니 정말 행복했다. 살아보니 배우자가 있어도 개인의 행복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 관계도 위태로워진다. 개인이 먼저 행복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해진다. 무리에 속하지 못한다고 해서 속상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혼자다. 약간을 쓸쓸함도 즐기며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