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양 Mar 28. 2024

엄마, 아빠라는 호칭이 어색해.

어느 날 갑자기 집사가 되었습니다.

결혼 10년 차

엄마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나날이었다.

수많은 실패로 좌절만을 겪어오며

나는 결국 이번 생에는 엄마소리도 한번

못 듣는 처지가 되겠구나 싶었다.


처음 가을이를 데려오고 나를 어떻게 지칭해서

부르는 것이 좋을지 고민스러웠다.

아마 내가 난임이 아니었다면 당연하게 엄마, 아빠라고

불렀을 호칭이 선뜻 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호칭을 생략한 채

자그마한 가을이를 살뜰히 돌봤다.

아주 작고 까칠했던 가을이는

집에 온 첫날밤 낯설어 계속 울었고

소파뒤에 숨어 나오질 않았다.


이렇게 우리는 고양이 집사는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음날 아침에 되자 금세 적응해 집안을

돌아다니는 씩씩한 가을이를 보며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사고뭉치 가을이는

꽤나 난폭해 물기도 하고 발톱을 세웠댔지만,

내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24시간 케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는 호칭뿐이 아닌 마음까지 진짜 가을이 엄마가 되었다.


남편은 여전히 자신을 아빠라고 지칭하지 않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가을이를 위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 셋의 어색한 동거는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 식구가 생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