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집사가 되었습니다.
작디작은 500g도 안 되는 고양이가 나를 힘들게 할 줄이야.
내 나이 곧 마흔을 앞둔 시점.
친구들이 헬육아로 힘들어할 때 속으로
"지가 낳은 애 키우는 게 뭐 그렇게 힘들다고 징징거리지"라며
한심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참고로 이때는 연일 시험관실패에 허덕일 때라 마음이 곱지 못했다.)
모든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누구도 그만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다.
아주 좁아터진 속을 가진 상태로
성장하지 못하고 나이만 먹은 상태인 나였다.
입질이 심했던 가을이는 꽤 까칠한 고양이였다.
지금 돌이켜 봐도 "진짜 가을이는 처음부터 까칠했지"라며
우리 부부는 회상한다.
마주한 첫날도 발톱을 세우며 밀어냈고,
엄청난 울음소리를 냈으니 말이다.
주변 집사님들에게 물어보면 순한 성격의 고양이들은
처음부터 발톱도 내지 않고 물지도 않았다는 말을
많이 하는 걸 보면 어릴 때부터 남다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처음 일주일은 후회의 연속이었다.
내 발목만 보면 물어대는 통에 발이 사라질 지경이었다.
자기 키의 두 세배되는 곳도 점프를 계속 해대고,
내 책들을 물어뜯기까지 했기 때문에
나는 하루종일 안절부절이었다.
그러다 결국 나는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꽤 까칠한 고양이를 골랐구나'
어느덧 두 살이 다 돼가는 가을이는 제법 똑똑해
말귀도 잘 알아듣고 엄마 껌딱지라 애교도 부린다.
하지만 여전히 고집이 쌔고, 싫은 건 싫은 아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나 같은 걸 골랐네."
그렇게 말하면 모두들 나를 쌤통이란 듯
비웃는다.
아이는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그동안 나는 나이만 먹었다는 걸
가을이를 키우며 절실히 깨달았다.
엄마가 되어봐야 어른이 된다더니
나는 이제 겨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