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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양 Jul 03. 2024

내가 살아야 할 이유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갑자기 찾아온 불행에 나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는지 정말 재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할 말을 잃었다.


타고난 건강체질인 남편과 달리 아픈 곳이 너무 많은 나는 면역력이 약해 늘 골골한 편이다. 난임으로 힘든 와중에 부인과질병을 얻어 치료를 하느라 여러 번의 시술을 했고 지금은 추적관찰 중이다. 하지만 끈질기게도 바이러스는 소멸하지 않았고 여전히 내 몸속에 남아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아랫배가 딱딱해지며 배가 묵직하게 느껴져 산부인과를 갔더니 난소에 10센티의 혹이 발견되었다. 주먹크기만 한 게 내 뱃속에 자리 잡고 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난소물혹, 난소낭종으로 폭풍검색을 했고 의견서를 받아 대학병원 예약을 하기로 했다. 난임으로 시달리던 나에게 자궁질환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다. 임신에 대한 기대는 접었지만 이유 없는 난임과 이유 있는 난임은 나에게 전혀 다른 문제였다.


몸이 안 좋으면 최악의 생각까지 해버리게 된다. 남편은 왜 그렇게까지 생각하느냐 별일 아닐 수도 있다. 혹여나 암이라고 해도 치료받으면 된다며 나를 위로했지만 무기력한 나의 마음을 위로할 수는 없었다.


결혼 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던 나의 삶에 희망은 없었다. 여러 번의 실패로 희망은 버린 지 오래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시간만 흘려보냈다. 긴 기다림 끝에 결국 실패했고 나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아이가 있었다면 동기부여가 되어 더 열심히 인생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딱히 물욕도 없기에

그저 그런 삶을 유지하며 살았다.


하지만 가을이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온전히 믿고 따르는 가을이는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남편이 있지만 남편의 손길도 거부하는 아이라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입원한 첫날부터 가을이는 퇴근한 신랑옆에도 가지 않고 안방에 처박혀 잠만 잤다고 했다. 내가 있을 때는 늘 잠을 이겨내면서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아이였기에 이해가 안 됐다. 입원해 검사를 하느라 하루를 비었을 때도 옆에 오지 않고 잠만 잤다고 했는데 역시나 밥도 안 먹고 잠만 잔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영상통화를 걸어서 밥을 먹으라고 어르고 달래서 밥을 겨우 먹였다.


교수님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다행히 악성은 아닌 것 같고 전이나 유착도 없다고 관찰추적만 잘하면 되는 경계성 종양이라고 말씀하셨다. 나팔관 한쪽을 잃었지만 생활에 지장을 줄 수준도 아니라고 하셨다. 고통을 잘 참는 편이고 다행히 무통주사도 부작용 없이 잘 들었다. 수술한 다음날 빠른 회복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병동을 몇 바퀴씩 돌았다. 덕분에 내일 퇴원을 하기로 했다. 이제 가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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