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양 Jun 11. 2024

고양이 딸 눈치 보기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딸과 아들의 차이처럼 고양이 딸과 고양이 아들도 차이가 분명히 있다. 수컷과 암컷의 차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에서도 온다. 낭창하고 애교가 많은 수컷과 달리 암컷은 꽤나 예민한 편이다. 주 양육자가 암컷이다 보니 새끼를 지키기 위해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강아지는 보통 암컷이 순하다고 알고 있었기에 고알못이었던 나는 암컷이라 좋았다. 하지만 남편은 예민한 암컷 고양이에게 몹시 서운해한다.

가을이는 주 양육자인 나에게는 애교가 많은 편이지만, 남편은 놀이를 해주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편이라 손길을 거부할 때가 많다. 직접 헤드번팅을 하기는 하지만 남편이 다가가서 만지는 것은 거부하며 뒷걸음질을 치기 때문에 가끔은 내가 봐도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너 밥 사주는 사람이야"라며 혼내기도 하지만, 가족이 된 지 1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만지면 뒷걸음질 치는 가을이다.


소리에 예민해 벨소리만 들려도 숨고, 고층이지만 지나가는 차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가을이가 밥을 먹거나 빗질을 할 때면 되도록이면 소리를 내지 않고 가만히 있어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한다.

엄마 껌딱지지만 붙어서 자기보다는 마주 보고 자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적당한 거리감 가지고 있는 가을이의 비위를 맞추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만난 수컷들은 확실히 처음 보는 사람들을 봐도 아무렇지 않게 선뜻 다가오고 헤드번팅을 해준다. 또한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금세 친해지는 편이었다. 그에 비해 가을이는 새로운 사람에 대해 몹시 경계를 하고, 늘 내 뒤에 숨어있는 편이다. 단, 예외는 우리 엄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방문하면 숨지 않고 누워서 편안하게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평소에 가을이는 내 감정을 잘 알아챈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을 분명히 알고 말귀도 잘 알아듣는 아이다. 고집이 편이지만, 의사소통이 된다고 느껴질 만큼 말을 듣다 보니 요즘은 나의 고민이 생겼다. 가끔 남편과 싸움을 할 때면 내가 큰소리를 낼 때 가을이가 바로 분위기를 알아차리기 때문에 나는 요즘 난처하다. 매번 같은 실수를 하는 남편을 혼낼 때면 가을이는 하지 말라는 듯이 내게 다가와 핥거나 헤드번팅을 하면서 말리기 때문이다. "아.. 이래서 아이 앞에서 싸우지 말라고 하는 건가"싶을 정도로 요즘 고양이 눈치를 보느라 화낼 일이 있으면 밖에 나가서 말하거나 방문을 잠그고 들어가서 조용히 말을 하게 된다.


단둘이 살다 보니 눈치 볼 사람도 없었고, 부딪치는 일이 있으면 몇 시간이고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엄마아빠가 싸우는 걸 보면서 가을이가 놀라거나 상처받지 않길 바라면서 자제를 하고 있다. 물론, 우리 부부에게는 결과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고양이 딸 덕분에 싸움도 빨리 끝나고 웃으며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가 있다는 것은 부모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보다.


올해 결혼 12주년이 되어가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신혼부부 같다는 소리를 듣는데 여전히 어른으로써의 성장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 딸 덕분에 간접 부모 체험을 하고 있으면서 깨닫는 일들이 참 많아.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