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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는 "중국홍콩"의 얘기를 할 준비가 되었는가?

by 황리오

홍콩올림픽위원회 산하 각 체육회는 자기 이름에 국가명을 포함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 국제 사회에 "중국홍콩(中國香港)"이라는 이름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귀속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기조 아래서 이 같은 움직임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잘 알려진 사실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과한 행위로 여겨지지만, 이것은 중국 본토에서 꽤 흔했다. 홍콩의 이름이 중국에서 쓰인 기사에 나올 때마다 국명이 지명 앞에 굳건히 놓여 있다. 마카오와 대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북경(北京, 베이징), 상해(上海, 상하이), 광주(廣州, 광저우)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특별한 곳들을 이야기할 때, 만일 국명을 놓치면 수많은 비난과 공격이 쏟아질 것이다. 이러한 비애국적인 허술함이 중국 네티즌의 눈에는 반역 의도의 증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애국"을 최고의 지도원칙으로 여기는 홍콩 체제는 당연히 지명에 국명을 붙이는 대열에 동참하는 데 열심이다.

홍콩관광청의 사이트

하지만 해외 관광객들에게 홍콩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홍콩관광청은 국명이 기구 이름에 붙이지 않는다. 웹사이트 도메인 이름인 "discoverhongkong.com"은 홍콩을 발견하자고 하지만, 여행객이 발견하는 곳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특별히 알려주지 않는다.


홍콩이 코로나 봉쇄로 인해 국제 금융 센터의 지위를 잃을 뻔했을 때 정부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래서 홍콩금융관리국은 국제투자정상회를 조직했다. 정부 인사들은 홍콩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했지만 투자자들에게 '다시 돌아온' 곳은 중국의 도시라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또한 미국이 홍콩 제품이 중국산 임을 인정하기를 원했을 때, 홍콩 정부는 이러한 정치적 올바른 조치를 환영하기는커녕, "메이드 인 홍콩"과 "메이드 인 차이나"를 구분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에 강력히 항의했다.

홍콩금융관리국 조직한 국제투자정상회

그렇다면 홍콩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명을 붙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해외 사례가 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세 피난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가 좋은 예인 것 같다. 같은 군도에 미국령도 있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기 위해 "영국령"이라는 단어를 지명에 붙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이곳의 공식 명칭이 그냥 "버진아일랜드"이다. 심지어 현지 정부는 지명에 국명을 붙이지 말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영국령을 본다면, 지브롤터는 특히 논란이 많은 곳이다. 이베리아반도의 남쪽 끝에 있는 이 도시에 대한 영국과 스페인의 분쟁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 정부는 지브롤터의 주권을 계속 주장하고 지브롤터 사람들은 주민의 영국성을 계속 강조하지만, 지명에 "영국령"이나 "브리티시(British)"를 넣을 것을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예가 있다. 이름만 본다면 브리티시컬럼비아가 영국의 일부처럼 들리지만, 지리적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들은 이곳이 캐나다의 한 주라는 것을 안다. "브리티시"라는 형용사는 민족주의나 제국주의 때문에 붙이는 것은 아니라 한 남미 나라와 태평양 섬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머무른다.

국명을 붙이는 것은 해당 지역의 주권이나 소유권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혼동이 있을 수 있고 구분이 필요할 때 공식적인 명칭 변경이 없더라도 언론과 대중은 스스로 국명을 붙일 것이다.


단 하나뿐인 홍콩이 언급될 때 아무도 헷갈리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뭔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역사의 관점에서 홍콩을 바라보면, 지명에 국명을 붙이는 시기가 있다. 이 시기는 “영국령 홍콩”이다. 어쩌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홍콩은 정부가 지명에 국명을 붙이는 집착의 이유인 것 같다.


영국령 홍콩의 암울한 세월에, 선거를 거치지 않은 총독은 평화로운 어촌을 타락시키고 세계적인 재벌 집중지를 만들었다; 이제의 중국홍콩에는, 위대한 주석 서기의 연설 정신을 부지런히 배독하는 애국자들이 1인 1표식 행정장관을 선출한다.


이것이 홍콩 정부가 간절히 원하는 좋은 이야기라면 과거와의 구분은 당연히 필요하다.


체육회들에 새로운 이름을 바꾸도록 요구하는 것 외에도, 행정장관은 팔고 있는 좋은 이야기들이 중국홍콩의 이야기라는 것을 먼저 세계를 향해 분명히 말해야 한다.


원문: https://hongkongfp.com/2023/01/14/is-the-government-ready-to-sell-chinese-hong-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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