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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ay 23. 2023

내가 남자라면 어떤 여자를 사모하고 욕망할까?


성실하게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하고자 하지만, 매일의 유희거리 역시 개발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책임감과 의무감으로도 살 수 있지만, 영양소 공급을 위한 끼니 목적 이상의 미식을 탐하듯이 정신적 사치도 필요하다. 아니 에르노는 열정적 사랑을 느끼며 사는 것이야말로 사치라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열정적 사랑을 느끼며 살기에는 다소 인위적인 노력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끓는 것 같은 성욕도, 버거운 불안도 치명적인 결핍도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요즘의 나날 속에서 나는 옅은 권태감을 느낀다. 권태 속에서 문득 '내가 남자면 어떤 여자를 사모하고 욕망할까' 하는 주제로 문장을 적어봤다.

미스테리

소유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고 충분히 파악되지 않음. 양파처럼 끊임없이 까도까도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상반된 면모를 지녔다. 일명, 반전매력. 때문에 손쉽게 카테고리화할 수 없음. 미스테리하다.

양성성

상반된 면모 중 하나를 들자면 양성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원시적 본능과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전형적인 곡선미와 여성의 미덕을 갖고 있지만, 남성적인 성향과 미덕도 갖추고 있다. (동성은 소통하기 더 편하며, 친숙하다는 느낌을 주며, 더욱이 남성들은 나르시시즘이 있어서, 여성이 여성적 외모에 남성적 기질을 갖고 있을 때 나르시시즘적 동질감을 느끼면서 그를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 이해받을 수 있는 친구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면이 있는 듯. 스아실 양성적인 사람들은 남녀 불문 다소 예측불허하며 신선하고 현대사회 적응에 보다 유리한 면모를 갖춘 셈인데 어쩌면 이들은 자기 안의 음양의 에너지를 모두 인정한 내추럴하고 자유로운 상태라서 섹시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양성적 그녀의 매력은 동물적인 매력을 넘어 지성적이기도 하고 소울풀하기도 하다.

프로페셔널

능력있고 경쟁력있고 자기 일에 프로페셔널하다. 나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알지만 때로 자기 일이 나와의 관계보다 1순위인 것 같아 서운하게 하거나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는 때가 있다. 자기 일에 몰두할 때는 상당한 수준의 몰입력을 보인다. 멋지고 존경스럽고 든든하면서도 불안감이 든다.

건강한

운동을 포함한 건강관리에 철저하며 능숙하다.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어떤 음식이 잘 맞고 어떤 음식이 맞지 않는지, 영양학적인 지식도 갖췄다.

도전하고 당당하게 요구할 줄도 아는

도전욕, 성취욕, 승부욕, 쟁취욕이 있는 모습이 있다. 자기 욕망을 소중히 여긴다.(이런 사람이 타인의 욕망을 불편해하거나 터부시하지 않거든) 원하는 것을 꼭 갖고자 한다.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욕심과 집중력을 낸다. 도전적인 스포츠도 즐길 줄 안다. 자신의 꿈을 향해서도 끊임없이 도전한다.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를 원할 때 그녀의 눈빛에는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강렬하면서도 담백한 눈빛이다. 그녀는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 때에는 직선적으로 당당한 태도다. 묘하게도 무례한 느낌은 아니다. 나에겐 거절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고, 나 또한 그녀에게 요구할 수 있기에.

높은 소셜 지능

연출력이 뛰어나다. 심미안이 발달한 편이며, TPO에 맞는 옷차림이 무엇인지 적절하게 아는 현명함을 지녔다. 이 뿐 아니라 상황과 자리와 목적에 맞는 적절한 컨셉과 애티튜드를 갖췄다. 자유로워보이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자기 중심이 있는, 합리적 원칙주의

관계에 있어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며 우선순위가 분명하다. 공적인 관계든 사적인 관계든 마찬가지다. 그녀는 설득력있는 자기 원칙을 마련하고 지키기에 모두가 그를 존중하며 다소 어려워하기도 한다.

편안하고 친근한

편안하게 상대를 릴렉스시켜주고 무장해제시켜주기도 한다. 유머러스하고 재치가 있다. 편안한 사적인 모임에서는 여유있고 이완된 모습을 보여준다. 소탈하고 인간미 있다. 후줄근한 상태에서 감자칩을 먹으며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시시껄렁한 농담과 수다를 나누기에도 좋은 사람이다.

우아하고 위엄있는

침묵할 때는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장소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기도 한다. 그럴 때는 동물로 치면 초식동물보다는 육식동물을 연상케한다. 긍지와 위엄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선택을 받은 나 역시 특별한 사람처럼 여겨지며 그녀의 긍지와 위엄이 나에게까지 흘러들어와 함께 누릴 수 있다. 그녀의 침묵은 우월감과 특별한 안정감을 선사해준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물론 연약한 모습도 노출한다. 보호본능과 소유욕을 느낄 수 있다. 주로 그의 상처나 슬픔을 엿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의 모습조차 아름답다. 멜랑꼴리를 느낄 때조차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있다. 피해의식, 과다한 원망, 히스테리나 집착이 없고 담백하며 고독하기 때문인 것 같다.

뛰어난 표현력

언어적, 비언어적인 애정표현력이 뛰어나다. 장기적 파트너가 된다면 그 애정을 누릴 수 있을 것 같고, 미래의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도 특별한 애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나를 인정하고 지지하며 성장시켜줄 수 있는

나의 잠재력과 가치를 예리한 표현력으로 인정해준다. 특별한 사람이 주는 인정이기에 더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실질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나에게 칭찬과 격려를 할 때에는 내가 원하는 방식의 표현법이라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

신뢰할 수 있는

의리있는 면모가 있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확신이 자기가 선택한 주변인과의 관계에도 흘러들어가는 느낌이다. 약속을 잘 지키고 성실하며 자기 사람에겐 최고의 것을 해주려는 경향이 있다. 즉 그녀의 최종 선택을 받는다면 그녀의 특별한 헌신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관능적이고 자유로운

섹스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생활은 보수적인 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유롭고 유연해 놀라움을 준다.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수줍은 모습도 있으며 야성적인 모습도 있다.

그럼 나는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은가? 생각해보자면...

글쎄, 마땅찮게 떠오르는 게 없다. 뭐 굳이 적자면 문장화시킬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현재 내 욕망은 내가 원하는 남자를 만나는 데 있다기보단, 나 자신이 원하는 여자가 되는 것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뭐, 그렇다고 위에 적어놓은 이상적인 여성이 되겠다! 는 결심이 선 것도 아니다. 그저 권태감을 좀 덜어내려는 일환으로 작성해봤을 뿐.

여하튼 여자처럼 남자도, 상대가 자신을 강렬하게 욕망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한다. 지속적으로는 아니고 순간적으로(잔잔바리한 애정은 좋지만 강렬한 애정은 지속적이면 부담스러움), 드라마틱하게 경험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전제는, 다소 어려울 만큼 매력적이고,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태도의, 나보다 우월해보이는 여성이어야 그녀가 주는 집중도 있는 애정공세가 황홀하게 느껴지는 것.

참 재미있다. 매력이라는 힘은 권태를 이기는 특효약이긴 한 것 같다. 권태로울 때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걸 보면. 그러나 나는 여전히 사람을 판단할 때 매력보다는 그가 멀쩡한 인간인가, 조울증 및 정신질환 없이 건강한 편인가를 중시하긴 한다. 건강하거나 아니라면 자기 수련이라도 꾸준히 하거나, 그렇지 않고 유혹술만 있는 타입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끼지도 않기에 1차적으로 거른다. 선한 가치관, 합리적이고 현명한 처세술, 아름다운 성품을 갖추는 데 투자하는 게 더 중하고, 그 다음에 남아도는 에너지가 있다면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매력 자본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가를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매력이란 게 꼭 이성을 유혹하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라 자기 마케팅 능력,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력이기도 해서... 메타인지도 어느 정도 높아야 한다. 그러니까 매력의 기술과 설득의 기술도 한 끗 차이인지도 모른다. 매력은 좋은 포장지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기대하게 하는 것과 내용물의 차이가 없다면,(차이가 크면 과대포장, 사기)상대를 설득시켜 장기적인 관계 유지가 가능하겠지.

한편 내적 아름다움의 요건이 뭘까... 싶기도 한데, 어떤 사람은 고통 속에서 아름답고 어떤 사람은 추해지는 걸 보면 그 차이가 무엇인가 고찰해보고 싶어진다. 자기 컴플렉스를 남에게 투사하고, 고통의 원인을 남 탓 하는 데 돌리는 사람들은 일단 별로 매력적이지가 않은 것 같고, 그 다음으로는 정체성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우하냐의 문제가 참 중요하다.

돌아와서 실제의 내 연애에 대해 생각해봤을 땐, 뭐 대단한 연출을 하고 싶은 의욕은 역시나 없는 것 같고... 그냥 상대의 가치관이 나를 불편하게 할 때, 체력적 여유가 있다면 그것을 대충 넘기지 말고 태클을 걸어봐야겠다는 새로운 방침을 세워보려 한다. 그게 상대와 나에게 더 진실하게 구는 것이니까. 때때로 정의를 위해 평화를 깨부술 때도 있는 것인데, 내 평화주의자적인 태도는 지나치게 게으르고 안일하지 않은가 싶거든.

그건 그렇고, 마릴린 먼로 책 읽는 사진들 너무 좋다. 나는 잠재적 양성애자 맞는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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