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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Nov 23. 2022

Manners maketh man

킹스맨의 영국 신사 영어 따라 하기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 

비록 타고난 체형은 어쩔 수 없더라도 슈트를 입으면 행동부터 달라진다. 마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에그시(테론 에거튼)가 슈트를 입은 뒤로는 말도 행동도 해리(콜린 퍼스)처럼 바꾼 것처럼. 슈트를 입은 해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하고, 단정한 목소리의 영국 악센트는 귀를 즐겁게 한다. 물론 우리가 슈트를 입는다고 해리와 같을 수는 없다. 해리의 영국 악센트를 똑같이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영어 속에 들어있는 신사의 태도는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배워보자. 해리처럼 영어 하기. 




Manners maketh man.


초반에 등장하는 킹스맨 요원 랜슬롯(잭 데이븐포트)은 깔끔하게 상대편을 제거한 뒤 멋진 포즈로 말한다. “Professor Arnold, Let me take you home.” 자신이 한 일을 생색내지도 않고, 빨리 뜨자며 서두르지도 않는다. 정중하게 “집까지 모셔다 드리지요”라는 그의 말에는 신사로서 그가 가진 태도가 모두 담겨 있다. 보기에 따라 ‘오그라든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지나치게 정중하고 상냥하지만, 적과 싸운 직후에도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스타일리시함이야말로 신사의 특징일 것이다. 말끝에 ‘Please’만 붙인다고 해서 공손한 것이 아닌 것이다.



Speak slowly, clearly.


킹스맨 요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흘리거나, 빨리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물을 영어로 발음할 때도 미국에서 ‘워러’라고 하는 발음을 또박또박하게 ‘워터’라고 한다. you’ll 대신 you will을 쓰는 등 축약형도 지양하고, 슬랭이나 욕은 당연히 사용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글자에 가깝게 발음하고, 천천히 말하기까지 하니 억양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오히려 이해하기 쉬워진다. 여기에 킹스맨 요원들은 지금 바로 런던을 간다 해도 들을 수 없는 말을 쓰곤 하는데, makes의 옛날 형태인 ‘maketh’를 사용하는 것이 그 예다. 최신식의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그 모양은 장우산처럼 옛날 신사들이 착용할 것 같은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 그들 몸에 밴 라이프스타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Be nice and gentle.


해리는 에그시를 두고 자신을 귀찮게 하는 무뢰한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Boys, I’ve had a rather emotional day, so whatever you beef with Eggsy is, and I’m sure it’s well founded. I’d appreciate it if you could just leave us in peace until I’ve finished this lovely pint of Guiness.” 줄이자면 “내가 남은 맥주 마실 때까지 좀 참아주게나” 같은 말을 참으로 예의 있게 하는 해리의 화법은 상대가 아무리 무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당황스러운 상황이나 무례한 사람을 만났을 때 적당히 대꾸할 말을 준비해 놓는 것도 신사의 화법 중 하나다. 다만 해리는 이렇게 상냥하게 나와도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매너가 사람을 만들지”라며 가게 문을 잠그고 직접 매너를 가르치기도 한다.



Valet? Valet!


해리가 에그시의 슈트를 맞추러 간 곳에서 밸런타인(사무엘 잭슨)과 마주쳤을 때, 그는 에그시를 새로운 발렛이라고 말한다. 또한 에그시가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신분을 위장할 때도 멀린(마크 스트롱)에게 파일럿을 졸업하고 발렛이 되라고도 한다. 그때 멀린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는데, 이것은 발렛이 번역된 것처럼 업무 수행을 위한 비서의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하인에 가까운 의미이기 때문이다. 발렛은 예전에 세탁물 등을 처리하던 남자 하인에서 온 말로, 킹스맨 요원들은 신분을 따지고 옛날식 영어를 쓰는 이들이니 그 뜻 그대로 쓰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콜린 퍼스는 과거 [오만과 편견]에서 귀족의 풍모를 원 없이 보여준 사람이다 보니, 이 단어를 정말 입에 쩍쩍 붙게 사용한다. 





Make pun.


에그시는 처음에 F***를 달고 산다. 기분이 나빠도 F***, 죽을 위기에 처해도 F***. 하지만 신사라면 기분이 나빠도 그 기분 나쁨을 저급한 언어를 사용해 표현하지 않는다. 설령, 파티를 취소하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기부하러 온 상대에게 내놓는 만찬이 맥도날드일지라도 나오는 길에는 “Thank you for Happy Meal”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해피밀’이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동시에 즐거운 식사를 뜻하는 중의적 의미를 이용한 말장난이다. 식사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 같지만, 정중한 초대 자리에 맥도날드를 대접해 모욕을 주려 한 발렌타인을 비꼬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렇게 두 가지나 그 이상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이용한 말장난을 ‘pun’이라고 하는데, 유머러스하지만 가시 있는 말을 무기로 지녀야 할 킹스맨의 신사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Exaggerated expressions.


킹스맨 요원들의 영어는 ‘posh english’라 할 수 있다. ‘posh’는 우아한, 고급스러운 스타일리시함, 그리고 상류층 등을 뜻한다. 이를테면 posh는 사람이 물에 빠졌더라도 “Help!”라 외치면 외면하고 “Excuse me, sir. I'm terribly sorry to bother you, but I wonder…(후략)” 같은 식으로 정중하게 요청해야 구해준다는 농담도 있다. 그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상황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와 말투는 여왕을 비롯한 귀족들이 사용하는 것이어서 영국은 물론 영어권 전체에서 쓰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영국 배우가 미국 토크쇼에 나오면 경우에 따라 자막이 나오기도 할 정도라니, ‘posh english’를 쓴 킹스맨 요원들의 영어를 자막 없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해서 자책하지 말자. [킹스맨]에 나오는 옷차림이나 말투는 실제 영국에서 보기 쉽지 않다.





Treat everyone the same & be social.


[킹스맨]에서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귀족부터 에그시의 말처럼 인생이 나의 선택으로 흘러가지 않는 노동계층까지 계급을 옷차림과 행동, 말투 등을 통해 명확히 나눈다. 에그시가 대표하는 이 노동계급을 차브(chav)라고 하는데, 19세기 집시 언어에서 유래된 말로 ‘어린이’를 의미한다. 이들은 일탈 성향의 십 대를 대표하는 트렌드인지라 소위 ‘양아치’ 같은 느낌이 난다. 옷차림으로는 주로 운동복에 모자, 운동화를 신는 옷차림. 즉 슈트를 입기 전 에그시의 옷차림이다. 이런 에그시가 해리를 만나 신사가 되는 것이 [킹스맨]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해리는 말투가 아닌 사람을 얼마나 편안하게 하는가를 신사의 조건으로 말하고, 그는 자신과 생활환경이 다른 에그시를 편견 없이 가능성(“I see young man with potential”)을 발견하고 믿어준다. 해리의 말투나 슈트핏을 따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똑같이는 아닐지라도 닮아야 할 신사의 본질 아닐까.






*본 칼럼은 2015. 03. 03 ize magazine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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