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비 육아

새로운 육아와 교육 트렌드가 생겨나기를 바라며

by Lessismore

[파이낸셜뉴스] '여보,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는 애한테 80만 원짜리 명품 가방? 옷이랑 신발까지 합쳐 300만 원을 쓰자고?'


한국 소식을 접하면 기쁜 뉴스보다 불안하고 무거운 소식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 되어가는데, 곧 돌아가야 할 현실을 떠올리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특히 사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저희 아이는 아기 때부터 해외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태교 시절에 읽은 책들 가운데 요즘 유행하는 온화한 육아 방법보다 단호한 원칙을 강조하는 책에 더 공감했고, 이후로는 다정함보다 원칙을 중심에 둔 양육을 지향해왔습니다. 또한 '공부머리 독서법'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책을 중심으로 키우기로 마음먹었고, 지금까지도 책 읽기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상하이에서도 사교육에 열심인 한국부모들이 있지만, 한국처럼 과도한 사교육을 그대로 옮겨오기는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예를 들면 여기에서 피아노 레슨은 1회 50분에 5만 원이 가장 저렴하고, 태권도는 1회 60분에 4–5만 원 정도입니다. 방학 특강 형식의 영어 수업은 주 5일 수업이 60만 원에 달하고, 초등 수학 개인 과외는 1회 90분에 7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이런 가성비의 문제로 저는 사교육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우리 아이에게 더 잘 맞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곳은 유튜브 접근이 제한되어 있어 아이가 자연스럽게 휴대 전화를 멀리하고 책을 통하여 세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교육을 하지 않으니 자유 시간이 많고, 그 시간만큼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초등 고학년부터는 독서 기반의 논술 수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논술 역시 결국 책을 많이 읽고 배경지식을 쌓는 것이 본질이라 보고 아이에게 별도의 논술 수업을 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완전한 저소비 육아라고 말하기엔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고 있어 민망한 면이 있지만, 한국에서 교육 환경을 위해 국제학교를 보내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곳 국제학교에서 만나는 외국인 부모들은 아이에게 명품 외투나 값비싼 가방을 사주는 경우가 드뭅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운동장에서 뛰노는 것을 더 좋아하고 수영이나 축구같은 스포츠에 집중합니다. 국제학교가 영어 학원을 대신해주리라 기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오히려 국제학교는 '영어로 모든 것을 가르치는 곳'에 가깝습니다. 즉 영어를 배우는 장소라기보다, 영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전제하는 곳입니다. 그럼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학교에서 지원하는 영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수업을 받고 정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워갑니다. 쓰기에 치중된 영어가 아니라 놀면서 배우는 말하기 영어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금방 배워가더라고요.


또한 많은 국제학교는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가정에서도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하도록 부모에게 협조를 요청합니다. 이 점은 한국의 현실과 크게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과목이 사교육에 의해 보충되고,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필수품처럼 자리 잡아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쉽게 노출되면 책보다 영상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모든 부모님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휴대폰을 쥐어주고 책을 보라고 말하거나 논술을 해야하니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고가의 가방이나 운동화, 다른 집 아이들도 다 하니까 보내는 학원이 아닌, 학령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발달 기회와 부모의 꾸준한 관심이 아닐까요? 모든 아이들이 같지는 않기 때문에 내 아이를 가장 잘 파악하는 것은 학원 선생님이 아니라 부모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지금까지는 자연스럽게 사교육 없이 지내왔는데, 앞으로도 아이가 진심으로 원할 때에만 필요한 수업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수업에 억지로 참여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미 저의 경험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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