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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광섭 May 13. 2021

화알못이 쓰는 "공기의 연금술" 독후감

공기의 연금술

굶주림과 질병은 일상이었고 고통은 참는거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던 인류의 삶의 질을 끌어 올린 1등 공신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일 겁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화학은 가장 큰 공헌을 했지만 현대인들이 화학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공해나 중금속,독극물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향은 공포 마켓팅과 결합해서 "일체의 화학 성분이 들어 가지 않은 친환경적인 제품" 이라는 웃음이 나는 광고 문구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화학 성분이 안 들어 갔다는 것은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가 없다는 건데 그러면 암흑 물질로 이뤄지기라도 했다는 겁니꽈..)


화학공학을 통해 생산된 제품중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장 큰 것중에 하나는 바로 화학비료일 겁니다.


화학 비료를 통해 생산된 농산물은 유기농에 비해서 몸에 해롭고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으니까요.


과다한 화학비료 살포로 인한 환경 문제는 공감을 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대비를 해야 하겠지만 이보다 더 불편한 사실은 화학비료가 없다면 고기는 지금처럼 흔하게 먹을 수가 없고 더 나아가 70억이 넘는 인구중 상당수는 아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은 화학 비료(질소 비료)를 개발한 위대한 2명의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와 초기 화학 공학과 그들을 둘러싼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질소는 공기중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심지어 과자를 사면 가득 채워줄 정도로 흔한 원소이자 농작물이 잘 성장하기 위한 필수 성분이며 폭탄을 만드는 데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기중에 풍부한 질소는 땅에는 늘 부족했고 토양에 질소를 고정하는 박테리아가 있는 콩류 식물을 같이 심거나 휴경을 하지 않으면 질소 부족으로 인해 지력이 떨어져서 작물 수확량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페루에서 질소가 풍부한 구아노가 발견되어 이를 채굴해서 비료로 사용했지만 고갈되었고 이어서 칠레에서 대규모 초석 광산이 발견되었지만 무한의 자원이 아니었으므로 이마저도 고갈될 경우 식량부족으로 멜서스의 우울한 예언이 실현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20세기초에 팽배했습니다.


하버는 오랜 연구끝에 공기중에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보슈는 이를 지속적으로 개량하여 하버-보슈법으로 실용화하고 이 과정중에 개발한 고온고압 공학기술은 현대 화학 공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둘은 이런 업적을 바탕으로 부와 명예를 걸머쥐었고 보슈는 독일의 화학 기업인 바스프의 수장에 올랐고 작은 소도시만한 화학 공장을 건설하고 나중에는 바스프, 바이엘, 아그파등이 합병한 초대형 기업인 이거파르벤의 회장에까지 취임합니다.


하지만 이 둘의 말년은 비극적이었습니다. 


유대인 출신의 하버는 공기중에서 빵을 만들어 냈지만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할 정도로 열렬한 국수주의자였고 1차대전에서 독일이 승리하고자 공학적 지식을 사용하여 독가스 개발을 지휘하고 실전에 사용까지 합니다.


촉망받는 화학자 출신이었지만 하버를 내조하기 위해 전업 주부가 되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하버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그의 부인은 독가스까지 개발한 그때문에 절망감에 빠져 자살하게 됩니다.


하버는 독일인보다 더 독일인이 되고자 했지만 정권을 잡은 히틀러는 공직에서 유대인 축출 계획을 세우고 하버도 이에 따라 부와 명예를 잃고 쫓겨나서 타국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합니다.


위대한 화학공학자이자 사람보다 기계를 더 좋아했고 이때문인지 사람들의 감정에는 무심했고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던 전형적인 엔지니어였던 보슈는 합성가솔린, 합성고무등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히틀러와 나치에게도 좋은 평을 받아서 국가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냅니다.


하지만 히틀러의 면전에서 무분별한 유대인 축출이 독일의 화학과 공학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눈치없이 직언하고 이때문에 히틀러의 노여움을 사고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나중에는 회사 경영에서도 물러 나게 됩니다.


불우한 말년을 보내던 보슈는 연합군이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서 짓고 운영한 공장을 폭격하는 몽상에 빠지며 자신이 합성고무와 합성가솔린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2차 대전이 이리 오래 가지 않았을 거라고 자책하며 숨을 거둡니다.


2차대전 말기에 연합군은 대규모 폭격기 편대를 이끌고 보슈가 건설한 화학공장을 지속적으로 폭격했고 베를린보다도 더 방공망이 강했던 보슈의 공장은 지속적인 폭격에 무너지면서 독일의 무조건 항복으로 2차 대전은 막을 내립니다.


화학비료 개발과 당시의 시대상을 다룬 이 책은 저처럼 화알못이 읽어도 빠져들 정도로 너무 재밌으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장하며 미지막으로 책을 통해 알게 된 흥미로운 지식들을 정리해 봅니다.



1. 화학비료 공장이 사용하는 대량의 에너지 - 외곽에 위치했고 대부분이 관심없지만 인류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 거대한 비료  공장들은 엄청난 에너지와 물을 소비하며 대략적으로 전 세계 에너지의 1% 를 사용합니다.


2. 페루와 칠레의 새똥 전쟁 - 질소를 풍부하게 함유한 초석의 산지를 쟁탈하기 위해 페루와 칠레는 1879년에서 4년간 새똥전쟁이 벌어지고 칠레가 승리하며 초석 수출로 엄청난 경제적 부를 거머쥐게 됩니다. 


3. 핑퐁 외교로 미국과 수교한  중국이 제일 먼저 요청한 것은 대규모 비료공장 건설이었고 이는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으로 피폐해진 중국의 농업 생산성 향상에 큰 기여를 합니다.


4. 세계 최대 비료 공장은 러시아에 위치하고 있는데 고온고압 공정을 하는 탑의 높이는 무려 100m 에 이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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