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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경 Apr 08. 2019

<생일> 단평

생일

감독 : 이종언

제작 : 이준동, 이준하, 이창동

출연 :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외


'정일(설경구 분)'은 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다. 하지만 아내인 '순남(전도연 분)'은 그를 매몰차게 대하고, 오랫동안 헤어진 탓인지, 딸인 '예슬(김보민 분)'은 그를 낯설어한다. 그 이면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들 '수호(윤찬영 분)'의 죽음 때문이었다. 참사 3주기와 수호의 생일날이 다가오는 때, 정일과 순남, 그리고 수호의 이웃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슬픔을 받아들인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한다. 정확히 말해 비극을 경험한 당사자와 그 주변인들의 삶을 담아낸다. 나락으로 떨어진 남성 가장과 이혼 가정이  이야기의 주체라는 점에서 등장인물들의 모티브가 쉬이 떠올려지지만, 그것은 특정 당사자의 반영이라기보다는 슬픔을 치유하는 이들의 단면으로 드러날 뿐이다. 순남의 태도처럼, <생일>은 세월호 참사 전후의 디테일을 생략한다. 그 대신 당사자들의 공동체적 연대감과 내부 갈등, ‘역차별 특혜’와 ‘금전적 보상’을 논하는 외부자들의 악의 없는 폭력이 공존하는 평범한 삶으로 시선을 향한다. 실화 기반 서사와 가족해체에 대한 담론은 비극의 당사자들에 대한 정서적 존중과 더불어 일상 그 자체의 충실함을 통해 깊이 있는 울림을 담아낸다. <생일>의 영화적 가치는 그렇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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