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우리 동네나 집에 초대하면 꼭 데려가는 곳이 있다. 내가 매일 걷는 길, 속도와 기분에 따라 때론 산책이 되기도 하고 때론 운동이 되기도 하는 걸음을 걷는 그 길이다. 그곳은 집에서 약 3분 거리에 위치한 공원이다.
공원 중심에 위치한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는 가쁘지 않은 걸음으로 약 십 분, 호수의 끝자락에서부터 다시 또 이어지는 습지를 따라 또 한 십여분을 걸어가다 보면 올림픽대교 위를 지나 한강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로 이어진다. 잔디와 나무, 호수와 습지를 지나 확 트인 한강뷰의 야경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에 이르기까지. 멀리 나를 만나러 와 준 그 마음에 보답하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 길을 소개해주는 것, 그 길을 함께 걷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 길을 참 좋아한다. 걷기가 주는 유익을 알게 해 준 곳, 마음이 지칠 때면 쉴 곳이 되어준 곳, 멀리 나가지 않아도 나를 그렇게 품어줄 곳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그 길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려고 했다. 처음 그 길을 발견했을 때에는 숨겨져 있는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남편을 데리고 나갔다. 가족들이 집으로 놀러 오면 굳이 굳이 그곳으로 데리고 나갔다. 친구들도 마찬가지.
삶에 지쳐 있든 그렇지 않든 이 길은 나에게 그랬듯 그들에게도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었다. 아니, 그러길 바랐다. 함께 걸으며, 걷기가 나에게는 굉장히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낯설고 오랜만인 일이라는 데 놀랐다. 물론 매일의 일상생활 속에 당연히 걸어 다니는 행위를 하지만 그런 걷기가 아니라 오로지 걷기를 위한 걷기 말이다. 그래서 나와 만나는 시간만큼이라도 억지로 걷게 하고 싶었다.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만히 카페에 앉아 있을 때는 꺼내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넓은 자연 속에 내어놓게 된다. 서로의 눈을 마주 보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그렇게 말해도 그 이야기가 무겁지 않게 바람과 함께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그 길을 함께 걸으며 누군가는 상실과 이별의 아픔을 쏟아냈고 누군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경쟁 속 어떤 길을 선택해 걸어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걸으며 지나치는 사람들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들, 우연히 엿듣기라도 하면 모두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들 그렇게 이 길을 나선 걸까.
겨우 내가 할 수 있는 위로와 격려로 감히 할 수 없는 그 간극을 함께 걸어주는 것으로 메꾸어주고 싶다. 그 걸음 속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길, 아니, 해답을 찾는 것보다 먼저 포근한 위로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어느 날부턴가 이곳까지 찾아온 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냥 같이 걸으러 나가자고 말한다. 그 걸음이 지친 지친 스스로에게 작은 생기를 불어넣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늦었지만 나도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