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 만드는 마음근력
"선생님, 이번 주는 한 번도 학교에 못 갔어요."
진료실에 들어온 서희(가명)는 자리에 앉자마자 첫 입을 떼어 저에게 보고합니다. 서희는 학교에 잘 가지 않아서 병원에 오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서희처럼 학교에 가는 것을 유독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서희는 가끔 학교에 가도 친구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따돌림이나 학교폭력문제는 없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약도 잘 먹었고, 기분도 그렇게 우울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희는 왜 학교에 가지 못할까요?
저는 그 힌트를 서희의 ‘특별했던’ 어린 시절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서희는 어릴 때부터 지루한 것을 유독 힘들어했고,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심심하다고 칭얼댈 때마다 새로운 장난감과 영상을 보여주었고, 가족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특별한 체험, 캠핑, 해외여행을 자주 해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즐거움은 특별한 이벤트에만 있고, 평범한 일상은 지루하고 견뎌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특별한 일이 있으면 가지 않아도 됐던 학교가, 이제는 특별한 일이 있어야 가는 학교로 뒤바뀌어버렸습니다.
요즈음 초등학생들 사이에는 해외여행, 평일 놀이공원 방문 등을 이유로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학교를 결석하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심지어 이런 체험학습 없이 매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부르는 ‘개근거지’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아이의 또래관계를 위해 일부러 여행을 고민하는 경우도 회자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특별한 이벤트와 즐거움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반복되는 평범한 오늘 속에서 자신의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라는 것을요.
우리 아이를 ‘당당한 개근거지’로 만드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온갖 중독의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 가장 단단한 마음 근력을 키워주는 최고의 교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