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하늘에 둥둥 뜨는 고민

by 가가
고민이 가득한 시작

머리가 아파서 깼나. 이 고민은 언제쯤 해결될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최근에 고민이 많아서 밤에는 괜찮아지다가도 일어나면 리셋이 되고 만다. 고민만 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아침부터 바쁘게 준비해서 외출하고 할 일을 마무리했다. 여전히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할 일이 끝나서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 멈춰 섰는데 문득 하늘과 푸르른 나무가 눈에 보였다. 오랜만에 본 하늘이었다. 해가 지면서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나무도 서서히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맑은 날 저녁의 풍경이었다.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지금 당장 해결될 수는 없고, 고민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 해도 늦지 않다. 단지 그때까지 내가 뭘 하면 결정에 도움이 될지 고민을 더 하는 거 같다. 내가 멈춰 서 있고 뒤처지는 거 같아도 묵묵히 하다 보면 되겠지!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해보자. 내가 고민 탓에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고, 멈춰있는 거 같아도 내 고민도 하루는 이렇게 해볼까? 하루는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하루하루 바뀐다. 하늘이 파랗다가 어두웠다가 먹구름도 꼈다가 매일매일 달라지는 것처럼.


공원 산책

주황빛으로 물들던 파란 하늘은 어느새 주황 하늘이 되었고 시원하지만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불고 나무가 흔들린다. 아침부터 하던 고민을 떨쳐내지 못하고 속에 간직하고 울상인 채 산책을 했다. 복학해야 할까, 휴학을 계속해도 될까, 주변에서 어떻게 바라볼까, 복잡한 생각들 속에서 사람들이 보였다. 6시, 어떤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의 풍경이었다.


학생 ㅣ 책가방을 멘 학생이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걷는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중고등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때도 그때 나름의 고민을 하고 살아왔지만, 그때의 힘듦은 다 추억이 되어 아름답게 보인다. 공부에 강박을 느껴서 매일 우는 날도 있었고 아프고 힘든 날도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집에 달려가고만 싶었는데, 공부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되는대로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극복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언젠가부터 집에 있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공부를 같이하는 시간이 좋아졌다. 석식 안 먹고 편의점에 가서 라면을 먹고, 때로는 국밥을 먹고 돌아왔는데 야자시간에 늦어 꾸중을 들은 적도 있었다. 작은 일탈이 행복했고, 되돌아보면 힘들었던 기억보다 행복한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 지금은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다. 고민이 해결되고 시간이 지나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루고 나면 지금의 생각들과 어려움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복했던 기억들이 더 기억에 남아있겠지?


직장인 ㅣ 한쪽 팔에 가방을 걸친, 또는 백팩을 멘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퇴근한다. 나는 지갑과 스마트폰만 들고 산책한다. 나도 얼른 취직해서 가방을 메고 직장인들처럼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해서 퇴근길에 산책하고 싶다. 올해 초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취직에 성공하면 유예해서 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고 싶었다. 완벽한 계획이었고 순탄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직장인이 되는 것이 먼 미래라고 생각해 왔는데, 휴학하고 준비하는 입장이 되어보니까 직장인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인다. 지금은 또 휴학해서 미래를 준비할지 복학해서 좀 더 힘들더라도 미래를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고민이 양분이 되어 취직에 성공하고 나도 오늘 바라본 그들처럼 직장인이 되면 지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할아버지 ㅣ 파란색 모자를 쓰고 파란색 외투를 걸친 할아버지가 산책한다. 파란색이 잘 어울리신다. 할아버지는 운동도 하시고 정말 부지런하신 거 같다. 할아버지는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셨고 어떤 경로로 운동을 하실까? 청사 주변에서 운동하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보인다. 헬스장에 갈 때도 그렇다. 하는 말씀들을 들어보면 ‘조금이라도 해야지, 실퍼도 해야주(‘싫어도 해야지’의 제주 방언) 이런 말을 들었다. 오늘도 헬스장에 가고 싶지 않아서 산책이라도 했지만 반성하게 된다. 헬스장에 가려고 준비는 다 했지만, 막판에 마음이 바뀌어서 반대로 걸었다. 열심히 운동을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싫증이 나고 피곤하더라도 조금이라도 해야겠다.


아이와 어머니 ㅣ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달려간다. 어디로 열심히 뛰어가는 걸까 생각했는데 저 멀리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서 있었다. 아이는 열심히 달려가 어머니에게 안겼다. 짧은 이야기를 하고는 어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안아 다정하게 걸어갔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도 아이일 때는 엄마가 많이 안아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많이 안아드려야겠다. 최근에 엄마를 안아드린 적 있나 생각해 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본가에 자주 가지 않고, 가더라도 잠깐 있다가 오고, 때로는 부모님이 바빠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지금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부모님을 자주 뵙고 시간을 자주 보내야겠다. 또 엄마에게 안겼을 때는 내가 힘들거나 울고 있어서 안긴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웃는 모습으로, 행복한 모습으로 엄마에게 안기고 안아드려야겠다.


1시간 남짓한 산책이었지만,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그 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들도 고민이 있겠지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도 고민만 하느라 우울해하고 힘들어하기보다는 하나하나 계획도 세우고 실천해 봐야지. 또 내가 사람들을 보면서 다짐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봐야지.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고민이 뭉게뭉게 떠올라 조금은 힘든 하루였지만 하늘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저녁에는 보다 나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