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휴학하기 전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던 이야기입니다! 힐링하는 방법을 찾게 된 이야기이죠!
벚꽃의 꽃말은 무엇일까? 벚꽃이 핀다는 건 곧 중간고사가 다가온다는 의미였다. 시험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조금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카공(카페에서 공부)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집 앞 카페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공부가 잘되는 장소긴 하지만 창문도 없고 살짝 답답하지 않을까? 이왕이면 바다를 보면서 공부하고 싶은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손님이 없을 때 오션뷰 카페를 찾아보았다. 도두 쪽 카페나 함덕 쪽 카페가 후보였는데 이동시간은 비슷했다. 조금 고민하다가 오늘은 함덕으로 고! 계획에 없던 일이라 아르바이트하러 갈 때 책을 가져오지 않았다.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 두꺼운 전공 책을 가지고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51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샘플리스트를 들으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카페로 향했다. 쭉 뻗은 도로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니 노란 유채꽃도 피어있고 바다도 보였다. 무엇보다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서 더더욱 좋았다. 집 근처를 벗어나 풍경을 바라보니 스트레스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5시쯤에 출발해서 6시에 도착했다. 누군가에게는 이동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지만 바다를 보고 3월 말의 조금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거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가보고 싶은 곳, 가야 하는 곳이 있을 때 버스를 장시간 타서든, 오래 걷든 떠났다. 그랬다고 이동시간 효율을 따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경로로 갈지 고민하고, 또 잔머리를 굴려 빠르게 가려고 하지만, 늦게 도착할 때도 있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한다고?”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한다. 이것도 내가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니까. 이런 과정들이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차고 기분은 좋다. 버스에서 내린 뒤 카페로 바로 가지 않고 가방을 메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해변을 걷고 싶었다. 봄이었지만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니 카페에 들어가서 책을 꺼냈다.
급하게 나오다 보니 필통을 못 챙겼다. 가방 속을 굴러다니던 볼펜만이 있었다. 책에 샤프로 표시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필통을 책상에 남겨둔 채 가방을 챙기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해수욕장 근처라 문구점은 없을 거 같았고 편의점에 가서 연필을 사기로 했다. 카페랑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연필이 없었다. 지도를 켜서 다른 편의점을 찾아보고 연필을 사러 갔다. 다행히 연필과 연필깎이가 세트로 팔고 있었다. 연필을 사고 다시 카페로 가서 공부를 시작했다.
봄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많이 없었고 카페는 한적해서 공부하기 좋았다. 공책 한 장을 찢어 연필 깎은 흔적들을 담아두었다. 책과 아이패드를 번갈아 가며 공부하고 공부 내용을 머릿속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슬프게도 공부내용이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바깥을 바라보았다. 깜깜해진 하늘에 에메랄드빛이었던 바다도 어둡게 변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손잡고 해변을 거니는 커플이 있었다. 신기하게 인스타 스토리로 주변 사람들이 놀러 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괜히 부럽고, 나는 왜 이러고 있지? 하며 신세를 한탄할 때가 많다. 그런데 바다에 가서 사람들을 보았을 때는 그런 마음보다는 그 모습이 아름답고 예뻐 보인다. 하나의 풍경처럼 보인다. 언젠가 함덕에서 버스킹을 하는데 가수를 빙 둘러싸고 사람들이 춤을 추며 빙글빙글 돌았다. 낭만 그 자체였다. 그 속에 들어가 놀고 싶었지만 소심한 탓에 그러지는 못했다. 공부를 끝내고 나와 산책하는 이들 속에 들어가 잠깐 바다를 산책했다. 해가 져서 조금은 쌀쌀했지만 탁 트여있어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실제 공부한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었다. 공부의 효율성 면에서는 이동시간과 공부 시간이 얼마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지만, 힐링하면서 해야 할 것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만족했다. 시험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코 앞에 닥쳐있다면 가까운 카페에 가겠지만, 좀 여유가 있다면 또다시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가든, 숲 속에 있는 카페를 가야지. 해야 할 것을 오래 하지 못하더라도 가끔은 더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힐링하면서 다시 열심히 달릴 힘을 키우고 또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야지. 나는 이렇게 마음이 지치거나 쉼표를 찍어야 할 때, 나에게 힘이 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