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대학에 다니는 동생이 연휴를 맞아 집에 온다고 했다. 동생이 부탁했던 네컷 사진 챙기는 것을 까먹지 않게 일찌감치 가방에 챙겨두었다.
밤 11시 무렵, 동생이 할 말이 있다며 전화가 왔다.
심각한 건 줄 알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네 컷 프레임을 ‘프레임만’ 나오게 찍어달라는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내가 나와도 되냐고 물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동생을 만나러 가기 위해 일어나서 준비하고 버스를 탔다. 집에 며칠 있다가 올 거여서 책이랑 이것저것 짐을 챙겼다. 집에 가서 좀 있다 보니 엄마가 오셨다.
오랜만에 엄마의 집밥을 먹고 엄마의 일을 도와드렸다.
물론 엄마가 만들어 주신 반찬들이 자취방 냉장고에 있어서 같은 반찬을 매일 먹지만 혼자 자취방에서 먹는 거랑 집에서 엄마랑 같이 먹는 것과는 천지 차이!!
아무튼 엄마의 일을 도와드리고 나물을 캐러 가기로 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는 나지만 향이 나는 나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물 반찬으로 젓가락이 향하지 않는다. 그런데 국물에 들어가 향이 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 예를 들어 미나리라던가 취나물이라던가 깻잎이라던가(순대볶음에 들어가는 깻잎은 원츄♡) 입맛이 별난 거로 하자.
소쿠리를 챙기고 귤밭으로 갔다. 겨울에 귤을 따러 많이 갔었는데 대학생이 돼서는 알바하고 또 이것저것 하다가 못 갔다. 어쩌다 보니 휴학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쉬고있어서 오랜만에 가게 됐다. 오히려 좋은걸까? 귤밭 한편에는 양하가, 또 다른 쪽에는 돌미나리가 자라고 있었다. 나는 양애(제주의 방언)라고 들으며 자라왔는데 표준어로는 양하라고 한다. 제사 때마다 엄마가 양하와 메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만드신다. 요리된 것만 보다가 땅에서 자라는 건 처음 봤는데 죽순이 자라는 것처럼 뾰족뾰족 자라나 있었다. 과도로 나물을 캐는데 마른 풀잎들이 흙을 덮고 있어서, 그 풀잎들을 누르면서 최대한 땅에 붙어서 캐야 했다. 하지만, 조금씩 위로 베고 길이가 애매한 것들은 베지 않아서 엄마의 손길이 한 번 더 가곤 했다.
양하를 다 캐고 취나물을 캐러 갔다. 무쳐져 있는 취나물만 봐서 취나물의 생김새는 잘 몰랐었는데, 하트 모양으로 생겼다. 그런데 취나물 옆에 취나물은 아니지만 하트모양의 잎도 있었다. 같은 하트모양이었지만 조금은 달라서 헷갈리지는 않았다. 나물을 캐는 땅이 살짝 기울어져 있었고, 또 쪼그려 앉아서 계속 캐려 하니까 힘들었다. 그래도 나무들로 둘러싸인 귤밭에서 바람을 맞으며 나물을 캐서 시원했고,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취나물을 캐는 데 눈앞에 깻잎 모양의 잎이 있었다. 광이 나지 않지 않고 뾰족뾰족한 부분이 작은 깻잎에 반해 그 잎은 광도 나고 뾰족뾰족한 부분이 넓으면서도 둥근 모양이었다. “깻잎은 아니지?”라고 엄마께 여쭤보니, 깻잎은 아니라고 하셨다. 엄마가 어렸을 적 산딸기를 따서 먹을 때 접시처럼 사용하셨다고 한다. 잎 이름을 말씀해 주셨는데 잊어버렸다ㅎㅎ 표준어로는 거북꼬리라고 하는데, 사투리로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집에 있는 귤밭의 돌미나리를 캐러 갔다. 꽃게탕이나, 볶음요리에 들어가던 큰 미나리만 보다가. 땅에 조그마하게 피어있는 미나리는 처음 봤다. 미나리를 캐보지 않았다면 그냥 잡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나리가 자라고 있는 면적은 다른 나물을 캘 때보다 좀 더 넓었고, 또 같은 자리에서 계속 캐야해서 쪼그려 앉아서 캤다. 물론 취나물을 캘 때도 쪼그려 앉았지만, 쪼그려 앉음으로써 오는 통증이 누적된 것인지 유독 미나리를 캘 때 몇 번은 일어서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처음 캐기 시작할 때는 끝이 안 보였는데 베다 보니 끝은 났다. 나물 세 가지 종류를 다 캐니 소쿠리 3개가 넘었다. 1시간가량 소요되었다.
부엌에 가서 나물 손질하는 것을 도와드렸다. 양하는 밑동 부분의 질긴 부분을 떼어주어야 했다. 다른 나물들은 손질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양하만 손질하고 엄마가 나물 무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매일 무쳐진 나물들만 봐왔고, 나물들을 잘 먹지 않았는데 나물 반찬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나물을 채취하고, 손질하고, 양념을 넣어 무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고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엄마가 나물을 캐러 가자고 했을 때, 놀러 가는 기분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쪼그려 앉는 게 힘들었다. 진짜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거 같다. 쪼그려 앉는 게 보통 일이 아니고 농사짓는 것이 진짜 쉽지 않다. 동생이 온다고 해서 엄마가 나물반찬을 여러 종류 만들어 놓으신건데 엄마가 너무 좋으면서도 뭉클했다. 내가 나중에 엄마가 된다고 했을 때, 나도 엄마처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지에 있는 자식이 온다고 하면 따뜻하게 맞아주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엄마.
이제는 취나물, 미나리를 먹는다! 그때 내가 직접 캐서 그런지는 몰라도, 먹다 보니 괜찮아졌다. 전에는 국물에 들어간 미나리만 먹었지만, 이제는 나물무침도 먹는다. 물론 엄마가 양념을 맛있게 만드시는 것도 나물을 먹는 데 한몫했다. 앞으로도 음식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알고 맛있게 먹어야겠다. 또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모든 일이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