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연구 시작을 위한 첫 걸음

초보 석,박사 연구생을 위한 실천적 연구 시작 가이드 (1)

by 빛날수있게

"박사가 되는 매뉴얼을 만들면 어떨까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말입니다. 학술 연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전인적으로 생각하면 학문 지식의 통달이겠지만,

아마 현실적으로는 졸업 또는 논문 게재 등의 성취를 얻는 것이 1차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아카데믹 연구 학술을 진행하다보면

이 분야 역시 일종의 테크닉으로 경험과 훈련을 통한 체화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나저나, '박사가 되는 매뉴얼'이 나올 수 있을까요?

순수한 질문에 그 자리에 있던 선배들은 모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는데요 ㅎㅎ


매뉴얼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표준화된 결과물과 그 결과물을 생성하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박사'는 무엇이고 그 결과물의 프로세스는 무엇일까요?

이건 마치 서울대에 가는 매뉴얼이라는 것이 있고

그 매뉴얼을 거치면 모든 학생이 서울대생이 될 수 있다고 홍보하는 학원 마케팅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박사 매뉴얼을 만들어서 배포했는데,

작성한 논문이 통과되지 못하면? 내 thesis를 완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요?

여기서 업무(Task) 와 학술적 성과의 근본적인 차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업무는 지시된 절차를 충실히 수행하면 일정 수준의 결과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학술 연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동일한 과정을 거쳤더라도, 결과의 타당성과 기여는 심사자와 학문 공동체의 판단에 의해 결정됩니다.

다시 말해, 냉정하게 말하면 과정의 충실함이 곧 성과로 직결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박사가 되는 매뉴얼’은 엄밀한 의미에서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정답을 재현하는 매뉴얼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견디는 방식, 문제를 정의하는 감각, 비판을 통과할 수 있는 논리를

구축하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로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있습니다.
‘누구나 같은 결과에 도달하는 매뉴얼’으로써 연구를 연구답게 만들어가는

사고의 프레임과 판단 기준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정답을 보장하는 절차는 없지만, 실패 확률을 낮추는 사고의 방식과 훈련의 구조는 분명 존재합니다.

연구를 연구답게 만드는 초기 단계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연구 주제를 어떻게 좁혀야 하는지, 무엇을 문헌으로 삼아야 하는지,

읽은 내용을 어떻게 내 지식으로 전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 기준을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좁히고 나면,

학술 연구는 일종의 기술(skills) 체계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체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단일 분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학제간 연구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이 접근이 더욱 유효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학문 언어와 방법론 사이를 오고가며 의미 있는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

그 태도와 관점을 익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략을 실현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논문)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연구가 성립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줍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박사가 되는 매뉴얼’이 아니라,

연구 논의의 장에 설 수 있는 사고의 프레임에 가깝습니다.


주제를 어떻게 발견하고, 문헌을 어떻게 읽고, 지식을 어떻게 축적해 나가는지를

단계별로 해부해 보고자 합니다.


매뉴얼이 아닌 가이드로서, 그러나 충분히 실천 가능한 형태로 말입니다.


그나저나 서론이 꽤 길어졌습니다만,

다음 내용은 좀 더 직관적이고 압축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를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서

연구 준비 과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실천적 연구 가이드 (1)


1. 연구 주제에 익숙해지기


흔히 연구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뭔가 대단히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주제를 생각해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연구는 작고 명확하며 실행 가능한 주제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도, 또 너무 주류에서 벗어난 주제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음 원칙에 맞춰 한번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주제가 적절한지 가늠해보세요.


1. 나의 시간과 또 나의 능력(기술)로 수행 가능한가?


아무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주제일지라도

그것이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면 연구 주제라기 보다는 소설 주제에 가깝습니다.


2. 이미 어느 정도 연구된 영역인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배경 위에 나의 기여를 쌓아 올린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남들이 밝히지 않은 것은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혹은 의미가 없거나 일 수 있습니다.

내 연구의 주요 키워드로 검색했는데 선행 논문이 별로 없다면, 그것은 좋은 사인이 아닙니다.


3. 기존 연구 위에 새로운 관점 또는 방법을 더할 수 있는가?


학술 연구는 독점의 영역이 아니라 오픈 빅 데이터에 가깝습니다. 내 지식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알고 있는 것을 넓히는 것으로 생각해보세요.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 부족하거나, 혹은 틀렸거나 혹은 같은 결과지만 다른 방법이거나 이 지점이 바로 연구자의 기여점입니다.


<주제 좁히기 프로세스> = 초기 문헌 검색 (Initial Literature Search)


초반부터 좁히고, 또 좁히는 것이 좋습니다.


1) 1차적으로는 폭넓은 주제를 숙지합니다.

나의 평소 관심사나 또는 누군가의 추천 혹은 사회적인 이슈 혹은 또다른 목표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이 부분 삶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키워드를 추출하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이러한 주제 숙지 단계에서는 학술 저널과 회색문헌을 동시에 교차하며 파악해나갈 수 있습니다. 엄격한 품질 기준보다는 연구의 동향과 흐름을 이해하는 맥락 습득이 목표가 됩니다.


① 학술 저널

피어 리뷰 존재

임팩트 팩터 등으로 품질 판단

② 회색문헌 (Grey Literature)

UN·정부 보고서, 통계 데이터, 학위 논문 등

피어 리뷰는 없지만 정책·현실 맥락 이해에 중요


2) 학문적 용어와 개념 학습

일반 현실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학문의 용어는 다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개념의 정의가 매우 다릅니다.


제 연구 분야인 '프라이버시'를 살펴볼까요? 프라이버시의 뜻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흔히 스팸 전화가 걸려오면 우리는 '아, 프라이버시가 없네'라고 생각하죠? 이 프라이버시는 뭘 의미하는 걸까요? 추상적으로 이럴 것 같다가 아니라, 정의에 따라 명확한 선이 그어집니다.

프라이버시의 학술적 개념은 학문 분야에 따라 다릅니다.

사회학 분야에서는 '나를 드러내고(감추는) 싶어하지 않는 마음 ' 그 자체를 통용한다면,

정보 시스템에서는 '나를 지칭할 수 있는 인적 정보를 공개하거나 공개하지 않는 결정'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용어를 습득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목표로하는 주제의 분야를 매우 좁혀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문적인 용어를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다시 선행 연구들을 파헤쳐나갑니다.

탐색적 독서를 통한 양적인 확장이 중요합니다.


탐색적 독서 (Exploratory Reading)

모든 텍스트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연구와 ‘관련 있는지 없는지’를 빠르게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이 부분에서 AI의 효율성이 매우 높아졌지만,

본문을 읽지 않고 AI 툴에 의존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번역 정도에만 AI를 활용해보시고 나중에 급한 마감에 시달릴 때 활용을 늘리세요.


결국 논문을 작성할 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원 텍스트 형태를 익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하나의 논문이라도 읽고 점차 그 양을 늘려가면서 속독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가장 쉬운 스키밍은 Abstract 위주로 읽는 것입니다.


후에 다시 설명드리겠지만,

기술적 글쓰기 관점에서 논문 본문과 초록(Abstract)은 아예 다른 글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마치 영화를 제작할 때에 트리트먼트(혹은 시놉시스)와 실제 영화 영상이 다른 수준 (까지는 좀 지나치지만,)

이렇게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탐색적 독서를 위한 4가지 질문을 염두에 두면서 논문 읽기를 시작해보세요.

이 주제에 대해 이미 무엇이 알려져 있는가?

사용되는 핵심 이론·개념은 무엇인가?

어떤 연구 방법들이 사용되어 왔는가?

아직 답이 없는 질문은 무엇인가?


속독 전략에서는 이미지화가 매우 효율적입니다.

제목 → 초록 → 키워드 순으로 필터링

개념 간 관계를 도식화 (머릿속으로만 해도 괜찮습니다)

이론적 틀을 시각적으로 정리 (이론 틀을 정리한 문헌 리뷰 논문을 읽어봐도 괜찮습니다)

완전 이해가 목적일 때만 정독


3) 흥미롭고 의미 있는 지점 추출

이 부분은 쉽게 생각하면 내가 재밌게 읽은 소수의 논문 몇 개를 짚는 것과 같습니다.

초보자의 눈으로 논문을 보면 수없이 많은 레퍼런스의 모음집처럼 보입니다.

분명 연구자의 주장을 담는 것이 논문이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다른 연구자에게 따온 것이 많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정확히는 이 레퍼런싱은 '인용'이 아니라 '이해'에 가깝습니다.

(인용은 유사도 검증을 통해표절의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이 밝혀온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해서 다시 나의 언어, 나의 지식, 나의 주장으로 재가공한 것입니다.


이러한 논문이 지닌 구조적 엄격성이 후대의 연구자 입장에서는 지식 습득 효율성을 가져옵니다.

내가 흥미로운 하나의 논문만 발견해도, 그 논문에 레퍼런싱된 선험 지식들이 함께 딸려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2)에서는 용어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 저명한, 인용 수가 많은, 오래된 혹은 일반서에 실릴 정도의 고전 논문들을 살펴본다면 3)에서는 최신의, 유명 저널의, 연구 업적이 탄탄한 연구실(연구자)의 신규 논문들을 위주로 탐색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수의 흥미 논문을 위주로 체계적 독서를 해보세요.

텍스트를 구성 요소로 분해해서 읽는 것입니다. 읽고 다시 정리가 중요합니다.

핵심 개념, 중심 논쟁, 주장과 근거, 반복되는 논점, 결론과 시사점을 재구성해보세요.


이 때 중요한 원칙은 나의 연구 주제에 중요한 문제와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연구 논문에서는 중요하게 기술된 (내 입장에서의) 사소한 문제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식의 출처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국 논문에 실릴 수 있는 출처와 실릴 수 없는 내 머릿 속의 출처가 뒤섞일 수 있습니다.

레퍼런스 리스트를 만들 줄 안다면 이 때부터도 실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뛰어난 리스트 정리 툴은 많으니, 그것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4) 뾰족한 연구 질문으로 수렴


이제, 정리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 부분은 논문 쓰기를 위한 독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만의 문헌 정리표를 만드는 것입니다.

개념별로 문헌을 정리하고, 각 문헌에 대해 원문 표현과 이를 재해석한 나의 표현를 덧붙입니다.

왜 유용한지, 핵심 개념은 무엇인지, 이 내용이 담긴 구체적인 페이지 번호는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입니다.


초기 준비 과정만 서술하였는데도,

굉장히 지난한 과정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대부분 연구는 아이디어보다 준비 과정에서 갈립니다.

좋은 연구 질문은 폭넓은 탐색과 체계적인 정리의 결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대의 융합 연구의 핵심은 다양한 자료가 아니라,

빠른 훑기와 정석적이고 성실한 정리를 통한,

개념 간 연결 능력에 있습니다.


[정리]

연구 주제의 핵심 키워드와 이론 인지

학술 문헌의 종류 이해

검색 엔진과 데이터베이스 활용 능력 높이기

주제와 관련된 핵심 개념·이론을 최대한 많이 파악

내 연구에 유용한 통찰(방법·관점)을 발견


학제간 연구에서의 중요 포인트

서로 다른 학문 분야의 개념·이론을 이해하고 연결

공통 키워드가 아니라 개념적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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