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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May 19. 2022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나 혼자 진행하면서.


 나는 예전부터 글쓰기를 도전해보고 싶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글쓰기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써야 하는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글쓰기에 관한 책만 읽으면서 미루기만 하고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번엔 석사를 진행하면서 기말 페이퍼 작성과 논문을 쓰면서 글쓰기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번에야말로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생각해봤다. 


 그러다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후에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해소되면서 이후에도 자신감 있게 쭉 블로그를 관리해 나간다는 글을 읽고서 나도 해보기로 했다. 그분이 수강하셨던 강의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던 최진우 강사분의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였다. (위이 책 저자분이시다.) 


 저 강의 외에도 100일 글쓰기의 인기가 꽤 있었는지 많은 문화센터에서 이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다른 분들의 수강후기를 읽어보면서 공통적인 사례를 알아챘는데, 바로 특별한 기술을 가르쳐주기보단 100일 동안 포기하지 않게 관리해주고 글쓰기가 어떻게 매일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수업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260,000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하기보다 혼자 진행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강사분의 책을 사서 읽었다. 그리고 혼자서 진행하기 때문에 수강자들과의 소통이 전무한 상태로 진행하면 중간에 포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강사분이 수강자들에게 일정 마감시간을 정해주고 그 시간 내에 제출하도록 닦달한다고 했다. 하지만 혼자 진행할 경우 그런 것도 없을 것이니 누군가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브런치가 그나마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해서 누가 들어와서 봐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내 글은 처음 일주일은 몇 번의 퇴고를 거치고 2-3시간은 기본으로 소모했다. 그러다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고는 최대한 안 하는 쪽으로 바꿨다. 학교 수업이나 논문을 쓰는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고 싶었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생각했던 소재는 한 달도 되지 않아 다 떨어졌고 뭘 써야 할지 막막해졌다. 나에 관한 이야기, 그날그날 아이디어들, 영화 리뷰, 문학 리뷰 등등 뭘 쓰고 싶은지 뭘 써야 할지 내가 뭐에 관심이 있었는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많은 분야를 시도했다. 독자분들의 좋아요 버튼이 많이 눌리면 그 분야로 가야겠다고 결심을 하다가 좋아요가 많지 않은 날이 오면 재미가 없어져 금방 주제를 바꿔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면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두뇌도 익숙해져 갔다. 게다가 초반에 내가 가지고 있던 글 쓰는 두려움이 많이 해소가 되었고 재미까지 느껴졌다. 글을 쓰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고 어느 주제에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이기도 하고 자신감도 상승했다. 


 세 달째가 되면서 내가 글을 쓰면서 가지고 있던 무의식을 발견했는데, 독자들에게 쿨하게 보이고 싶고 뭔가 멋진 현자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가 그것이었다. 글을 쓴다는 작가로서의 바보 같은 우쭐함 같을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자만심은 글을 쓰다가 '이런 생각은 들키고 싶지 않아.' 하면서 고치고 지워버렸다. 이제 나는 바보 같은 내면을 독자들에게 들키는 게 두렵지 않게 됐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나를 포장하는 행위가 아닌 생각을 공유하고 실수를 깨닫는 과정에 대한 회고이며 상처로부터의 치유임을 알았다. 


 마지막 10일을 남겨두고 나는 내가 뭘 쓰고 싶은지 발견했다. 과거에 받았던 상처들을 열어 하나씩 들여다보며 나를 포용하는 과정에 대한 치유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다. 


 100일의 글쓰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작성하면서 나의 바보 같은 글에 좋아요을 눌러주신 분들과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그리고 구독을 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에너지를 얻어 길고 긴 마라톤을 끝낸 기분입니다. 논문도 마치고 여행도 조금 더 즐기면서 쉬고 진지하게 글쓰기에 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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