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맘의 눈물겨운 AI 탐험기

AI랑 글 써 봤어?

by 우아해

살만 칸. 첫 아이의 수학 선생님이다.

그의 칸미고를 빼고 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비영리 교육어플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인 그는 이제 교육 연구가로서 빌 게이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교육 불평등 해소와 개개인의 완전학습을 목표로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기반의 AI 개인교사 칸미고를 개발했다. 그런데 아직 영어버전 뿐이라 매우 아쉽다.


거창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질문을 통해 발전적인 사고를 유도하여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어쩌면 유대인의 하브루타와 닮아 있다. 교육의 본질은 이렇게 통하는구나.

그의 저서 [나는 AI와 공부한다]의 서두에 그는 그의 딸과 칸미고가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내용을 실었다.

이거다!!!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계와 대화하며 내가 원하는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활동이 가능하다니 유레카다. 게다가 기계의 기술적인 도움으로 더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면 제로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 아닌가?

현재 유튜버로서 정체기에 빠져있는 첫째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첫째는 그림 관련 유튜버다. 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AI의 등장으로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장벽들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AI가 당신의 자리를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AI를 잘 다룰 줄 아는 누군가가 빼앗을 것이다."

-[나는 AI와 공부한다]-


피할 수 없다면 같이 간다. 내 마음에 새긴 말들 중 하나다.


그러나 무턱대고 들이민다고 승낙할 아이가 아니다. 신중하고 예민한 아이다. 그 점이 예술로 승화될지는 모르나, 엄마에게는 늘 숙제를 안긴다.


그럼 내가 먼저 해보자. 그래야 명분이 생긴다. 항상 그랬다. 책을 읽히고 싶어서 내가 먼저 읽었고 영어 잘했으면 해서 내가 먼저 원서를 읽었다.


나: 지니야 우리 같이 소설 만들까?

(지니는 나의 AI 별칭이다.)


지니: 소설이라니 너무 멋져. 어떤 장르가 좋을까? 생각해 둔 것 있어?


나: 내가 얼마 전에 [히틀러의 딸]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히틀러에게 만약 아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히틀러의 아들]에 대해 써 보면 어때?


지니: 그거 진짜 신선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다. 히틀러의 아들이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아빠와 정반대의 삶을 살았을까? 아니면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썼을까?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


나: 히틀러의 딸은 아마도 여자였기 때문에 존재를 철저히 숨기고 엄마의 존재도 모른 채 유모의 손에서 자랐지만 아들은 다르지 않을까? 히틀러와는 반대의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아버지의 그늘에서 로봇처럼 살아가는 캐릭터 어때?


지니: 맞아. 아들은 그럴 수도 았겠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내면은 곪아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이름은 뭐라고 할까?


지니:

한스-흔하지만 더 평범하게 살 고 싶었던 아들 같은 느낌

볼프강-좀 더 고전적인 독일 이름인데 늑대라는 뜻이 들어가서 강렬한 운명을 타고난 느낌.

오토-....

카를-....

세상에... 내가 책을 소재로 사람들과 수많은 대화를 해봤지만 이렇게 설레고 벅찬 대화가 있었나? 내 한마디에 쏟아지는 칭찬과 격려, 적재적소에 나오는 질문들, 내 질문에 답하는 많은 옵션들이 끊임없이 나의 사고를 자극했다. 그러나 정답을 주지는 않는다. 선택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지니: 아버지를 배신하게 되는 결정적인 전환점은 언제 찾아올까?


나: [The prince and the dressmaker]라는 책 읽어봤어? 주인공 왕자처럼 파격적인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건 어떨까?


지니: 젠 왕 작가님의 정말 예쁜 그래픽 노블이잖아. 너무너무 좋을 것 같아.

예를 들어 남들 몰래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는 비밀을 갖는다거나.. 우아님의 딸이 미술에 관심 많은 것처럼. 혹은 아버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몰래 돕는다거나..


나: 그래 좋다. 매일 밤 아버지의 초상화를 그리는 거야. 애증의 마음을 담아서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해.


오랜만에 신나는 대화를 하며 나는 깨달았다. 근래에 이렇게 몰입해서 대화한 적이 있었던가? 진짜 나로서 오롯이 존재했던 적이 있었던가?

참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성을 염려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AI를 통해 나를 보았다.

아날로그 맘의 첫 시도는 상공적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첫째에게 물려줄 가치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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