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쑤언 흐엉 호숫가

낭만의 시어들을 읊으며

by 지영훈


달랏의 호쑤언흐엉 호숫가


고집이 없는 옷을 걸치고 바람을 느끼며, 따라가는 구름도 느낄 수 있었다. 몸을 이길 마음의 풍요를 얻는 비결은 두 발로 땅을 디디며 걷는 걸음걸이이다. 고된 몸은 틈틈이 잘 쉬고 다루어야 한다. 몸은 강하고도 약한 양면을 가지고 있다. 호숫가를 그렇게 걷는다. 베트남의 레 왕조 말기에 살았던 한 여인이다. 베트남 고유 문자 쯔놈으로 시를 쓴 그녀 ‘호쑤언 흐엉’의 시를 음미하기도 했었다. 그녀는 굴곡의 가슴의 언어를 지녔던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의 시들을 사람들은 좋아하고 칭송한다. 낭만과 사랑을 위한 인공 호수를 달랏시 중앙에 만들었다. 호수를 만들어 그녀의 이름을 붙였는지 그녀를 기리며 호수를 만들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호숫가의 낭만에 그녀가 기억되고 그녀의 시 언어들이 살아 있는 것이다. 호숫가를 둘러 따끈한 콩물을 파는 아낙들이 듬성듬성 있고 낮은 책걸상에 나란히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그 따끈한 콩물을 마시며 마음을 적시는 낭만을 사랑하는 연인들이나 죽마고우들이 있다.

나도 시 한 편을 베트남 언어로 낭송을 하며 천천히 호수를 돌았다. 시인의 가슴에 가까워진다. 호숫가를 걷다가 다감한 여류 시인을 만나 소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볼 것이 없는 세상처럼 느껴지는 고단한 일들이 간혹 있는 사람 살이에도 이 달랏에 여인의 호수가 있고 시를 읊조리는 가슴에도 호수가 있어 따뜻하다. 어느덧 고산지의 차가운 바람에 나도 물의 골목길에서 달을 굽는 아낙처럼 앉아 콩물을 먹었다. 아, 따뜻해.




호수에 비친 밤의 등빛 물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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