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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올뺌씨 Apr 01. 2022

누구나 서툴었던 처음은 있다

첫 해외, 망고라는 난생 처음보는 과일을 대하는 방법

“이거 뭐야? 어떻게 먹는 거야?”


“그냥 사과 깎듯이 깎아 먹으면 되는 거 아냐?”


여기는 필리핀의 퀘존, 해외라고는 처음 나와보는 일행 다섯 명은 눈앞에 있는 타원형의 노란 과일을 보면서 도대체 이 과일은 어떻게 먹는 녀석인지 논의 중이었다.


이 과일의 이름은 망고(MANGO)라고 한다.


사실상 서로 만난 지 이틀도 안 되는 이 다섯 명의 남녀는 눈앞에 굴러다니는 이 망고라는 과일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었다.


“깎읍시다”


내가 툭 던지듯 말했다.


인생 뭐 있는가, 뭐로 가든 입으로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니던가.


말을 꺼낸김에 기숙사 주방에 있는 과도를 집어 들고 타원형으로 생긴 망고의 껍질을 하나하나 깎아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참외 깎는 느낌이었는데 과육이 그보다는 물렁해서 힘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껍질을 깎아놓고 참외처럼 4등분정도로 자르려고 보니 가운데에서 칼이 들어가질 않는 것이었다. 힘줘서 자르려다 미끌거리는 과육에 피를 볼뻔했다.


“안에 씨가 있는 거 같은데?”


씨가 어떤 모양으로 있는지 몰랐기에 결을 따라서 망고를 썰기로 했다.


망고를 첫 손질했던 그날의 기록


마치 모양새가 편의점에서 파는 길다란 육포 같은 모양새로 망고가 잘려나갔다. 과육이 물컹했기에 손에 이리저리 눌리다 보니 찰흙 반죽 같은 모양새로 잘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망고를 두 개 정도 깎았을 무렵 기숙사에 일하고 있는 현지인 가정부가 들어왔다. 망고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더니 기숙사 떠나가라 웃어댔다. 그리고는 주방으로 가져가서 망고를 손질(?)해왔는데 우리가 손질한 망고는 외계인이었고, 현지인이 손질해준 망고는 예술작품 그 자체였다.


진작에 잘라달라고 할 것을……


이런 느낌으로 망고를 손질해줬다




여행에 관한 글을 쓰려고 생각했더니 처음 해외에 발 딛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게임 기획자로의 직장생활 도합 5년 차가 됐을 때였다. 회사생활에 염증이 나서 퇴사를 결심했을 무렵 팀장님의 권유로 무급 휴직 3개월을 얻어낸 후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게 되었다.


어차피 3개월의 휴직을 신청하고 집에서 뒹굴뒹굴 의미 없이 놀 바에야 해외 경험도 할 겸 필리핀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권유에서였다.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꼭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겠다라는 마음가짐은 아니었다. 정해진 수업시간에 기초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일정이 끝난 남는 시간에는 맥주를 마시던, 어디 놀러를 다니던 국내에서 놈팽이처럼 뭉그적거리는 것보다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더 가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무급휴직을 쓴 후에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됐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매연 뿜뿜 날리는 도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3개월의 연수가 끝나게 되었고 그 이후로 10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망고도 어떻게 먹는지 몰랐던 나는 현지인이 잘라줬던 예술품 같은 망고를 직접 손질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고, 어느새 여행자들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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