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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올뺌씨 Apr 22. 2022

우리집 고양이가 이불을 이리도 좋아할 줄이야

고양이 털이 붙지 않는다는 차렵이불을 구매했다

우유를 휘휘 저어낸 듯 몽글몽글한 이불이라.


'어떻게 이불이 몽글몽글할 수 있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제품 홍보를 위해 적어둔 문구겠거니 생각하고는 코웃음을 쳤다.


본디 어릴 적부터 우리 어머니가 동네 이불 가게에서 사가지고 왔던 이불들은 가볍고, 밝고, 부드러운 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이불들이었다.


그 이불은 무거웠고, 색상은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웠으며 요상스런 무늬가 가득했다.


그래서 이번에 원룸으로 독립하면서 나도 내 취향에 맞는 이불을 하나 장만하자 생각하던 차였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고양이 털이 조금이라도 덜 엉겨 붙는 이불이 있을까 하며 인터넷을 뒤적이던 차에 차렵이불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아냈다.


고양이 털이 이불에 아예 안 붙을 수는 없겠지만 이게 이불에 뿌리를 내린 듯 달라붙는다. 나중에 얽히고설켜서 미역 줄기마냥 거대한 줄기를 형성하며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그려 나가는 모습은 충분히 질리도록 봐왔던 광경이다.


그런데 더는 그런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니.



주문을 넣고, 이불이 도착했는데 초록색 파스텔톤 컬러가 방 분위기를 화사하게 살려주는 것 같았다.

이불은 정말 보송보송하니 구름을 덮는 느낌이었다.


이런 감촉이 정말로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 하나만으로 방의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노총각의 홀아비 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 내 침대가 달콤한 멜론 향이 솔솔 풍길 것 같은 침대로 탈바꿈했다.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저 포근한 이불을 덮고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면서 온종일 뒹굴거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정작 중요한 여자친구의 존재가 없다는 사소하디사소한 문제가 있다.


부디 저 이불이 닳고 해지기 전에 여자친구가 생겨야 할 텐데 하면서 누워있으려니 꼬냥이가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고양이는 집사의 감정을 느낀다더니, 외로운 집사를 위로해주려고 다가왔구나’


생각해서 쓰다듬어주려고 손을 내밀었더니 이불 속 틈을 파고들어 쏙 들어가 버린다.


……


한번 들어가니 나올 생각을 안한다. 처음에는 정말 한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다.

마치 사우나에 몸을 지지며 행복해하는 노인마냥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골골대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참으로 보기 좋고 평화로운 광경이긴 한데 심술이 나는 건 왜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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