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태완 May 01. 2021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근황

Good Luck, Girl Scout!


1.

죽고 싶다는 생각이  때마다 이렇게 근황을 전하기로 했다. 무언가 터져버릴 것만 같을  이곳에다 급하게 나를 벌거벗겨 놓고 나면, 속에서부터 들끓어 오르던 고통 따위가 마음 놓고 새어나갈 작은  같은  만들어지기도  테니까. 그러니까 나의 근황은 내가 무사히 살아있음을 알라는 것과 동시에  정말 죽고 싶지 않으니 이곳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 달라는 일종의 구조신호와도 같은 거겠다.


2.

전역한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삶에 좀처럼 적응이란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생활 패턴 변화의 문제가 아닌 듯한데, 지금의  감정을 명쾌히 정의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같다. 성격은 조금 괴팍해졌고, 수면 시간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시간 남짓이며, 어울리지 않게 폭식을 하는 날들이 잦다.

2-1.

불행  다행인 사실은, 감사하게도 매일 운동을 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준 덕에 big size person 되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하루  나의 유일한 탈출구. 미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운동을 하는  시간이 너무 황홀하다.   수도 있을 것만 같다. 2시간 정도면 목표한 운동이 끝나지만, 추가로 1시간 정도를  어슬렁거리다 집으로 돌아온다. 해야  일이 없었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그곳에서  흘릴 자신이 있다. 운동이 끝난  먹는 열무 비빔밥은 억만금을 준대도 내어줄  없는  그릇이다.


3.

인스타그램에 일상 계정이라는 명목으로 계정 하나를  만들었다. 만들고 보니  진즉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우물 터지듯 진종일 샘솟는다. 몇몇 친구는 정신에 문제 있는 사람이 관리하는 계정 같다고도 했지만, 나에게는  말이 칭찬처럼 느껴졌다. 이는 배배 꼬인  속내가  표현되고 있다는 증거와도 같으니까.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쉽사리 기재하지 못했던 영상이나 사진들을 그곳에서는 아무 고민도 없이 공개할  있다. 이곳과는 전혀 다른 풍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별명은 ‘식물원이라 지었다. 나를 포함한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그곳에서만큼은 전부 내려놓고 편히 쉬었다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3-1.

막간에 홍보하자면 인스타그램 일상 계정의 아이디는 @dufmadpaksskdy 이며, ‘여름에 만나요 키보드 그대로  거다. 여름에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여름에 만난다면  깊은 사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4.

   가까이  원고를 전부 지웠다.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는   이유이다.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이 어떤 글인지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고집이 기승을 부려  멋진 글을 쓰기 위한 인고의 시간일 뿐이라는 궤변이나 늘어놓고 있다.


5.

내게 있는 평범함과 성실함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만 있다면, 특별함쯤이야 그 높이를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이는 결코 내가 먼저 내 글을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며, 내 글의 가장 첫 번째 독자가 되어 진심 어린 사랑을 묻힐 줄 알아야만 한다는 뜻임을 알고 있다.

5-1.

그걸 아는 사람이  성실할 생각을 않는 거죠? ?


6.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검정치마  EP 발매를 하루 앞두고 있고, 아마도  글을 올릴 때쯤이면 이미 발매가  후일 것이다. 설레서 도무지 잠이  생각을(잠이 온다는 표현은 우리 경상도에서만 사용한다면서요? 그래도 어떡해. 나는 진짜 잠이  오는데!)  한다. 30 오후 6 발매라는데, 지금 그냥 머리를 벽에  박아서 잠깐 기절했다가 오후 6시에 깨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행운을 빌어, 걸스카우트!


7.

정말로 행운을 빌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사람. 그러고 보니 여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나 명확하다. 행운을 빌어, 걸스카우트!


8.

온갖 고통과 외로움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렸을 당신에게,  글이 하루쯤은 편히   있게 하는 안심이 되고, 참았던 눈물을 잔뜩 쏟게 하는 격려가 되고,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당신이 나처럼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기를, 머지않아 훌훌 털고 벌떡 일어나기를 깊숙이 소망한다.


9.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과 한곳에 모여 술이나 마셔대고 싶다. 울고 싶다.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나 힘들었다고, 외로웠다고 말하면서 엉엉 울고 싶다.


10.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 나눠요. 심심한 사람 여기 여기 다 붙어라!

작가의 이전글 세월호 참사 7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