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Luck, Girl Scout!
1.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렇게 근황을 전하기로 했다. 무언가 터져버릴 것만 같을 때 이곳에다 급하게 나를 벌거벗겨 놓고 나면, 속에서부터 들끓어 오르던 고통 따위가 마음 놓고 새어나갈 작은 틈 같은 게 만들어지기도 할 테니까. 그러니까 나의 근황은 내가 무사히 살아있음을 알라는 것과 동시에 나 정말 죽고 싶지 않으니 이곳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 달라는 일종의 구조신호와도 같은 거겠다.
2.
전역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삶에 좀처럼 적응이란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생활 패턴 변화의 문제가 아닌 듯한데, 지금의 이 감정을 명쾌히 정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성격은 조금 괴팍해졌고, 수면 시간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세 시간 남짓이며, 어울리지 않게 폭식을 하는 날들이 잦다.
2-1.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은, 감사하게도 매일 운동을 하는 습관이 몸에 잘 베어준 덕에 big size person이 되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하루 중 나의 유일한 탈출구. 미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운동을 하는 그 시간이 너무 황홀하다. 꼭 살 수도 있을 것만 같다. 2시간 정도면 목표한 운동이 끝나지만, 추가로 1시간 정도를 더 어슬렁거리다 집으로 돌아온다. 해야 할 일이 없었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그곳에서 땀 흘릴 자신이 있다. 운동이 끝난 후 먹는 열무 비빔밥은 억만금을 준대도 내어줄 수 없는 한 그릇이다.
3.
인스타그램에 일상 계정이라는 명목으로 계정 하나를 더 만들었다. 만들고 보니 왜 진즉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우물 터지듯 진종일 샘솟는다. 몇몇 친구는 정신에 문제 있는 사람이 관리하는 계정 같다고도 했지만, 나에게는 그 말이 칭찬처럼 느껴졌다. 이는 배배 꼬인 내 속내가 잘 표현되고 있다는 증거와도 같으니까.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쉽사리 기재하지 못했던 영상이나 사진들을 그곳에서는 아무 고민도 없이 공개할 수 있다. 이곳과는 전혀 다른 풍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별명은 ‘식물원’이라 지었다. 나를 포함한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그곳에서만큼은 전부 내려놓고 편히 쉬었다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3-1.
막간에 홍보하자면 인스타그램 일상 계정의 아이디는 @dufmadpaksskdy 이며, ‘여름에 만나요’를 키보드 그대로 친 거다. 여름에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든 여름에 만난다면 꽤 깊은 사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4.
근 한 달 가까이 쓴 원고를 전부 지웠다.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이다.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이 어떤 글인지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고집이 기승을 부려 더 멋진 글을 쓰기 위한 인고의 시간일 뿐이라는 궤변이나 늘어놓고 있다.
5.
내게 있는 평범함과 성실함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만 있다면, 특별함쯤이야 그 높이를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이는 결코 내가 먼저 내 글을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며, 내 글의 가장 첫 번째 독자가 되어 진심 어린 사랑을 묻힐 줄 알아야만 한다는 뜻임을 알고 있다.
5-1.
그걸 아는 사람이 왜 성실할 생각을 않는 거죠? 네?
6.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검정치마 새 EP 발매를 하루 앞두고 있고, 아마도 이 글을 올릴 때쯤이면 이미 발매가 된 후일 것이다. 설레서 도무지 잠이 올 생각을(잠이 온다는 표현은 우리 경상도에서만 사용한다면서요? 그래도 어떡해. 나는 진짜 잠이 안 오는데!) 안 한다. 30일 오후 6시 발매라는데, 지금 그냥 머리를 벽에 콕 박아서 잠깐 기절했다가 오후 6시에 깨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행운을 빌어, 걸스카우트!
7.
정말로 행운을 빌어주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다.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사람. 그러고 보니 여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나 명확하다. 행운을 빌어, 걸스카우트!
8.
온갖 고통과 외로움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렸을 당신에게, 이 글이 하루쯤은 편히 쉴 수 있게 하는 안심이 되고, 참았던 눈물을 잔뜩 쏟게 하는 격려가 되고,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당신이 나처럼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기를, 머지않아 훌훌 털고 벌떡 일어나기를 깊숙이 소망한다.
9.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과 한곳에 모여 술이나 마셔대고 싶다. 울고 싶다. 그 사람들 앞에서 나 이렇게나 힘들었다고, 외로웠다고 말하면서 엉엉 울고 싶다.
10.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 나눠요. 심심한 사람 여기 여기 다 붙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