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평소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못난 아들놈에게 어버이날이란, 효도를 하는 데에 있어 정말이지 구실 좋은 핑계가 되어준다. 별다른 이유를 애써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에 귀한 웃음 활짝 피게끔 해드릴 수 있는 날이니까. 물론 내가 조금만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굳이 이런 날을 핑계 삼지 않고서도 매사에 당연한 듯 착하고 살가운 막내아들 노릇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매년 어버이날이면 그래왔듯, 오늘도 별 볼일 없는 그림을 그려 넣은 봉투에 그리 많지 않은 액수의 용돈을 담아드렸다.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며 쓴 시 한 편과 함께. 내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뒤로 챙겨드리기 시작한 용돈. 부디 앞으로도 내가 지치지 않고 내 힘으로 돈을 벌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해줄 수 있게 되기를. 그들이 나에게 아주 가끔 무언가를 바랄 때, 고개 숙이고 도망치게 되는 일 따위가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늘 아껴주시고
이 헤픈 마음가짐조차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