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한 답장 10
2026년 2월 11일 수요일 / 맑음
오늘도 사랑스러운 효아의 하루 이야기 전해드려요~!
오늘 행복반 친구들은 고운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설날의 의미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답니다. “설날은 어떤 날일까요?” 하고 물으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집중하는 효아였어요.
민속놀이 시간에는 윷놀이도 해보고, 팽이 돌리기도 해보며 우리 전통놀이에 푹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선생님이 윷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자 효아도 선생님 따라 해보려 하였지만 힘이 아직은 많이 부족해 윷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답니다.
새로운 놀이에 호기심 가득하고 관찰도 참 잘하는 효아이지만, 오늘은 잠을 충분히 못 자고 온 영향이 컸답니다. 졸음이 몰려와 자주 울음을 보였고 쉽게 그치지 않아 안아주어도 울고, 또 그치고를 반복하며 낮잠 시간 전까지 많이 힘들어했어요.
토닥토닥 재워보려 했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고 선생님 품 안에서만 있으려는 우리 아기 효아였답니다. 오전 간식 죽은 그래도 힘내서 다 먹어주었고요! 오후 간식 우유와 배도 좋아하며 잘 먹었답니다. 점심시간에는 쇠고기 볶음과 달걀국에 밥을 간신히 반 정도 먹였어요. 졸음이 최대치로 올라온 상태라 더 먹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재워야겠구나” 하는 생각에, 반 정도 먹이고 빠르게 양치 후 바로 재웠답니다. 다행히 금세 스르르 잠이 들어 푹— 잘 잤어요.
그리고 충분히 자고 일어난 효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져 싱글벙글 웃으며 교실 이곳저곳을 누비며 신나게 놀았답니다! 우리 효아는 아직 “잠” 앞에서는 조금 힘든 모습이 보이지만 푹 자고 나면 누구보다 밝은 아이예요.
오늘 저녁에는 푹 자고 아침에도 충분히 자고 일어나 내일은 방긋 웃으며 등원하길 바라요.
행사에서도 많이 웃는 효아의 모습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건강하게 하루를 보낸 사랑스러운 우리 효아였어요.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느덧 한 해가 지나 설날이 다시 돌아왔네요. 덕분에 효아도 고운 한복을 다시 입게 되었습니다. 2024년 10월생인 효아는 지난 설날에는 머리에 쓰는 조바위가 너무 헐렁해서 한복을 입혀놓고도 어쩐지 옷이 아이를 입은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법 태가 납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골랐는데도 어색하게 남아돌던 옷이 이제는 효아의 몸에 맞춰진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또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여전히 그대로인 것들도 있습니다. 졸음이 몰려오면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와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얼굴은, 처음 효아를 품에 안았던 그 시절의 아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몸은 자라고 있는데 그 안에서 여전히 아기 같은 표정이 문득문득 튀어나올 때면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분명 자라고 있는데, 또 분명 그대로인 것 같아서요.
요즘의 효아는 몇 가지 단어와 베이비 사인으로 아내와 저에게 제법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합니다. 배를 쓰다듬으며 “맘마!” 하고 외치면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다는 뜻이고, 두 손을 모으듯 움직이며 “까아” 하고 소리를 내면 여지없이 간식이나 애착인형, 혹은 쪽쪽이를 찾는 순간입니다.
이게 참 신통방통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서로의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처럼, “아, 지금 이 말이 그 말이었구나” 하고 의미가 통하는 찰나의 기쁨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몰라 괜히 마음만 먼저 분주해졌다면, 이제는 효아가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을 하고 저는 그걸 조금씩 알아챕니다.
세상의 모든 아기가 다 그렇게 자라고, 저 역시 그렇게 컸을 텐데 그 당연한 섭리가 제게는 날마다 새롭게 기적으로 느껴집니다. 어제는 못 하던 걸 오늘은 하고, 오늘은 서툴던 걸 내일은 제법 해내는 모습 앞에서 저는 자꾸만 멈춰 서게 됩니다. 이렇게 사람 하나가 천천히 자기 세계를 넓혀가는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설날 같은 날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한 해가 지났다는 걸 달력이 아니라 효아의 몸과 표정과 움직임이 먼저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헐렁했던 한복이 올해는 꼭 맞고, 작년에는 품에만 안겨 있던 아이가 이제는 제 발로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작년에는 울음으로만 전하던 마음을 이제는 자기 방식의 신호로 건네옵니다.
그럴 때면 자꾸 앞으로의 설날을 상상하게 됩니다. 조금 더 크면 세배를 흉내 내다가 툭 주저앉아 웃을지도 모르겠고, 또 그 다음 해에는 세뱃돈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눈을 반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사촌들과 어울려 집안을 뛰어다니고, 송편보다 과자를 먼저 찾고, 어른들 인사말이 길어진다 싶으면 슬그머니 자리를 뜰 만큼 커지겠지요.
그리고 아주 먼 훗날에는 한복 대신 자기 취향대로 고른 옷을 입고 예전보다 짧아진 인사를 건넨 뒤 저희 옆에 잠깐 앉아 귤을 까먹으며 명절 이야기를 들어주는 날도 오겠지요. 그때의 효아는 지금처럼 “맘마”와 “까아” 대신 훨씬 또렷한 문장으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테고요.
저는 이상하게 그 시간들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지금이 너무 예뻐서 지금 그대로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분명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효아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모습으로 자라날지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건 무언가를 잃는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합니다. 어제의 효아와 오늘의 효아가 다르고, 올해의 설날과 내년의 설날이 다르듯이요.
그래서 오늘의 한복 입은 효아를 보며 괜히 마음속으로 앞으로의 설날들을 하나씩 불러보았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인데도 벌써 조금 그립고, 벌써 조금 기다려집니다. 이 답장은 보내지 않겠지만, 오늘은 설날의 효아를 이렇게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작년보다 자란 한복 자락 속에서 여전히 아기 같은 얼굴로 울고 웃는 아이를 보며, 저는 앞으로 우리 함께 맞게 될 설날들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설 날, 그리고 우리 함께 설 날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