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질문, 달라진 대답

보내지 못한 답장 09

by 박탱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박효아의 알림장>


2026년 1월 29일 목요일 / 맑음


아빠의 사랑을 가득 안고 효아는 환한 미소로 오늘 하루를 시작했답니다^^


오늘은 비닐을 가지고 오감놀이를 해보았어요! 많은 비닐을 본 효아는 눈이 동그래지며 한참을 탐색전을 했답니다. 비닐을 조물조물 만져보며 사그락 사그락 나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넓게 펼쳐 손으로 날려보기도 했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네~” 하며 비닐비를 내려주니 두 손을 쭉~ 뻗고 웃음을 지으며 꼭 안아주는 효아였어요^^


오전·오후 간식도 냠냠 맛있게 잘 먹었고, 점심에는 고사리들깨국과 해물볶음에 밥을 먹으며 “맛있다~ 더 주세요!” 손으로 표현하며 아주 잘 먹어주었답니다. 처음에는 안 먹겠다 했지만 "먹어야 안 아파요"하니 생각하는 듯 잠시 있다가 잘 먹어주어 칭찬 많이 해주니 웃더라고요^^


양치도 스스로 척척 해보고 내 이불에서는 포근하게 푹 잠들었어요. 기분 좋게 일어나 오후에도 힘차게 놀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오늘 하루도 밝고 씩씩하게 지낸 효아에게 칭찬 많이 많이 해주세요.

내일은 행복반 친구들 생일이 있어요.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게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돌발진을 처음 경험한 요 며칠, 정말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저녁에 어느 때와 다름없이 효아를 잘 재우고 나왔습니다. 근데 갑자기 침대에서 끙끙 거리길래 보니 땀을 뻘뻘 흘리는 게 아니겠어요. 미열이 나길래 '감기가 오려나 보네. 내일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미온수 마사지를 해주며 무사히 밤을 넘겼는데 새벽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가서 해열제를 먹이면 조금 내렸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기를 계속 반복하더라고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신기하게도 고열인 상황에서도 아기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조금 덜 먹는 걸 빼면 제법 잘 놀고 했지만(이마저도 돌발진의 전형적인 증상 중의 하나더군요), 부모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아내에게 '아기가 처지지 않고 잘 놀면 응급 상황은 아닙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성경의 구절처럼 되뇌어 주며 덤덤하게 달래줬지만 정작 제 마음속에서도 걱정의 폭풍은 몰아치고 있었어요.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열이 완전히 내리고 나니 입이며, 몸이며 불긋불긋한 작은 반점이 생기더군요.


선생님이 써주신 알림장을 읽으며 '녀석, 이제 좀 괜찮아졌구나'하며 마음속으로 한시름 놓으면서도 사진 속에 부어있는 효아의 얼굴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안쓰럽고 무언가 걸리는 기분이 들어요.


예전에 아내가 효아를 임신하기 전, 유퀴즈에서 장항준 감독이 "아내와 딸이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하겠냐"는 질문에 "딸을 구하겠다. 아내는 제작사가 구할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던 장면에 아내와 함께 피식하고 웃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면서 아내는 저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고 저는 아내를 먼저 구하겠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게 아내가 원했던 정답이었을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정말로 저는 그만큼 아내를 사랑하거든요(다행히 답변 후 아내는 흡족한 표정으로 제게 합격 목걸이(?)를 걸어주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렴, 효아를 먼저 구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보다 효아가 소중해져서가 아니라 효아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 둘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아마도 효아를 구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쓸쓸하지 않게 아내 곁을 지켜줄 겁니다. 아내를 향한 사랑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우리의 사랑이 향하는 방향은 조금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는 하루들이었어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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