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한 답장 08
2026년 1월 22일 목요일 / 맑음
포근한 겨울 하루, 오늘 우리 효아는 따르릉따르릉 전화기 놀이를 했답니다. 길게 줄이 이어진 종이컵 전화기로 선생님이 먼저 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곧바로 따라 하며 흉내 내는 멋진 효아.
“빠~ 빠~” 하며 종이컵을 귀에 대고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웠어요. 종이컵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탐색하고 친구에게 가져다 보여주며 하하 호호 웃음이 가득한 놀이 시간이었답니다~ 작은 스티커로 전화기도 꾸며보며 소근육에 집중해 효아만의 멋진 전화기 완성~! 짠!!
오전·오후 간식은 따뜻한 수프 냠냠. 겨울이라 더 맛있게 잘 먹었어요. 점심에는 닭살 간장구이와 양배추 된장국을 한 그릇 뚝딱! 식사 후에는 졸린지 눈을 비비며 내 이불을 찾아가 스르르~ 깊은 잠에 쏙~! 푹 잤답니다^^
콧물은 조금씩 흐르네요. 하지만 컨디션은 최고로 신나게 놀았답니다. 약을 먹다 쓴 약이였나봐요. 안먹겠다고 고개를 돌리다 약이 옷에 흘렀어요. 갈아 입고 가니 새여벌 티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효아의 웃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요.
저녁시간에도 포근히 보내시고 내일 운동회날 만나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쩐지 집에 오자마자 어린이 집 가방을 가르키면 '아! 아!'를 외치더니 그 안에 귀여운 종이컵 전화기가 들어있었네요! 더구나 알림장에 효아가 직접 만드는 과정까지 사진으로 남겨주시니 몽글몽글함이 가슴 가득 피어올라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집에 와서 한참이나 놀이시간에 만든 종이컵 전화기를 들고 저와 함께 통화 놀이를 했습니다. 장난꾸러기의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 컵에다가 '아아~'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어요. 어쩌면 나이가 들어 미래의 핸드폰일지 VR렌즈일지 모를 통신 수단을 가지고 효아와 통화를 하게 되면 오늘의 이 날이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용돈을 달라는 내용일지, 직장이 힘들다는 내용일지는 모를 일이지만 제 눈과 귀에는 지금 이 장꾸 미소의 효아가 선명할거에요.
내일 우리 가족의 첫 운동회날이네요. 제 어릴 적 운동회를 추억해보면 꽤나 부산스럽고 소란했던 기억들이 가득합니다. 장애물 달리기를 하다가 어깨 쇄골이 골절되어 한동안 깁스를 해야 했었던 적도 있었고, 단 한 번을 달리기에서 1등을 해보지 못해 매번 어머니의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넉살좋게 넘어갔어야 했죠.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남는 기억은 '조바심'과 '김밥'입니다.
항상 어머니는 운동회 시간을 느긋하게 즐기신 기억이 없습니다. '다음 일정은 무엇이냐? 빨리 움직이자'를 달고 다니며 매번 저를 재촉했었습니다. 그리고 운동회하면 빠질 수 없는 어머님이 싸주신 김밥을 저도 잊을 수가 없어요. 항상 진 밥으로 싸준 김밥이 불만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죠. 혼자서 생계와 육아를 도맡아야 했던 엄마가 힘들게 짬 내신 그 시간은 항상 촉박하기 그지없었을 것이고, 아들의 운동회를 위해 잠을 줄이시며 만든 김밥 속에 들어간 정성에 진 밥은 전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요.
그래서 이번 효아의 첫 운동회에 아내와 함께 꼭 참석을 하려고 합니다. 이제 갓 열여섯 달을 살아낸 효아가 오늘의 종이컵 전화기나 내일의 운동회를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저는 아직도 운동회 날의 김밥 속 진 밥을, 조바심 가득했던 엄마의 표정을 추억합니다. 먼 훗날 효아가 커서 문득 맞이하는 일상의 어느 순간에, 우리 가족들이 함께한 일상의 따뜻함이 녹아 들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추억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럼 내일 안내해주신 강당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운동회 당일에는 알림장이 없어 혹시나 궁금해 하실 독자분들을 위해 운동회 사진도 함께 첨부해드립니다. 다행히 다친 곳 없이 즐겁게 모든 일정을 잘 마쳤습니다. 특히 줄다리기에 뽑혀 나갔을 때는 '다들 연차쓰고 오신 터라 적당히 하시겠지'라는 마음이 무색하게 '오징어게임'을 찍는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