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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10개월

사업이야기 EP3

by 레베럽
직원 제 때 월급 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하기 전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직원들한테 월급을 제 때 못주는 일이 발생할까?'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나에게 발생할까 봐 고군분투하는 일이 생길 거란 상상조차 해본 적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돈을 벌기 위함이다. 직원들 월급을 제 때 못줄 걱정이 되는 사업은 이전까지의 내 지식으론 성공하는 게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업 중에는 전략적으로 적자를 예상하고 시작하는 사업이 있기도 한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그렇다.


어마어마한 적자를 넘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쿠팡 같은 기업이 바로 그러하다. 이들은 사업의 시작단계부터 이미 미래를 설계하고, 그에 도달할 때까지 매년 수조 원의 적자를 감내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받으며 성공했다. 적자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들이 설계한 미래에 동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투자받은 적자 기업이 성공하는 사례보다 실패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적자 기업이 생존에 성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바로 내가 그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심지어 외부 투자 없이.


그러면 헤이러너스는 왜 적자기업일까?


종각점에 점심에 들러보면, 정말 쉴 새 없이 바쁘다. 사람들이 보기에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적자일 수 있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한 달에 수천만 원씩 적자가 나고 있다. 애초에 매장 한 개를 운영하려고 만든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시작부터 적자를 계산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 계산이 완벽하지는 않았고, 생각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은 어찌어찌 감당 가능한 수준. 그러나 말 그대로 어찌어찌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는 뜻. 적자폭이 더 커지면 감당이 안되기에, 어떻게 하면 매출을 더 늘리고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까를 매일 같이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적자인 이유는 간단하다. 센트럴 키친에서 음식을 만들어 한번에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일반 김밥집이라면 매장 안에 주방이 있기에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어 판매하지만, 헤이러너스는 센트럴키친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각 매장에 배송한다. 그리고 그 센트럴키친은 하루 1000개 이상 생산 가능하게 설계됐고 그에 맞는 인원이 일을 하고 있다. 키친이 떨어져 있어 제시간에 배송을 해야 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매량이 적다고 적은 인원만 일하기가 어렵다는 게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다. 때문에 회사가 흑자로 전환되려면 매장을 더 늘려 판매량을 높여야 한다.


나는 성우로, 또 한 명의 이사는 치과의사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 다행히 둘 다 하이셀러리에 속하는 직군이라 지금 당장은 둘의 수입으로 적자폭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또한 10개월에 접어들자, 숫자로 계산한 것보다 실제로 체감되는 스트레스의 크기가 훨씬 컸다.


20대 이후 내가 돈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투자감각이 좋아, 코로나 이후 내 은행 잔고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5배에 가깝게 불었기 때문이다. 주식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를 통해 참여하는 행위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의 기업에 투자하는 행위다. 주식투자로는 매년 20% 이상의 자산 증식이 이뤄지고 있었기에, 내가 주식투자만 하고 살았으면 아마 평생 돈 걱정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위험천만 하지만 나의 성장과 자산의 성장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가진 돈의 상당 부분을 이 사업에 투자했다. 성공하면 주식투자로는 절대 벌 수 없는 돈을 벌겠지만, 실패하면 그간 이룬 것을 다 잃을 수 있다.


책에서 읽은 성공한 사업가, 직접 만나본 성공한 사업가들도 전부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내겐 훌륭한 팀도 있고 아이디어도 좋으니 그럴 일이 없다 생각했다. 심지어는 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를 느끼고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려 했다. 그냥 될거라고 믿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대가를 마주하기까지..


(앞으로는 매주 최소 1개, 많이는 2개 이상의 글을 쓸 예정입니다. 종종 들러주세요!)


EP4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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