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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Nov 26. 2022

길냥이 메루 일기(4)

내 집 마련의 꿈

내가 늘 앉아 있는 자리가 있는데 그곳에 상당히 괜찮은 통이 하나 놓였다. 박박 긁을 수 있는 종이 바닥이면서도 내가 웅크려 앉아도 쏙 맞는 이 안락함.

1년을 드나들었더니 이런 것도 다 생긴다. 사실 스크래칭은 별장 마당에 목련 나무, 칡 백 나무, 소나무에 돌아가면서 하는 중이라 크게 따로 할 필요는 없는데 일단 이 것도 촉감이 다르니 재미가 있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지만 난 보답을 할 방법이 없다. 난 분명하게 알아들었다. 별장 집 딸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를.

'메루야, 아무리 고마워도 쥐 나 새는 잡아오면 안 돼? 쫓아낼 거야?' 그러니 뭐... 그저 누리는 수밖에...

며칠 후에 가보니 그 통이 사라졌다. 이상해서 둘러보는데 별장 주인이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어딘가로 던져 넣는다. 과자를 따라 들어가 보니 그 통 위에 지붕이 생겼다.

통에 상자를 씌우고 입구를 만들어준 주인장. 입구도 내 몸 사이즈에 딱 맞다. 들어가 보니 꽤나 안락하다. 겨울에 본가는 조금 추운 느낌이 있는데 여기서 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나는 이로써 2 주택자가 되는 것인가. 이렇게 황송한 일이 있을까. 집안을 들어가 보니 상자가 바람을 막아주어 따뜻하고 지붕에는 스티로폼도 올려져 있어 단열이 아주 좋다. 화장실은 정원 소나무 밑을 어차피 쓰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완벽한 나의 방이 탄생한 것인가. 정말 정말 보답을 하고 싶지만, 쥐 나 새는 안된 다고 했으니 열심히 와서 자는 걸로 보답하는 수밖에.

    

내 집 미련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처음으로 별장에서 밤을 지냈다. 거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사람들 말소리를 ASMR 삼아 잠을 청한다. 점차 추워지는 날씨에 잠도 많아지면서 편하게 잠잘 곳이 필요했는데 낮에는 햇살이 잘 드는 별장이기에 집도 오래도록 따뜻하게 유지가 된다. 간혹 내 밥을 뺏어 먹으려고 알짱거리는 애들이 있는데 몇 번 숨죽이고 있다가 뛰쳐나가서 혼냈더니 그 후론 잘 안 온다. 낮에도 낮잠이 필요할 때 들어가서 자곤 한다. 얼마 전에는 더 추워지는 날씨에 예쁜 무지개 담요까지 바닥에 깔아줘서 더더욱 따뜻하게 웅크려 자고 있다. 올 연말은 덕분에 아주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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