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회사에서 마케팅 예산이 없을 때 대처법

경력직으로 입사한 지 이제 고작 8개월 정도 된 마케터가 한 명 있다. 어느 날 이 마케터는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음 중 그가 취했던 행동으로 바른 것을 고르시오.


1) 대충 시안을 만들고, 대표님(팀장님)에게 컨펌을 받는다.

2) 우선 생각한 아이디어를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본다.

3) 내 짬에 무슨 단독행동이냐. 나중을 기약하며 묵혀둔다.

4) 좀 더 디테일하게 다듬고, 보고용 기획서를 만든다.


정답 : 1)


저 위의 문제는 2016년 나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래의 글은 1) 번과 관련된 당시의 썰이다.




입사 후 첫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전편 참조) 처음 보는 소비자들의 반응과 회사 직원들의 반응. 사실 나도 그렇게까지 잘 될 거라 예상하지 못하였다. (사실 조금 예상 하긴 했다) 그리고 그 열기가 식기까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시련이 찾아왔다.


리바이 : 왜 안된다는 거죠?

에디 : 저희 이번 브랜딩 마케팅 예산은 0원입니다.

테디 : 어쩔 수 없어요. 이번에 좀 힘들어서 허리띠를 졸라 메죠.

리바이 : 그래도 얼마 안 하잖아요. 이 번 것도 진짜 대박 칠 수 있는 광고라니깐요!

에디 : 하지만 이번 달 저희 브랜드 마케팅 예산은 0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리바이 : 좋아요 그럼 제 스타일대로 해보죠


서로의 대화가 텍스트로 되어 있어서 당시의 감정을 잘 표현하진 못하지만 굉장히 심하게 의견 대립을 하였다. 거기에 회의실에서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출입구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이라 전 직원들이 다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암암리에 붙여진 나의 별명은 개썅마이웨이.


IMG_1933.png 이보다 더 완벽하게 나를 표현하는 건 불가능


참고로 저 대화가 오고 가던 당시의 상황은 설날을 앞둔 시점이었고, 서비스 특성상 유저들에게 가장 많이 서비스를 인지시킬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 대목을 앞두고 마케팅 예산이 0원이라니.. 예산 없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면 좋을 거란 말인가?! 하지만 고민 끝에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한바탕 소란이 있던 다음날.

난 옥외매체를 사용하려고 했던 서울역으로 다시 무작정 찾아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지하철 사물함 앞의 빈 광고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실 이 광고판에 생각해둔 광고를 집행하려 했었다. 한 달 매체비는 250만원 정도이지만 굉장히 재밌는 크리에이브였기에 분명 가성비를 뽑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회사에 들어오고, 폰에 찍어 놓은 이미지를 꺼내어 기존에 집행하려고 했던 이미지를 합성해 보았다. (이미지라고 해봤자 내가 직접 쓴 손글씨에 불과)


22.jpg 여러분 이건 합성입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운영하던 블로그, 페이스북 등의 매체에서부터 기존에 활동하고 있던 커뮤니티 및 페이스북 유머 페이지 등에 제보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아주 거대하게



스크린샷 2019-02-17 오후 4.56.16.png 조회수 안새봄. 그냥 X라 많았음


이 광고는 처음부터 온라인상의 이슈를 위한 용도로 제작을 하였다. (사실 실제 집행했다면 뉴스 보도되었을지도..) SNS 혹은 소비자들이 활동하는 웹 공간에서 사람들끼리 이야기할 콘텐츠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광고를 제작하였고, 역시 생각했던 대로 그 전략이 먹히고 말았다.


참고로 굿닥이라는 서비스는 특정 상황이 아니면 쓸 일이 없는 (직방이나 배민처럼) O2O 플랫폼이다. 그러다 보니 큰돈을 들여 앱다운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좀처럼 앱스토어 순위에 오르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에는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우리의 날이었다고


스크린샷 2019-02-17 오후 4.56.43.png 돈 안 쓰고 처음으로 전체 차트에 랭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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