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케터의 선택과 집중에 관하여
요즘 시대에 앱과 관련된 마케팅을 하는 것은 괴롭습니다.
애플의 ATT(앱 추적 투명성) 정책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별일이나 있겠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문제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예상보다 더 길게 지속되고 심각했던 만큼, 애플이 쏘아 올린 ATT의 후유증은 그 어느 때보다 앱과 관련된 마케팅에서도 심각했고, 급기야 iOS 광고 대부분을 OFF 해야 하는 경우까지 초래했습니다.
(구글은 웃고 있다)
이런 시장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린 고객을 데려옵니다. 기업의 1년 (혹은 한 달) 예산은 정해져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측정되지 않은 과거의 마케팅 방식보다는 실제 내가 지출한 금액이 합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 가능한 퍼포먼스 및 디지털 마케팅에 더 많은 예산을 기업은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광고 비딩가는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광고비는 최근 30%나 올랐습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보실 수 있다시피 2013년~2018년 사이 CAC(신규 고객 유치비용)는 무려 50% 넘게 증가했습니다.
펫프렌즈 대표님의 말을 빌려서 말해보자면 “오늘이 가장 저렴하게 고객을 데려올 수 있다. 내일이면 비딩가의 상승으로 인하여 CAC(고객 획득비용)는 또 오를 것이다.”
그러기에 마케터는 수많은 마케팅 방법 중 우리 서비스와 고객 그리고 BM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고, 그것을 실행해야 합니다. 예산, 인력,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우리의 할 일은 태산같이 많기 때문이죠. 이 예산, 인력, 시간을 활용하여 효율을 가져오는 것을 ROI(투자수익률)라 하며 ROI를 높이기 위해 그로스 해킹에서부터 CRM 등의 다양한 방법을 실행하며 도장 깨기 하듯 마케팅 최적화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ROI를 최적화하기 위해 마케터는 마케팅이라는 범주를 넘어 그로스 해커의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하고 있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잘하고, 효율을 내기 위해선 어떤 지표든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행동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구매를 한 고객의 리뷰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라면 1) 리뷰 1개의 가치(구체적으로는 리뷰 1개의 금전적인 가치)를 찾아야 하고 더 나아가 2) 리뷰의 퀄리티 및 구매 횟수별 작성 구간에 따른 가치 즉, 이 양질의 리뷰 1개로 인하여 어떤 유의미한 성과로 전환되며 이 전환된 성과가 금액으로 환산 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정도를 파악해야 하는 수준까지 온 것 같습니다. (예시입니다)
물론 현재의 내 상황과 회사의 시스템상 이 부분까지 파악하기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처럼 가치로 측정하면 가능하면 좋은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할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우리는 더 가치가 높은 일을 해야 하니까요.
상사(윗선) 혹은 타 팀과의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줄여 줍니다. 구구절절 뇌피셜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팩트로 상황을 만들어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숫자와 친해집니다. 예전에 일하던 굿닥의 데이터 팀장님께서 하신 말씀에 의하면 데이터란 자고로 의자에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을수록 인사이트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계속 파면 팔수록 남들이 찾지 못한 인사이트로 효율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표의 가치를 찾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요? 회사의 카테고리나 BM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선 고객별 가치를 환산하고, 그다음으로는 매체 및 플랫폼별 유입된 고객들의 매출과 함께 지출적인 부분도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제품 혁신 부분 부사장이었던 토드 옐린은 “취향 예측에 지역, 나이, 성별은 쓰레기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소 자극적인 말이지만 그 맥락을 이해하자면 ‘우리의 고객들은 살아온 삶과 방식도 전부 다르기에 속성값 하나로 묶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는 의미로 비춰집니다.
서울에서 자취하며 고양이를 키우는 고객과 지방에서 가족들과 강아지를 키우는 고객의 소비패턴과 성향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반려동물에 소비하는 객단가는 특히 많은 차이가 날 것입니다. 만약 월 지출 비용이 비슷하다 할지라도 우리 서비스에 돈을 쓰느냐, 혹은 다른 어딘가에 돈을 쓰느냐에 따라 고객들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천차만별이기에 고객의 세그먼트별로 가치(LTV, ARPPU, CLV 등)를 구하고, 어떤 고객을 선택하고 데려와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서비스에 더 이득일지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로스 해킹에서 자주 등장하는 해적지표에서부터 Funnel 분석, 또는 KPI의 선행지표를 파악하기 위한 Metrics를 만드는 등 회사의 상황과 본인의 스타일에 따라 각자 정량적인 분석 방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매출뿐 아니라 지출에 대한 부분을 알고, 재무 관점의 마인드셋으로 수치를 바라본다면 더 명확하게 KPI의 선행지표의 가치와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시로 1만 원짜리 상품을 광고비 1천 원에 팔면 ROAS는 1,000%입니다. 하지만 원가가 50%에 쿠폰 할인이 10%, 거기에 배송비가 3천 원이라고 한다면 실제 이익은 1천 원(=광고비)이며 이 외에 나가는 지출을 생각하면 ROAS 1,000%는 그리 아름답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생각 이상으로 이런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저렇게 데려온 고객이 그 이후 재구매로 인해 다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상관없지만, 재구매에서도 계속 마이너스가 나는 고객 혹은 BM의 구성이라면 이 부분은 빨리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재무 관점의 마인드셋은 마케터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표는 제가 제작한 고객별 밸류 테이블입니다. (PPT 중간에 링크 삽입) 신규 유저의 지출과 이익을 파악하고, BM에 따른 고객의 재구매비율과 재구매시의 지출과 이익과 빈도를 파악하면 특정 기간 동안 1명의 고객당 총 이익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투자하여 데려온 고객들의 장기적인 TOTAL 이익을 확인하며 전환율을 기준으로 Metrics 구간마다의 가치 즉, CPI, CPA 등 또한 파악이 가능하죠. (팀원들과 사용 중 오픈소스로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공유드립니다)
마케터란 본래 하는 일도 많고, 해볼 수 있는 것들도 시장에 넘쳐납니다. 누구든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대표님의 “누군 뭐 해서 좋았다는데 우리도 그거 한번 해보자”라는 한마디로 기존의 업무가 가중되고, 우린 오늘도 야근을 해야 합니다. 다다익선이 좋다고 하지만 마케팅에서는 그 어떤 것 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합니다. 실제 내가 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이 KPI에 있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마케터에게 가장 좋은 능력이란 좋은 소재를 뽑아내거나, 혹은 아이디어가 넘쳐나거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기가 막힌 것보다는 (물론 다 있으면 좋습니다) 넘쳐나는 할 일 중에서 어떤 것이 회사의 성장 또는 KPI 달성에 가장 기여하며 합리적인가를 찾는 능력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예산, 시간, 인력은 한정되어 있기에 더 뾰족하게 지표의 가치를 알아야 하고, 그것이 선행되어야 흔히 이야기하는 허튼짓을 하지 않고 (물론 지표의 상향에 따른 테스트는 해야 합니다) 성과는 배가 되어 오늘도 칼퇴하는 마케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훈 CMO의 여정은 아래 Q&A 인터뷰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