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몰락

by 최정성

“그럼, 오늘의 마지막 곡입니다. 김현철의 달의 몰락.”


늦은 밤 퇴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차 안을 가득 매웠다.


“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이 그녀가 사랑하던 저 달이 지네. 달이 몰락하고 있네.”


“달의 몰락이라니 서글프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괜스레 울적해졌다. 창밖으로 비치는 달을 바라보았다. 초승달이었다.


난 지방 출신이다. 대학에 합격한 후 구한 자취방은 허름한 상가 건물의 창고 같은 옥탑방이었다. 우리 집안의 경제 형편에선 그것도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난 붙임성이 좋은 편이 아니다. 더군다나 남들보다 대학도 늦게 들어갔던 터라 친구를 사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서울 하늘 아래 진솔하게 대화할 친구는 없었다. 외로웠다. 늘 외로웠고 공허했다. 내가 꿈꾸던 서울 살이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대학 생활에 대한 막연한 꿈을 꾸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멋진 하숙집에서 왁자지껄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청춘을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현실은 낡은 건물의 옥탑이었다. 옥탑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너무 추워 변기가 깡깡 얼어붙었다. 낮보다 밤은 더 외롭고 서글펐다.


이런 나에서 유일한 친구는 달이었다. 자취방에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달은 늘 눈을 맞춰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서울의 밤하늘에는 별이 없다. 서울의 달은 늘 혼자였다. 서울 하늘 아래 두 외톨이는 친구가 되었다. 김동명 시인은 나라를 잃어버린 자신의 처지와 이국의 땅에서 자라고 있는 파초를 바라보며 동병상련을 느꼈고 또한 자신과 동일시했다. 나의 파초는 달이었다. 달은 함께 외로움을 견뎌주는 동지이자 나 자신이었다.


퇴근길, 차 창밖의 나의 친구는 초승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손톱만큼만 남았지만 자신이 달이라며 악다구니라도 치는 것 같았다.


“너도 간신히 버티고 있구나.”


차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초승달의 밤이 되기 전 회사에서는 한 바탕 소동이 있었다. 소동의 원인은 나였다. 선임인 명희 AP는 나를 노려보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명희 AP를 따라나섰다. 사무실 밖 복도에 들어서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


“승진 씨, 왜 그래? 여기 회사잖아. 우리는 회사에 이익이 되면 그만이야. 우리 회사가 무슨 NGO야?”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AP님 말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사람 사는 곳 아닙니까? 돈도 봐가면서 벌어야죠. 열심히 일해서 좋은 콘텐츠 만들어서 벌어야죠. 다른 사람 쥐어짜서 벌면 그게 교육회삽니까?”


평소와 달리 언성을 높이는 나의 모습에 그녀는 놀란 눈치였다. 그러나 그녀는 지지 않았다. 나보다 더 언성을 높였다.


“승진 씨, 회사 그만 둘 거야? 어렵게 들어왔잖아. 왜 이사님이 자기 같은 계약직에게 이런 큰 건을 맡겼겠어! 계약 기간도 얼마 안 남았잖아. 이건 기회라고 했잖아! 이 건만 잘 해결하면 정규직 자리도 가능하다니깐. 다들 돕고 있잖아!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굴어!”


‘정규직, 그놈의 정규직! 사람답게 살아야 정규직도 의미가 있지. 개새끼한테 정규직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사람이 할 짓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는 겁니다!’라고 용감하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래 입술을 질끈 물고선 터져 나오려는 말들을 간신히 참았다. 그녀는 나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더니 커피나 한 잔 하고 들어오라며 먼저 사무실로 돌아갔다. 나는 한 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고개를 떨군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