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진료소와 코로나-19 병동을 모두 경험하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받으면서 의사들의 일상도 변화가 생겼다. 35명의 감염병 전담의사들은 교대근무를 하면서 코로나-19 입원환자 진료에만 집중했다. 병원 정문 앞에는 텐트와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한 선별진료소가 설치되었다. 선별진료소에서는 모든 호흡기 증상 환자와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진료한다. 일반 질환에 대한 입원 치료는 할 수 없지만 외래 진료는 유지되어야 했다. 따라서 감염병 전담의가 아닌 의료진은 외래진료와 선별진료를 나누어서 분담했다. 나 역시 처음에는 감염병 전담의가 아니어서 외래 진료를 하면서 순번대로 선별진료소에 투입되었다.
3월 초의 저녁은 춥다. 개인보호구 (통상 방호복이라고 부른다) 속에는 오염되었을 때 바로 갈아입을 수 있도록 수술복을 입게 되어있다. 오후에는 그래도 괜찮지만, 오전이나 야간에 야외에서 진료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핫팩과 난로가 준비되어 있었다. 간혹 밤중에 강풍이 불면 천막 선별진료소는 철수해야 한다. 단순히 천막을 걷는 수준이 아니라 엑스선 촬영기를 옮기고, 전산장비를 모두 옮기는 일이다. 이런 일들이 몇 번씩 있었다.
3월 2일 이후 6번의 일반진료, 두 번의 선별진료를 마친 금요일, 진료부장님께 연락이 왔다.
"김 선생님, 다음 주 화요일부터 투입입니다."
36번째 의사가 필요해졌다는 말이다.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는 3명의 전문의가 3조 2교대로, 일반 감염병동에서는 32명의 전문의가 8명씩 4조 2교대로 일하고 있었는데,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4조 2교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한 명이 옮겨가게 되었고, 그 자리를 36번째인 내가 채우게 된 것이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바뀐 후 제1진 보다는 3주 후, 제3진 보다는 1주 후에 투입이 된 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달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전화를 받은 3월 13일의 확진자 누계는 7979명이었고, 이 중 7402명이 격리 중이었다.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았다. 혹시라도 나한테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이 마지막 진료이니 꼭 오시라고 전화를 드렸다. (결국 그렇게 오신 분은 아무도 안 계셨다. 다들 한두 달이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3월 17일 오전 8시, 감염병 전담의로서 첫 근무가 시작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