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편지, From 혜리 to 헤비
어느덧 2025년의 1월도 지나고 설도 지나 2월이 되었네요. 2025년이 제 인생에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낯설면서도 받아들여지는 2025년을 벌써 한 달이나 살아냈어요.
(2036년도 제 인생에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언젠가 그 해를 살고 있겠죠.)
올해를 시작하며 아마도 제가 재작년부터 읽은 책이 500권을 넘어간 것 같아요. 그러면서 뭔지 모를 테두리가 제 주변에 생긴 기분이랄까요. 원체 줏대 없이 살아온 터라 제 기준으로 판단이 가능하면 기분이 좋아요. 소소한 행복이죠. 그 판단이 어디에 쓰이든 안 쓰이든 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로 도요.
아마 여기저기서 제가 말한 적이 있는 듯한데 학창 시절을 지나고 사회에 나와서 현실을 살아갈 때 제가 생각하던 사회와 괴리가 큰걸 느끼고 분노(?)를 하던 때가 있었어요.
요즘 약간 다르지만 그런 느낌으로 살고 있어요. 가치관대로 살려고 하지만 현실의 벽이 워낙 견고해서 제가 살고자 하는 모습 그 자체로만 살 수 없다는 것. 제가 살려고 하는 삶이 그리 어려운 것도 범죄도 아닌데 그런 좌절감 아닌 좌절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원망할 대상을 찾거나 스스로 분개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그 자체도 삶이란 것을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재미가 없겠지요?
하소연이 길었어요.
제 답장이 너무 늦었지요.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것도 편지글의 묘미라고 생각하며.. 저 스스로 합리화(?)를 해버렸습니다.
저도 24살까지 시인을 꿈꿨다고 말씀드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아요. 대학에서 교양 수업 중에 미래를 그려보라 했을 때 저는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있지만 시인으로 등단해 있을 거라고 그렸었어요.
하지만 취업과 어려 일들을 겪으니 그 감성..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보여주신 시 보니 반갑기도 하고 그때의 제 모습이 그립기도 해요.
아프다 하는 사람 곁에 잘 가지 못하는 것도 공감이 되네요. 어른이 되면 완성이 되어 주변 사람들을 모두 보듬어 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겁이 나고..
아, 우하향이었던 것도 같고 멍하게 설도 보내고 책도 잘 안 읽히고 글도 안 쓰이고 하다가 며칠 전부터 와랄라라 쏟아내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도 갑자기 뜬금없는 걸 만들어서 올리고 하는 것처럼요.
귤 사진 보고 너무 웃었어요. 아, 레드향이요. 배꼽 따기라니. 최근에 제가 인스타그램에 ‘쇼 곱하기 쇼는 쇼’ 노래 올린 거 보셨죠. 저 학생 때라 그걸 친구들이랑 “배꼽파기 배꼽은 뭐!” 이런 식으로 음에 맞춰 불렀던 기억이 언뜻 나는데 음절(?)이 안 맞네요.
아무튼 마침 저도 집에 레드향이 있는데 바로 테스트를 해봐야겠어요. 이 글을 게시하고 올리려 했으나 사진이랑 올리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먹고 올게요!
잘 까져요! 이런 과일은 사실 까기 귀찮아서 가족들이 먹을 때 “하나만”하고 뺏어먹는데 뿌듯하네요.
마지막이었는데 가족들 몰래 잘 먹은 것 같아요 ㅎㅎ
마들렌! 보신 것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도전 중이에요. 저는 상상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이 책이 그림처럼 읽히고 있는데 헤비님은 어떠셨나요? 왜 악명이 높을까요? 단순히 권 수가 많아서 그런 걸까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 권 완독도 올해의 목표입니다!
또 다른 올해 목표는 ‘무사히 복직해서 적응하기’ 하나로 일단 생각해 두려고요. 방금 생각했어요.
추구미는 그대로 갈 거예요.
하지만 유해할 때도 필요할 것 같아서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무해할까 싶기도 해요. 기본적으로 인류애를 깔고 간다면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