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겠다던 용서

by 반항녀

얼마 전, 사건 당시 다니던 병원의 의사 선생님께 감사의 메일을 보냈다.

요즘은 일상생활을 잘 이어가고 있고, 예전엔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줄 알았던 사람들을 어느덧 용서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용서.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을 쉽게 좋아하는 성격이라 조금만 방심하면 내 상처를 돌볼 틈도 없이 상대를 공감하고 챙기게 된다.

그럼 그런 나 자신이 미워진다.

그래서 나 자신을 미워할 여력이 없어서 그 방어책으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주변에도 알렸지만, 사람들은 “너를 위해서라도 용서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오히려 미웠다. ‘똑같이 당해봐야 알아. 그럼 아마 나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약하지는 않을 거야.’

그때의 나는 냉정하고 단호했다.


몇 달이 흘러, 결국 용서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사람과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회의도 하고, 티타임도 가지게 되었다.

피하려 했지만 피할 수 없는 순간들이 생겼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고, 몇 번 이어지자 그 눈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봤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도 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나를 몰라서, 혹은 자신이 옳다고 믿었기에 그런 선택을 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 순간 알았다.

이해가 되면 용서도 따라온다는 것을.


완전한 용서는 아니지만, 아프던 구석이 덜 아프다.

이건 누구의 조언도 아닌, 오롯이 내가 스스로 이뤄낸 이해다.


억지로 하는 용서는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이해가 따라오지 않는 용서는 결국 상처만 남긴다.

각자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 사람’이 있다면, 지금은 그 마음을 억지로 움직이려 하지 말자.

머리가 아닌 마음이 움직일 때, 그때야말로 진짜 용서의 순간이 온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지만 약간의 성취감도 든다.


아, 이런게 용서의 참맛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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