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의 만남
설마 정말 이틀이라는 긴 시간동안 진통을 하고 결국 제왕엔딩이 되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의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유도분만 첫날 약 10시간 내내 자궁수축제를 맞으며 진통을 유도했지만 아이는 내려올 기미가 없었다. 거의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심한 생리통 수준의 아픔을 고스란히 경험했지만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들은 2시간에 한번 정도 내게 와서 공포의 내진을 하시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셨다. “아직 준비가 안되었네요. 내일 다시 시도해봐야겠어요.”
그렇게 병원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또다시 관장과 함께 유도분만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무렵 내진 결과는 ‘자궁문이 전날 보다 조금 더 열리고 질이 부드러워지기는 했으나 아이가 여전히 너무 위에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담당의는 내게 “아이가 내려올 기미가 없으니 제왕절개가 어떨까요? 산모님 바깥골반이 좁은 편이어서 자연분만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험관으로 어렵게 가진 아이잖아요.“라는 의견을 주셨다. 가능하면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 유도분만을 했던건데, 진진통을 참으면서 여기까지왔는데, 결국 제왕엔딩이라니.. 속상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렵게 가진 아이 아니냐’는 의사에 말에 ‘그저 건강하게만 낳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제왕을 결심했다.
갑작스런 제왕수술이었기에 모든 것이 후루룩 진행되었다. 그동안 제왕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기에 그저 자연분만 영상만 보며 호흡법을 연습하고 머릿속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왔는데, 여러명의 간호사들에게 둘러싸여 수술대에 올라 몸을 웅크리고 하반신 마취 주사를 맞는 상황을 맞이하고보니 너무나 생소하고 겁이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발가벗겨진채 차가운 느낌과 함께 하반신 마취가 되었고 곧이어 의사는 나를 잠재웠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표현 그대로 ‘달달달’ 떨며 “토할 것 같아요”를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수술이 끝나고 만난 남편은 나보다 먼저 만난 우리 아가 영상을 내게 보여주었다.
비록 영상을 통해서 였지만 내가 배속에 품어왔던 생명의 모습을 두 눈을 직접 봤을때의 벅참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냥 눈물이 났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하는 며칠간, 찢어질 것 같은 배 통증에도 매일 일어나 아기를 보러 신생아실에 갔고, 이미 편견의 안경을 써버린 우리 부부는 ‘우리 아기가 제일 예쁘다.‘며 연신 아기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댔다.
5일 뒤 조리원으로 이동해서 매일 변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고 아기 목욕시키는 법, 피부관리법, 분유 먹이는 법, 모유수유법 등을 배웠다. 모자동실을 하며 응애응애 강성으로 우는 아기를 어쩌지 못해 당황한 적도 많다.
아이를 보는 것 만으로도, 그 존재자체로 흥미롭고 고맙고 행복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조리원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내일이면 집에 가고 아기를 잠시나마 돌봐주는 타인이 없다. 며칠 뒤 산후도우미 분이 잠깐 와주시긴 할테지만 결국 육아는 초보 부부의 몫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일까, 이 소중하고 연약한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까봐 염려가 되나보다. 며칠간 아이를 잃어버리는 악몽을 꾸기도하고 아기를 잃는 상상을 하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호르몬 때문일수도 있겠지. 너무 귀하고 또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서 부담감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복한 악몽에서 깨어나면
정말 천사같은 내 아이가 내 눈 앞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내가 진짜 출산을 했구나. 엄마가 됐구나. 실감이 난다.
아가야 집에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