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armony Jun 15. 2021

57. 윤리의식

조커와 1987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다 보면 (아니, 사실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앉아'는'있다.. 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종종 잠자기 전 보상심리로 책을 읽든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든 영화를 보든,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 후회하지..^^)


그러한 심리로 며칠 전 밤늦은 시각에 보게 된 것이 '조커'라는 영화였다. 무심코 TV를 틀었을 때는 이미 영화 내용의 절반 이상이 지나가버린 후였지만 '베트맨'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조커를 주인공으로 만든 유명한 영화임은 알았기에 나머지 뒷이야기를 보기로 했다. 영화 속에서 묘사한 조커는 비윤리적인 행위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자기 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뭐지? 베트맨에서보다는 조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건가?' 영화를 모두 보고 난 후, 영화 검색을 통해서 영화의 앞부분에 주인공이 부정적으로 변화하는데 트리거가 될 만한 불우한 환경과 불행한 사건들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기말고사를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알쓸범잡'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때마침 프로그램에서 '조커'를 언급했다. '범죄자를 추종하는 일부 사람들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영화 '조커'에서 등장한 '시위' 장면이 떠올랐다. 범죄자와 그 범죄자를 우상시하는 사람들이 사실 현실세계에서는 세상과 안정된 유대관계를 맺지 못한 '불안한 사람들'이라고 프로그램의 범죄 전문가는 평가했다.


영화 '조커'에서 주인공을 '조커'로 만든 원인은 개인보다는 '사회'인 것처럼 그려졌고 나 역시 영화를 본 직후에는 '정말 저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몰라.'라는 약간의 연민마저 느꼈다. 하지만 현실 속에 존재하는 범죄자들을 떠올렸을 때는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다고 해도 범죄는 안돼.'  


알쓸범잡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에는 예전에 보았던 영화 '1987'의 모티브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박종철 사건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의 은폐 시도와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들의 윤리의식을 실천한 사람들의 용기와 신념 덕분이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윤리의식'에 대해 생각해봤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윤리의식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것은 환경의 영향만으로 혹은 개인의 성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범죄의 결과를 사회의 탓으로만 돌리는 개인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도 옳지 못하다. 개인이 사회에 속한 것이므로, 또 개인들이 모여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므로 개인과 사회 두 주체의 책임이다.

가끔 지인에게 국민청원에 동의해달라는 연락을 받거나  청원글에 대한 동의를 독려하는 글을 읽을 때가 있다. 대부분은 그 시기에 이슈가 되는 사회적 문제나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달라는 내용의 청원이었다. 범죄 자체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사회적 공분은 당연하다. 그치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범죄자가 더 적게 발생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부터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노력이 청원에 '동의합니다.' 다섯 글자를 남기는 것에서 끝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 시회가 그러한 개인들의 도덕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야한다.

살인이나 절도와 같이 형사처벌을 받을만한 커다란 범죄가 아니더라도 윤리의식은 사회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개인에 의해 발휘될 수 있다.

그동안 배운 아주 상식적인 윤리의식을 누가 보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일이 내 삶 속에 더 많아져야겠다고 다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