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를 양육하는 시간(3)

비자발적 퇴직 후 '현금흐름'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

by 진정

비자발적 퇴직 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현금흐름'입니다.


30년 직장생활을 하고 퇴직하면 주변에서는 '퇴직금으로 당분간은 먹고살 수 있겠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먹고산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우리는 늘 상향 비교를 하며 살아왔고,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래서 모아둔 돈의 절대 규모와 무관하게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경험은 생각보다 강한 조바심과 심리적 위축을 불러옵니다.


사회적 관계도 달라집니다.

경조사와 각종 모임, 친구들과의 저녁 자리.

움직이면 돈이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이제는 의미 없는 만남이나 유희만을 위한 골프 약속부터 하나 둘 정리하게 됩니다.

행동반경이 점점 좁아지고 삶의 리듬도 달라집니다.


문득 유튜브에서 본 대기업 은퇴자들의 넋두리가 떠오릅니다.

'퇴직 후 사업을 시작하면 5년 생존 확률이 30%도 채 안된다더라'

'투자 한번 잘못하면 퇴직금이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다더라'

이 말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는 나의 현실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나는 그동안 내가 꽤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구나'


그렇다고 너무 먼 미래까지 끌어와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사고의 패턴이 되면, 남는 건 자기 불신 뿐입니다.

그리고 그 불신은 새로운 시도를 더 두렵게 만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바닥'을 마주하고 나면, 오히려 불안감은 줄어듭니다.

불안감의 실체는 대부분 막연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산상태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 나의 순자산은 얼마인가.

. 내가 필요로 하는 은퇴자금은 얼마인가.

. 최소 6개월 정도 생활비, 현금은 확보되어 있는가.

. 나는 한 달에 얼마를 쓰며 살아왔고, 앞으로는 얼마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 지금까지의 소비 항목 중 줄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냉정하게 숫자를 마주하면 생각보다 담담해집니다.

그리고 필요한 생활비와 확보된 현금을 계산해 보면, 앞으로 내가 얼마를 더 벌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금액이 보이고, 그 숫자는 앞으로의 직업 선택(취업, 창업, 프리랜서, 투자 등)의 기준점이 됩니다.


경험자로서 하나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실업급여를 ‘최대 기간으로 끌기’ 같은 버티기 전략은 중심에 두지 마세요.

대신 최소 6개월 정도 가족과 먹고살 현금은 의도적으로 확보해 두십시오.

그 안전망 위에서 우리는 조금 더 차분하고, 솔직하게 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돈에 쫓겨 급하게 내린 결정은 대개 또 다른 후회를 남깁니다.

반대로, 충분히 나를 돌아보며 내린 결정은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지금은 두려움을 마주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는 시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지금은 나를 양육하는 시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