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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금금 Nov 02. 2023

무인도의 디바처럼 간절히 원하면 될까요.

무인도의 디바 1,2화 줄거리 포함

박은빈이 새로운 드라마를 찍었다. 무인도의 디바? 케스트 어웨이가 떠오를 법한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고 볼 생각을 고이 접었다. 절절한 로맨스이거나 마음이 동요하는 주제여야 볼 마음이 생기는데 무인도와 디바라는 제목에서 흥미가 일지 않았다.


퇴근 후 남편이 티브이를 틀었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곁눈질로 보니 <무인도의 디바>를 보고 있었다. 보다가 말겠지? 싶었으나 남편은 현재 나와있는 2화까지 모두 본 후 탄성을 지었다.


"이거 너무 재밌는데?"


남편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친구들에게 <무인도의 디바>에 대한 줄거리를 얼추 들은 상태였다. 여주인공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무인도에 떠내려가게 되었다는 빙산의 일부분을 들었을 뿐이다. '재미있다고?' 친구들이 전해준 이야기와 남편의 호평이 쏟아지자 자연스럽게 손이 리모컨으로 향하게 됐다.


그리고 탄식했다. 내가 들은 것은 극히 일부의 내용이었다는 것을.


<무인도의 디바>는 굉장히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드라마였다.


출처, 무인도의 바다 홈페이지


간절하게 바라면
언젠가 어떻게든
이뤄진다.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연금술사에서도 가장 감명받았던 문구였는데, 드라마라는 장치 안에서 인물이 겪고 있는 상황과 무인도라는 설정으로 간절하게 원하면 이뤄질 수밖에 없는 한 문장을 잘 전달했다.


서목하 역을 맡은 박은빈은 윤란주라는 가수를 동경하며 춘삼도에 살고 있는 학생이다. 가정폭력을 겪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맑고 티 없는 목하는 윤란주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춘삼도를 떠난다.


하지만 춘삼도에서 탑승했던 배에는 목하의 아버지도 함께였다. 얼마나 벗어나고 싶었으면 배에서 목하는 뛰어내린다. 그리고 그를 잡기 위해 목하의 아버지도 바다로 뛰어들었고 둘은 무인도로 떠내려간다. 홀로 살아남은 목하는 15년 동안 무인도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 결국 구조되어 바라던 대로 윤란주를 만난다.


굉장히 짤막하게 요약을 했다. 2화까지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드라마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목하의 노래일 것이다. 박은빈 배우가 직접 노래를 했다고 인터뷰했다. 청량감 넘치면서도 시원하게 뻗어내는 가창력이 돋보인다. 가사 또한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가사여서일까? 단순히 윤란주 빠순이가 아니라 윤란주와 같은 가수가 되기 위한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목하의 서사가 잘 전달되어 몰입해서 드라마 속 노래 장면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목하역을 맡은 아역배우도 좋았지만 눈에 더 들어온 것은 목하를 도왔던 '기호'라는 인물이었다. 목하처럼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기호는 목하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도와준다. 윤란주 기획사에서 신인가수를 모집하기 위해 노래하는 동영상을 찍을 때 기호가 촬영과 편집을 했다. 그저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목하의 노래를 들은 기호에게도 진심이 전해졌던 것 같다.


아버지가 무서워서 기획사에 동영상을 제출하지 못하는 목하 대신 기호가 신청을 했고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다. 윤란주 씨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하지만 목하는 쉽게 서울로 간다고 말하지 못했다.


서울에 가면..

아버지가 알게 될 것이고..

mp3를 부실 것이고..


최악의 상황들이 떠올라 만나자는 매니저의 말에 거절을 한 것이다. 무인도에 떨어져 그 순간을 수만 번도 생각했다고 했다. 그때 바로 만난다고 했다면... 이래 볼걸 저래 볼걸... 하다 보니 후회가 많아진다고...


그래서 이제는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목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주제도 멋지지만 당장 나에게 들어온 것은 '다음에를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는 목하의 다짐이었다.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작가로서의 삶을 꿈꾼다. 책도 많이 읽지 않는 내가... 글을 잘 쓰지도 못하는 내가... 이런 생각들이 가득하지만 우선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매주 브런치 한 편씩 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글을 처음 썼던 목적은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쓰다 보면 상념들이 한 편의 글 속에 녹아 개운하게 정리되는 감정의 정리함으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고민을 적는 날이 있다면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적기도 했다. 이런 저런 글들이 모여 브런치에 80편이 넘는 글들이 모였을 때 가만히 나의 글을 살펴보았다.


나는 주로 가족에 관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매주 글을 쓰던 내게 가족분야 크리에이터라는 배지를 브런치에서 달아주었다.


아... 나는 가족에 관한 일을 적는 걸 좋아하는구나! 내 글들을 통해 그리고 브런치가 달아준 배지의 이름을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최근 명절에 겪었던 일화를 적었던 <명절에 사돈을 초대한 친정엄마> 글이 20만 뷰가 넘었다. 읽어 주시는 분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거나 가족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는 댓글을 읽으면 왠지 모를 벅참이 느껴진다. 글을 통해 따뜻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부모님과 시부모님과의 일화를 담았던 에피소드를 모아 <보통의 가족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을 발행하였다. 사실 브런치북을 발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브런치에서 새롭게 도입한 '작가 응원하기'에 나도 끼고 싶었던 것이다.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은 사람들에 한해서 브런치북을 발행하면 '작가 응원하기'가  생긴다. 이전에 발행했던 브런치북도 새롭게 발간한 브런치 북도 응원이라는 파란 마크가 달렸다. 누군가 나에게 돈을 입금해서 응원해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사실 이건 너무 부담스럽다) 그저 나도 다른 유명한 브런치 작가들처럼 돈이 표시된 마크가 달고 싶었던 것뿐.


그런데 브런치 유입자 수가 수상하다. 매일 5천 뷰 이상의 유입자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물론 모든 유입은 <명절에 사돈을 초대한 친정엄마> 글 덕분이다. 나처럼 유입자 수가 적은 브런치 작가에게 이런 글 하나가 불러오는 파장은 굉장히 크다. 일단 브런치 북으로 묶어뒀기 때문에 이전에 써 뒀던 글들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통계를 좋아하는 나는 브런치 통계를 수시로 체크하는 편이다. '매일 이렇게 유입자 수가 많은데 내 브런치북은 왜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올라오지 않을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조회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나의 브런치북이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뜬 것이다. 나도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마음이 이뤄진 것이다.



 두근두근 굉장히 기분이 좋다.


출간을 위해 목차를 정해두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목적 없이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쓰고 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해오던 일들에 조그만 포상을(사실은 엄청 커다란)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브런치에서는 요일별 연재가 있다. 글을 제대로 쓰고 싶다면 요일별 연재를 하면서 큰 주제와 소주제를 미리 정해 글을 써서 브런치북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무계획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나에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내년에는 계획해서 글을 쓰는 일을 해보고 싶다. 당장 되지 않더라도 좋다. 지금처럼 꾸준히 써 내려가면서 누군가에게 따뜻함이 전달된다, 60이 넘은 어느 날에 당당하게 '작가입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할 그날을 오지 않을까 생생하게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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